책&코믹스

명탐정의 제물 <시라이 도모유키>

거제리안 2024. 6. 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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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 있음 >

 

탐정 오토야는 짐 조든이라는 사이비 교주가 운영하는 인민교회라는 곳을 조사하러 떠났다가 연락두절이 된 조수 리리코를 찾기 위해 먼 외국의 개척지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하자 마자 동행한 친구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을 맞이하지만 다행히 리리코의 신변은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리리코 외에도 인민교회 조사를 목적으로 파견된 세명의 조사단이 더 있어 탐정 오토야를 포함한 외지인은 총 5명.

인민교회가 있는 땅은 밀림 한가운데에 위치한 땅이라 조사단 일행은 인민교회의 우두머리인 짐 조든의 허락 없이는 외부세계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조사단 일행이 한명씩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게 된다.

우수한 조수 리리코는 뛰어난 추리로 사건을 일단락 짓게 되고 마침내 일행은 인민교회를 방문한 미국 하원의원과 함께 이 곳을 떠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떠나기 직전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 리리코.

탐정 오토야는 조수의 석연찮은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의원일행을 떠나보내고 홀로 인민교회에 남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앞서 일어난 세건의 살인사건과 마지막 리리코 살인사건. 

오토야는 앞서 리리코의 추리 외에도 두가지의 추리를 더 선보이며 짐조든과 신도들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린다.

진범은 오토야가 소년이라고 착각했던 W이자 인민교회 학교의 교장이었던 레이 모튼.  

하지만 진범이 밝혀지는 것과 별개로 오토야의 두가지 추리는 짐 조든의 선택을 딜레마에 빠뜨리게 만드는 함정이었고 결국 짐 조든은 최악의 선택을 하며 신도들과 함께 독이 든 주스를 마시고 모두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4년 후.

1000명에 가까운 신도들이 죽은 참사 현장에서 총을 맞고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오토야가 4년 만에 깨어나게 된다.

오토야를 찾아온 소년 Q.

Q는 인민교회의 유일한 아시아인 소년으로서 오토야와 리리코를 잘 따르던 아이였다.

4년이 지나 어엿한 청소년이 되어 오토야를 찾아온 큐는 지난 4년간 자신이 석연찮게 생각했던 부분을 오토야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놀라운 진상이 밝혀진다.

당시 짐 조든은 신도들과 집단자살을 연출하려 했지만 실제로 주스에는 독지 들지 않았었고 극적은 부활쇼를 계획하려 했었고 그 사실을 안 오토야는 주스에 직접 독을 탄다.

그래서 신도들이 떼죽음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며 짐 조든은 함정에 빠진 것을 눈치채지만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 권총으로 자살을 했던 것.

그리고 오토야야 그런 짓을 벌인 이유는 모두 리리코 때문이었고 신도들은 <명탐정 리리코 최후의 사건>을 장식하기 위한 제물이었던 것이다.

오토야와 리리코를 따르며 탐정을 동경하던 소년 Q에 이해 4년 만에 인민교회 사건이 마무리 되며 이야기는 끝난다.

<시라이 도모유키> 작가의 이전작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두 작품을 정말 재밌게 읽었기에 이 작품도 주저없이 골랐는데 이 작품은 꽤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읽은 독자들의 평가도 그러했으며 나 역시 그러했다.

인생작 또는 최근에 읽은 최고의 작품 이라는 평가도 있는 반면 이전작들과 비하면 많이 떨어지는 작품 내지는 큰 실망감을 내비치는 평가도 수없이 많았다.

개인적은 평가를 한마디로 내리긴 어렵고 나 역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파트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일단 책의 중반까지는 매우 읽기 힘들었다.

사이비종교라는 소재와 밀림 한가운데의 개척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

등장인물들도 꽤 많은 편인데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인물들의 과거 묘사들이 틈틈이 삽입되는데 그럴 때마다 몰입감이 깨지며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지루함을 모두 날려버릴 후반부의 휘몰아치는 한방을 기대하며 꾸역꾸역 읽어 나갔다.

하지만 추리소설의 백미인 추리파트도 너무 실망스러웠다.

리리코의 추리까지 합치면 무려 삼중추리라는 무시무시한 추리쇼를 선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기계적인 트릭처럼 느껴져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사실 리리코가 했던 첫번째 추리는 가짜 추리임이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장난이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소를 금할 수 없었으며 마찬가지로 가짜였던 오토야의 첫번째 추리를 지나 사건의 진짜 전말인 오토야의 두번째 추리도 이게 진짜라고 싶을 정도로 무리하게 느껴지는 트릭들이 있었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한 트릭은 기발하기는 했지만 너무 황당한 추리여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다중추리라는 요소는 매우 흥미롭지만 너무 기계적으로 다루면 묵직한 맛이 사라지고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골이 빠게지는 듯한 작가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무리한 트릭이 아니었다 싶다.

개인적으로는 추리파트보다 이야기의 후일담이 좋았다.

후일담 역시 추리파트에 포함되기는 하는데 살인사건의 진범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주인공 오토야의 심리와 이 소설의 제목과 연관지어 풀어나간 이야기의 여운이 대단했다.

특히나 고전 추리소설에서는 <최후의 사건>이라는 소재는 히어로물에서 등장하는 <오리진>과 비슷하게 큰 비중으로 다루어지는데 작가가 이 소설에서 다루고자 했던 진짜 이야기는 명탐정 리리코 <최후의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부제인 <인민교회 살인사건>의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다소 실망스럽지만 실제 제목인 <명탐정의 제물>이라는 관점에서 보게 되면 이 책의 여운은 대단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튼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추리로 꽉꽉 채워져 있어서 추리소설의 팬으로서는 매우 가성비가 좋은 책인것만은 분명하지만 추리파트가 너무 과해도 도리어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만든 책이었다. 

마치 트랜스포더 3같은 영화에서 1시간 내내 이어지는 액션을 보며 지루함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약간은 실망스럽다는 기분으로 책을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생각나게 만드는 엔딩의 이 묘한 여운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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