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악마와의 토크쇼 (Late Night with the Devil, 2024)

거제리안 2024. 6. 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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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인기 토크쇼 진행자인 잭 델로이는 꾸준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부동의 1위 토크쇼인 자니 칼슨쇼 때문에 언제나 만년 2등이라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잭 델로이는 아내인 마들렌이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폐암에 걸렸다는 비극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인 마들렌이 그의 쇼에 출연해 감동을 선사하고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되지만 2주후 그의 아내는 사망한다.




이후 한동안 나락을 걷던 잭 델로이는 돌연 잠적하더니 1달만에 다시 토크쇼에 복귀한다.

그와 방송국은 1위 탈환을 위해 야심찬 기획을 하는데 그것은 바로 <할로윈 특집>

하지만 첫번째 게스트 영매사 <크리스투>가 두번째 게스트 초능력 사냥꾼 <카마이클>과 설전을 벌이던 도중 갑자기 피를 토하고 구급차에 실려가던 중에 사망하게 되면서 파국의 조짐을 보인다.

이후 등장한 게스트는 과거 악마를 숭배하는 사이비교단에서 구출된 소녀 <릴리>와 그를 돌보고 있는 심리학자 <준> 박사.

릴리는 자신의 몸에 <미스터 위글>이라는 인물이 들어와 있다고 말하고 있고 <카마이클>은 사기라고 주장하는 와중에 실제로 스튜디오에서 미스터 위글을 불러내 보자는 제안을 수락하는 잭.

준은 극구 반대하지만 방송 중이라는 압박을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수락하고 마는데 릴리는 엑소시스트의 그것과 같은 증상을 보이며 스튜디오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든다.

하지만 카마이클은 이것 역시 눈속임이라 주장하며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출연진 거스의 몸에서 벌레가 나오는 최면술을 보여준다.

방송국 사람들과 시청자들마저 충격적인 최면에 빠뜨리고는 의기양양해 하는 카마이클.

잭이 자신이 본 것을 의심해 실제 촬영 편집본을 돌려보자 실제 카메라에는 그런 이상 증상이 찍히지 않았다.

카메라에는 최면 영상의 그것과 같은 허상이 녹화되지 않았던 것.

그럼 이전에 릴리가 보여줬던 공중부양 같은 것 역시 확인해보자며 녹화본을 확인해 보고는 경악한다.

이번에는 실제로 일어났던 괴이한 현상들이 그대로 찍혀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놀라고 있는 와중에 릴리가 다시 이상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출연진 모두를 살해해 버린다.

아수라장이 된 촬영장에서는 관객들이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지며 잭 역시 촬영장을 도망치듯 떠나고 카메라는 꺼진다.

이 후 잭 델로이가 셀럽들의 비밀사교모임 장소에서 의식을 치르는 장면들이 나오고 아내 마들렌을 칼로 찌르는 장면도 보인다.

그리고 잭의 의식의 흐름처럼 보이는 알 수 없는 영상들이 펼쳐진 후 칼에 찔린 릴리와 칼을 든 잭의 모습이 보여지며 영화는 끝난다.


꽤 기대가 컸던 영화인데 영화가 끝나고 서는 잠시 뇌정지가 왔다.

이게 뭘까?

처음 느낀 감정은 너무도 뻔해보이는 결말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시청률을 위해 악마에 영혼을 판 토크쇼 진행자가 파멸에 이르고 만다는 한 100번은 봤을 법한 진부한 스토리가 아닌가?

그런 진부한 스토리를 단지 토크쇼 스타일의 파운드 풋티지 영화로 만든 것 뿐인 단순한 영화일리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는데 개인적인 생각과 검색을 통해 파악한 정보들을 추스려 봤는데 정리해보자면 이러하다.

몇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

첫번째는 처음의 감상과 동일하게 비밀사교모임에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잭 델로이가 토크쇼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그 댓가로 파멸하게 된 것이란 내용이 맞다는 것.

잭 델로이에게 언제나 헌신적이었던 아내 마들렌은 시한부 상태인 자신을 제물로 바치는데 동의했고 잭 델로이는 그녀를 제물로 의식을 치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석하게 되면 역시나 영화가 너무나도 뻔한 영화가 되버리기 때문에 이건 아마 아닐거야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 뭘까? 

두번째는 이 할로윈 쇼 자체가 사이비교단과 한통속인 비밀사교클럽의 기획이었다는 것.

영화를 보게 되면 유독 관객석과 방송국 임원들을 자세히 비춰주고 PD가 관객석 1열에 임원들이 앉아있다며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내가 유심히 본 이유는 할로윈 분장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 중에 악마가 숨어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예상이 빗나가긴 했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관객석을 유심히 보면서 영화를 봤는데 후반부에 가게 되면 등장하는 비밀사교모임의 영상들에 관객석의 인물들이 모조리 등장한다.

릴리가 구출되었다는 사이비교단의 교주도 등장한다.

물론 후반부에 두서없이 나오는 영상들이 잭 델로이의 의식의 흐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이 의식의 흐름이 아닌 실제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할로윈 쇼의 주최 측이 사이비교단과 비밀사교클럽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럼 사이비교단이 이런 치밀한 쇼를 왜 기획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데 이것도 두가지로 생각해 볼수 있다. 

한가지는 아마도 방송국에서 벌이지는 최악의 방송사고가 일종의 의식이었으며 이 의식을 통해 악마를 불러내는 것.  

실제로 이 방송을 통해 많은 희생자가 생겼고 악마는 깨어났으며 그 생생한 현장을 시청자들이 목격하였다.

다른 한가지는 일종의 최면을 통한 집단 테러로서 앞서 카마이클이 보여줬던 것과 같은 최면을 모두에게 시전했던 것.

후반부에 잭 델로이가 시청자들을 향해 TV를 끄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무언가를 깨달은 잭 델로이가 TV를 통해 최면이 미국 전역에 송출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막기 위해 소리친 것이 아닐까?

엔딩에서 칼을 쥐고 멍한 모습으로 서있던 잭 델로이의 모습은 최면 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최면에서 깨어난 후의 멍한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기엔 불타죽은 카마이클의 시신은 설명되지 않기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엔딩이기에 해석의 여지가 많은 영화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마들렌의 영혼을 보면 마들렌이 암에 걸린 것은 분명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어떤 식으로 임종을 맞았는지도 명확히 알 수 없다.

잭이 비밀사교모임에서 그녀와 함께 어떤 의식을 치른 것은 분명하나 그녀가 잭을 위해 희생한건지 잭의 욕망을 위해 희생당한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여러가지 불분명한 것이 많은 영화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미디어에 대한 풍자다.

영화의 시대는 70년대지만 이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생활상이 변하더라도 똑같은 일은 언제나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약간 소름끼치기도 한다.


여담으로 잭 델로이 역을 맡은 배우는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 이란 배우로서 그 유명한 다크나이트에서 조커의 똘마니로 등장했었는데 범상치 않은 외모 덕에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배우였다.

각종 영화에서 단역 등으로 등장하다가 <앤트맨>에서 앤트맨의 동료 역할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폴카도트맨이라는 골때리는 캐릭터를 맡아 꽤 비중있는 역할들을 맡게 되었는데 드디어 이 작품으로 단독 주연을 맡아 열연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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