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프랙처드 (Fractured, 2019)

거제리안 2024. 7. 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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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고속도로를 달리던 도중 들른 휴게소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딸을 병원으로 데려갔다가 아내와 딸을 모두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남자 레이는 수시간이 흘러도 CT를 찍으러 간 아내와 딸이 돌아오지 않자 수소문하기 시작하는데 간호사, 의사, 경비 모두들 나몰라라한다.

정확히는 아내와 딸의 흔적이 병원내에 없었고 CCTV를 비롯해 어떠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레이는 장기밀매를 의심하며 경찰과 함께 병원 곳곳을 수색하던 중 정신과 전문의를 만난다.

정신과 전문의는 레이의 머리부상을 근거로 기억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며 사고가 났던 휴게소의 현장으로 함께 간다.

현장에는 핏자국이 있지만 딸과 아내는 찾을 수 없었다.

혼란스러워진 레이는 경찰의 총을 탈취해 모두를 창고에 가두고 다시 병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CT를 찍으러가기전 마지막으로 아내와 딸을 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향한다.

지하의 한 수술실에서 아내와 딸을 되찾은 레이는 황급히 병원을 빠져나와 모두를 태우고 집으로 향하지만 사실은 이러하다.

과거 자신의 음주운전으로 전부인과 뱃속의 아이를 잃었던 레이.

다시 가정을 꾸리지만 그마저 순탄하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벌였고 온갖 짜증과 스트레스로 인해 레이는 무의식 중에 딸과 아내를 살해해 트렁크에 싣는다.

하지만 머리는 기억을 조작했고 레이는 없는 아내와 딸을 찾으러 다녔던 것.

그 과정에서 경비원이 목숨을 잃었고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부상을 입었으며 지금 뒷자석에는 딸이라고 생각해 데리고 온 수술 도중의 환자가 실려있다.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속도로를 운전중인 레이의 표정을 비추며 영화는 끝난다.


과거 <브레이크 다운>이라는 영화를 비롯해 추리소설 <환상의 여인>이 떠올랐다.

이런 식의 영화 역시 종종 볼수 있는 소재인데 이 소재의 경우 결말은 두가지로 나뉘어진다.

정말로 납치를 당한 경우와 주인공이 미친 경우의 두가지 이지선다로 진행되는데 이번 경우는 주인공이 미친 경우이다.

사실 영화는 사고 직후부터 주인공이 미쳤음을 보여주는 암시들로 가득차 있다.

휴게소의 계산원이 병원 직원으로 등장한다던지 병원 직원이 서류 작성 중 뜬금없어 장기기증 여부를 물어본다던지 하는 식이다.

이런 장치들은 뻔하다면 뻔한 장치들이지만 이 영화에서 사용된 장치들은 꽤 소름끼쳤다.

그중에서도 레이가 미쳤음을 암시하는 가장 큰 장치는 와이프와 딸의 반응이었다. 

레이의 한마디 한마디에 그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으로 형태로 반응하는 아내와 딸의 리액션. 

이게 가장 소름끼쳤다.

그렇긴 해도 영화가 끝날 때 까지 확신할 수 없기에 다른 가능성도 염두한 채로 관람을 이어가던 중 중후반을 지나면 레이가 미쳤음이 거의 확실해 진다.

이제는 레이가 미쳤다는 사실은 분명해졌고 그럼 어떤 형태로 미쳤는가가 관건이다.

처음에 고속도로에서 운전하고 올때부터 레이는 혼자였던 것인지.

아니면 도중에 사고가 날뻔하면서 레이는 가사상태에 빠지고 가족들은 죽은 것인지.

아니면 휴게소에서 추락하면서 딸은 죽고 아내 역시 어떤 이유로 죽은 것인지.

이런 영화들에서 벌어질 법한 여러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 중 영화가 선택한 결말은 레이가 이들은 죽게 만든 것인데 솔직히 이건 생각 못했기에 약간 머리가 띵했다.

그리고 수술 중인 환자를 뒷자석에 태우고 가게 만든 것도 기발했다. 


뻔하다면 뻔한 영화일 수도 있겠으나 영리한 아이디어들이 좋았고 무엇보다 주인공 샘 워딩턴의 연기가 너무 훌륭했다.

진지하고 믿음직스러운 아빠와 남편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하나 나사빠진 듯 못미더운 표정을 너무 훌륭하게 표현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미쳐가는 모습을 너무도 잘 연기했다.

영화 자체가 주인공 혼자서 하드캐리하는 스토리이긴 한데 아무튼 그 역을 너무 잘 소화했다.

이렇게 연기력이 훌륭한 배우를 아바타에만 붙들어 놓은게 아쉬울 정도. 

그리고 이런 장르의 영화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사실 분위기가 너무 중요한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황량한 고속도로 한가운데 있는 병원이라는 설정도 기괴했고 전반적으로 스산하면서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엔딩에서 고속도로를 운전하면 미소짓던 레이의 표정이 천천히 무표정으로 바뀌는 장면도 좋았다. 

그리고 스텝롤이 올라가는 장면에서의 고속도로 풍경은 너무도 쓸쓸하고 슬프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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