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배트맨 빠돌이로서 이 영화에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배트맨 고유의 아이덴티티로서 <탐정 Detective>라는 속성을 이토록 제대로 보여준 영화가 최초라는 점에서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배트맨 TAS>와 게임 <아캄 시리즈>를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다 놓은 듯한 어둡고 시종 일관 칙칙한 분위기를 이토록 제대로 보여준 영화가 최초라서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강박적이고 정신병적인 브루스 웨인의 모습을 이토록 여과없이 보여준 영화도 최초여서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나왔던 <팀버튼 배트맨>과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도 훌륭한 영화였지만 원작의 배트맨을 얼마나 충실히 구현했는가로 말하자면 단연 <더 배트맨>이 제대로다.
영화는 배트맨 2년차를 다루고 있는데 그만큼 정신적으로도 미성숙하고 기술적으로도 부족한 면모들을 많이 보여준다.
자신의 정의인 <복수>라는 테마로 자경단 활동을 시작했으나 직장인들도 그러한 듯 2년차 즈음 신념에 대한 의문이 찾아오며 갈등하다 멘탈을 극복하며 점차 성숙해지는 배트맨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주목한 점은 <복수>라는 테마였다.
부모님의 죽음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브루스 웨인은 <범죄>라는 대상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신념으로 자경단 활동을 시작했다.
부모님의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힘이 없어 막을 수 없었던 스스로를 자책하고 범죄자를 때려 잡을 때마다 그 당시로 돌아가 복수라는 미션을 수행하며 무한 챗바퀴를 돌며 영원히 고통받는 것이다.
그런 <복수>라는 배트맨의 정의는 그가 모르는 사이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리들러라는 연쇄살인마가 등장해 <복수>라는 명목으로 고담의 유명인사들을 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리들러가 <복수>를 언급하는 것은 영화의 말미에 등장한다.
배트맨을 자기와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고 리들러 역시 자신만의 <복수>로서 고담을 정화하고 있었으며 배트맨에게 같이 복수를 수행하자고 제안하자 배트맨은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배트맨의 이야기 속에서 심심찮게 언급되는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바로 <배트맨>이라는 존재 자체가 고담의 범죄자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것이다.
원래 고담이 범죄와 부패가 많은 도시들이긴 했어도 팔코네를 비롯한 마피아 세력들 간의 룰을 정립하며 나름의 질서 속에서 어느 정도 통제가 되고 있었던 반면 배트맨 등장 이후 코스튬을 뒤집어 쓴 정신병자들 소위 <슈퍼 빌런>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통제가 불가능한 무법지대가 되엇다는 주장이다.
그들 <슈퍼빌런>들에게 배트맨은 가면을 뒤집어 쓰게 만드는 <영감>을 주고 도전해야 할 <목표> 로서 어떤 도전 정신 같은 것을 부여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배트맨의 스토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설정인데 <더 배트맨>에서는 바로 이 설정을 가져와 리들러에게 부여했고 지금까지 영화에서는 한번도 다루지 않은 주제를 사용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리들러의 계획으로 고담은 홍수가 일어나며 아수라장이 되지만 배트맨의 활약으로 겨우 홍수를 수습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배트맨은 마침내 <복수>에서 자유로워지며 <희망>이라는 정의를 새로 가지게 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엔딩에서 아캄 어사일럼에 수감된 리들러는 옆 칸에 수감된 실루엣만 보이는 죄수 (아마도 조커로 추정되는) 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마무리 된다.
개인적으로 로버트 패틴슨이란 배우를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으로 접하긴 했지만 <라이트 하우스>와 <테넷>등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또 그의 각진 하관과 특유의 쓸쓸한 표정 등을 보면서 브루스웨인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벤 애플렉의 떡대 좋은 배트맨이 아깝긴 하지만 젊은 브루스 웨인을 연기하기에는 로버트 패틴슨도 꽤 어울릴 것이라 생각을 했었고 결과적으로 상당히 만족한다.
<배리 키오건> 배우가 맡은 <조커>는 상당히 기대된다.
하지만 <조커>라는 캐릭터의 이미지 소모가 너무 많았기에 기대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조커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리들러를 이렇듯 재해석한 것처럼 차고 넘치는 배트맨의 다른 빌런들을 신선하게 다뤄보는 것도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배트맨의 빌런들이 워낙에 개성만점이다 보니 사실상 매번 배트맨의 영화들에서는 주인공인 배트맨이 정작 빌런들에게 가려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배트맨 자체의 비중이 워낙에 크기 때문에 빌런들에게 존재감으로서 밀리지 않았던 부분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이다.
배트맨 하면 빠뜨릴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바로 그의 장비들이다.
그 유명한 배터랭과 갈고리총, 배트모빌 모빌까지 장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거리가 상당히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철저히 2년차 조금은 미숙한 배트맨을 묘사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리얼리티를 반영하기 위함인지는 몰라도 장비 사용에 있어서 상당히 절제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영화에서 액션의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장비를 남발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딱딱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 줌으로서 상당히 인상 깊은 액션들을 보여주었으며 특히 공중에서 낙하하는 장면은 약간 우스꽝스런 착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현실감 느껴져서 꽤나 임팩트가 있었다.
배트모빌 같은 경우도 기관총이나 각종 무기들을 남발하지 않고 딱 부스터 정도만 활용해 줌으로서 화려하진 않지만 묵직한 카체이스 씬을 보여주었다.
세 시간이라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배트맨을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본다는 즐거움이 커서 전혀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너무 지루한것 아니냐, 액션이 비중이 적은 것 아니냐 라는 비판도 들리지만 개인적으로는 배트맨이 가진 탐정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당히 좋아하기 때문에 (원작에서 라스 알굴은 배트맨을 부를때 주로 디텍티브 라고 부른다) 아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아주 너덜너덜해진 DCEU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고 조급하게 몰아부치면서 MCU 따라하기에 급급했던 워너 경영진이 원망스럽기만 하지만 뒤늦게라도 정신차리고 성공적이었던 <조커>나 꽤 괜찮았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같은 영화들을 시작으로 지금처럼 하나하나 차근차근 쌓아나갔으면 한다.
더불어 <더 배트맨> 후속작도 많이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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