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세브란스 : 단절 (Severance, 2021)

거제리안 2022. 3. 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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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ood News About Hell
2. Half Loop
3. In Perpetuity
4. The You You Are
5. The Grim Barbarity of Optics and Design
6. Hide and Seek
7. Defiant Jazz
8. What's for Dinner?
9. The We We Are

 

 

 

<스포 있음>

 



최근에 본 미드나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흥미로웠으며 한편 한편 감질나게 기다리며 보고있던 드라마가 드디어 끝났다.

1화부터 확 잡아끄는 비쥬얼이 인상적인데 아주 단조로우면서도 규칙적인 배경들로 일관하며 드라마의 분위기 또한 매우 무미건조하게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취향저격 당한 셈이다.


스토리와 설정도 매우 신선하다. 

일상과 업무 사이의 기억이 단절되어 일상을 살아가는 자아를 "아우티"

직장에서 업무를 보는 자아를 "이니"라고 부르며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간다.

이들이 근무하는 곳은 루먼이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의 정체 또한 매우 미스터리하다.

회사 내의 부서들은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으며 그들이 수행하는 업무들을 보고 있으면 기묘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회사 내의 규칙들과 몇 몇 이벤트들도 그로테스크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이하다.


이들은 퇴근을 하는 순간 직장에서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단순히 업무와 일상이 분리된 정도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화가 거듭되면서 아우티와 이니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마치 <아이덴티티> 같은 영화에서 서로 다른 인격들이 갈등하는 듯.

두 인격들은 서로 다른 존재로 묘사되기 시작한다.

마침내 극의 후반부에 가서는 이니 쪽에서 반란을 시도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사실 이러한 전개는 전혀 예상을 못했기에 허를 찔렸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니와 아우티는 서로 접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빡이 칠데로 빡친 주인공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기억을 연결시키기로 한다.

딜런의 컨트롤 하에 마크와 헬리 그리고 어빙은 퇴근 후 아우티로 살아가던 중 급작스러운 타이밍에 각각 이니로 돌아게 된다.

기억이 돌아오는 순간 마크는 동생의 집에서 뜻하지 않게 코벨과 마주하게 되고 노련한 코벨은 마크의 수상함을 바로 눈치채고 루먼사로 직행한다.

마크는 자신의 죽은 아내가 다름 아닌 루먼사의 케이시 였음을 알게 되고 경악함과 동시에 그녀가 살아있음에 안도한다.

어빙은 기억이 돌아오자 마자 루먼에서 헤어진 굿맨을 찾아 달려가고 헬라는 파티장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자신이 다름 아닌 루먼사 회장의 딸임을 알게 된다.

단절 시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직접 단절 시술을 받고 루먼사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고 헬라 역시 혼돈에 빠진다.

여기까지가 시즌1의 끝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가 된 기분으로 멍하게 보게 되는 전반부를 지나 하나씩 하나씩 루먼 내부의 사정을 알아가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 

그 와는 별도로 루먼 바깥에서 돌아가는 상황도 흥미진진하며 이 두가지가 결합되며 또 새로운 갈등이 발생되는 것도 흥미롭다.

최근 호러나 스릴러 쪽 콘텐츠에서는 알고보니 자기 자신이 범인이었다던지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다던지 하던 식의 소재는 상당히 흔한 소재이지만 한 인물 내의 두가지 인격이 서로를 완전히 모르는채 갈등하게 되는 이러한 발상은 너무너무 참신했다.

그리고 두 세계가 너무나도 다른 세계였기 때문에 마지막 화에서 두 세계가 하나로 연결될 때는 짜릿한 쾌감 같은 것마저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어벤저스에서 아이언맨과 캡틴과 토르와 헐크가 만났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


루먼사 내부의 설정은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정말 병신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으스스한 기묘한 분위기가 정말 압권이다.

마치 던전과도 같은 넓고 복잡한 층의 디자인이라던지 알 수 없는 센스를 가진 각종 내부 행사들. 

무엇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업무들. (심지어 양을 기르는 부서까지도)

그리고 기묘한 체벌 시스템 등 중계자 없이는 목소리 마저도 절대 공개되는 법이 없는 이사회 인물들. 

마크와 전부인의 관계.

아우티 어빙이 광적으로 반복해서 그리는 루먼사 내부의 복도 그림.

언뜻 생각해도 이 정도이지만 이 외에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떡밥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다음 시즌이 너무 기다려진다.


여담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방정맞은 연기롤 보여준 존 터투로와 찔러도 피도 안 날것 같은 악역의 이미지였던 크리스토퍼 워켄의 케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마크 역의 애덤 스콧의 연기도 매우 인상적인데 이니일 때의멍청한 듯 나사하나 빠진 모습과 아우티일 때의 멀쩡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의 연기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코미디 전문 배우로 알고 있었던 벤 스틸러 연출이라는 것도 꽤 놀라웠다.

조커를 연출한 토드 필립스 감독 역시 이전작이 행오버라는 골때리는 작품이었고 피터 잭슨, 샘 레이미 같은 거장들의 데뷔작들도 골때리는 작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코미디를 잘 하는 사람들이 감각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영화 <비바리움> 이 생각나는데 분위기가 아주 비슷하다.

단순하면서도 정교하고 무미건조한 마을 정경.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묘한 분위기.

이 드라마의 분위기가 마음에 드신다면 이 영화도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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