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6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주유소 살인사건 (The Last Stop in Yuma County, 2023)

즐겨듣는 영화 채널에서 썸네일만 보고서 믿고 감상한 영화로서 만족스런 선택이었다. B급 영화 특유의 감성과 저예산 영화 특유의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이 일품이었다. 기름이 떨어진 주유소의 한 식당에서 은행강도와 함께 고립된 남자와 종업원이라는 설정. 영화는 이렇게 시작하자마자 불편하게 시작되고 여기에 손님이 한명 두명 추가될 수록 더욱 불안해진다. 조마조마하게 이어지는 긴장된 상황은 의외로 순식간에 정리되어 버려 약간 허탈했으나 여기서 바로 끝나지 않고 좀 더 이어지는 상황들로 인해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오랜만에 꽤 팽팽한 긴장감을 느낀 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본 영화.

영화&드라마 2025.03.28

노스페라투 (Nosferatu, 2024)

고전 노스페라투는 아직 챙겨보지 못했지만 이 영화가 주는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챙겨보게 되었다.  최근 공포영화 문법들과는 많이 다른 연출방식이지만 오히려 그런 고전적인 연출 방법이 도리어 신선하게 느껴져서 좋았고 점프스퀘어 같은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묵직하게 짓누르는 듯한 공포감을 주는 스타일이 좋았다. 스멀스멀 다가오는 그림자를 이용한 연출기법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그 중에서도 거대한 손이 도시를 집어삼키는 장면은 고전적이지만 세련되고 직접적이지만 은유적인 복합적인 느낌이 드는 장면이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손꼽고 싶다. 유럽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마치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절의 중세 유럽에 있는 듯한 현장감과 공포감이 느낄 수 있었고 진짜 악마가 강림했구나 싶은 압박감마져 느껴져서 ..

영화&드라마 2025.03.28

이매큘레이트 (Immaculate, 2024)

성령으로 잉태한 수녀에 관한 영화. 영화의 분위기상 당연히 성령으로 잉태한 건 아닐테고 어떤 구린 짓을 감추기 위해 저런 쇼를 하고 있겠구나라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구도로 전개되길래 영화를 보면서 다소 김이 빠졌다.  하지만 큰거 한방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예수를 못박았던 말뚝에서 채취한 DNA를 통해 임신을 시켜 구세주를 출산하려 했다는 것. 전혀 예상 못한 괜찮은 소재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이끌어가기엔 다소 힘이 부족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여주인공의 열연은 꽤 인상적이었고 결말도 다소 충격적이라 나름 인상적인 여운을 남길 수 있었다.

영화&드라마 2025.03.10

더 캐니언 (The Gorge, 2025)

1년간 비밀 임무를 위해 큰 협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의 절벽에 각각 파견된 두 엘리트 스나이퍼 두 요원들은 우연한 계기로 접촉을 하게 되고 차츰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며 호감을 가지게 된다. 동시에 비밀에 가려진 협곡의 비밀도 알아가게 되는데... 넷플릭스류 B급 장르영화로서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였기에 상당히 즐겁게 감상했다. 일단은 설정이 너무 신선하고 호기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기에 초중반은 정말 흥미진진했고 협곡의 비밀이 생각보다 빨리 밝혀져서 의외였지만  그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액션씬들까지 후반부에 등장해서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까지 선사했다. 사실 협곡의 실체에 대해서는 이런 류의 영화들이 흔히 그러하듯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고 베일에 쌓인 채 끝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역시 기대하지 않았던 깔끔..

영화&드라마 2025.03.10

소년이 온다 <한강>

평생을 장르소설만 읽어온 내게 작가의 는 내가 읽은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삭작이었다. 편견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는 의외로 장르소설적인 재미가 있어서 놀랐다. 마치 미스터리 소설을 읽은 듯한 기괴한 설정에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질 정도의 묘사들도 적잖았기에 평소 즐겨읽는 장르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는 달랐다. 이 소설은 '고통' 그 자체였다. 놀라웠던 점은 영화를 보는 것 보다 더 생생하게 현장의 고통이 전해진다는 점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름 여러가지 매체들을 통해 그날의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점을 느꼈다. 지극히 한국적인 문장들과 표현이 많은데 외국인들은 어떤 번역본으로 ..

책&코믹스 202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