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코믹스

이상한 그림 <우케쓰>

거제리안 2023. 11. 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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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제0장. 문조를 보호하는 나무그림
모친을 죽인 소녀가 그린 그림을 분석하는 심리상담사의 하기오 도미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소녀는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하다 어머니를 죽이게 되었는데 소녀가 그린 그림 속에 새를 보고서 심리상담사는 소녀의 폭력성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이 후 소녀는 성인이 되었고 한 명의 어머니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글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제1장. 바람 속에 서있는 여자 그림
구리하라라는 청년이 선배의 소개로 알게 된 <나나시노 렌>의 블로그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블로그에는 신혼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의 일기가 연재되고 있었는데 아내의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이 쓰여져 있다.
아이는 임신 중 역아 상태로 들어서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 불행하게도 아내는 출산 중 사망하게 되고 이후 아내가 남긴 다섯장의 그림을 분석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림은 단순히 나중에 부부가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사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소름끼치는 비밀이 있었는데 그림들을 규칙에 따라 조합하게 되면 죽은 아내의 뱃속에서 나이 많은 여성이 아이를 꺼내는 듯한 모습의 그림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서술자인 구리하라는 일기와 그림을 분석해 보면 이 가정에는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아내의 유키의 죽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이야기 한다. 
블로그의 마지막에는 "당신을 용서할 수 없지만 사랑한다"는 늬앙스의 마지막 일기가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이 이야기는 끝난다.

제2장. 집을 뒤덮은 안개의 그림
아빠의 죽음으로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유타와 그의 엄마 나오미의 이야기.
나오미는 유치원에서 유타가 이상한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자신들의 집에 회색안개가 피어있는 듯한 모양의 그림이었다.
불안감이 감도는 가운데 나오미는 자신을 스토킹하는 남자의 존재를 눈치채는데 어느날 유타가 실종되는 일까지 발생하게 된다.
유치원 선생님은 평소 유타를 좋아하던 소녀 미우의 증언으로 회색안개가 있던 자리는 원래 삼각형을 그렸다가 지웠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유타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친구하지 않는 엄마 나오미가 사실은 삼각자로 유타를 학대한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은 이러했다.
유타는 실종된 것이 아니라 어렸을 적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어느 묘지를 찾아 갔던 것이고 그 묘지는 다름 아닌 친엄마 묘였다.
지금의 엄마 나오미는 엄마가 아닌 할머니였던 것이고 죽은 다케시는 남편이 아닌 아들이었던 것.
전날 나오미에게 꾸지람을 들은 유타는 어머니의 날 그림에 소소한 분풀이로 묘비를 그리려다 지우고 새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회색안개처럼 보이는 얼룩이 남았던 것이었다.
유타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어느날, 스토킹 남자가 다시한번 찾아오고 나오미는 유타를 지키기 위해 그를 칼로 찌르며 이야기는 끝난다.

제3장. 미술 교사의 마지막 그림
미술 교사 미우라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문사의 젋은 기자 이와타 슌스케는 미제 사건은 남은 은사 미우라의 죽음을 홀로 파헤치게 되는데 그의 선배 기자 구마이의 도움으로 많은 자료들을 모을 수 있었고 그가 남긴 마지막 그림을 보게 된다.
그 그림은 단순히 산의 경치를 그린 그림이었는데 왜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 저런 그림을 남겼는지 그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이와타는 주변인물들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한다.
용의자는 세명으로 좁혀지는데 그의 친구 도요카와, 학생 가메이도, 그리고 미우라의 아내로서 셋다 평소 미우라에게 강한 불만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와타는 미우라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 산에서 텐트를 치고 자게 되는데 마침내 그 그림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미우라는 산행날 오후에 죽은 것으로 되어있으나 그것은 범인의 트릭이었고 미우라는 다음날 아침까지 살아있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아침 햇살에 비친 풍경을 그림으로 남겼던 것.
그 사실을 알고 이와타는 가메이도를 범인으로 생각하지만 그날 밤 미우라는 텐트 속에서 범인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고 만다.
하지만 범인은 가메이도가 아닌 미우라의 아내였다. 
사실은 이러했다.
미우라는 아내한테 살해당하면서도 아내가 경찰에 잡혀가면 홀로 남겨질 아들을 걱정해 일부러 살해시간을 다르게 보이게 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던 것. 
아내는 미우라가 남긴 그림을 보고서도 자신의 알리바이에 도리어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라고 보고 처리하지 않았다.
(미우라가 그림을 남긴 의도는 이와타의 해석도 일리 있으므로 어느 쪽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 후 이와타의 시신이 발견되고 얼마 뒤 자신이 진범이라는 유서와 함께 자살로 위장된 도요카와의 시신이 발견된다.

제4장. 문조를 보호하는 나무그림
이야기는 처음의 그림으로 돌아간다.
제일 처음에 엄마를 살해한 소녀는 나오미였다.
나오미는 아버지의 자살로 멘탈이 나간 어머니가 자신을 학대하는 것 만큼은 참았지만 자신의 새를 죽이려 하자 새를 보호하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했다.
이후 어른이 된 나오미는 미우라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들 다케시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듯 했다.
하지만 미우라의 강압적인 훈육에 강한 불만을 가지게 된 나오미는 새를 보호하려던 그릇된 보호본능이 살아나 아들을 지키기 위해 미우라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미우라 살해에 성공하지만 도요카와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이후 도요카와는 나오미를 끝없이 협박하며 그 대가로 나오미의 몸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와타가 나타나 다시 남편의 죽음을 파헤치자 이와타를 죽이고 그 모든 죄를 도요카와에게 뒤집어 씌워 자살로 위장해 살해한다.
이후 성인이 된 다케시는 미우라의 제자이자 용의자 중 한명이었던 가메이다 유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둘은 결혼을 해 임신을 하게 되는데 나오미는 자신이 할머니가 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나오미는 "엄마"이고 싶었다.
그래서 나오미는 조산사이던 자신의 직업을 이용해 교묘하게 유키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하지만 유키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다섯장의 그림을 남겼고 다케시는 그녀의 그림 속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자살한다.
그가 남긴 마지막 원망의 문장 속 <당신>은 유키가 아니라 나오미였던 것이다.
나오미는 이후 할머니가 아닌 엄마로서 손자인 유타를 키우게 된다.
나오미가 자신을 스토킹 한다고 느꼈던 남자의 정체는 최초에 이와타에게 사건의 경위를 알렸던 그의 선배 구마이였다.
구마이는 이와타의 죽음 이후 극심한 죄책감과 회의감에 시달렸고 진범을 알게 되고 나서도 증거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는 죽음을 무릅쓰고 나오미에게 접근해 그녀를 현행범으로 잡히게 만들었다.
(일단 자신을 미끼로 던져 살인 or 살인미수 현행범으로 잡아넣은 후 과거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혀려던 것)
구마이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나나시마 렌 이야기의 화자 구리하라를 만나는데 구리하라는 렌의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구마이에게 전한다.
그리고 구마이는 구리하라의 권유대로 수술을 받고 건강해진 후 혼자 남겨진 유타의 보호자가 된다.
마지막에 유타의 친구 미우네 집에 초대받은 유타와 구마이의 모습으로 책은 끝난다.

 

서문에 등장하는 그림

 

작가의 전작인 <이상한 집>은 아쉽게도 여러 유튜버들이 다룬 내용을 이미 시청한 뒤였고, 또 리뷰들도 억지로 장편으로 만든 티가 나 아쉽다는 평가가 많아 따로 챙겨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후속작으로 나온 이 책을 집어들어 보았는데 두번째 장 나나시노 렌 블로그 이야기 역시 유튜브를 통해 이미 접한 내용이어서 지레 아쉬움을 느꼈지만 뒤에 세개의 챕터가 더 남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나갔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전작의 아쉬운 평을 의식했는지 작가가 아주 이를 갈고 썼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든 이야기였다.

편의상 제0장이라고 표현하는 서문과 마지막 제4장은 연결되는 이야기이므로 이책은 총 네개의 장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는데 제4장은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빼고 나머지 세개의 장은 각각의 장을 한편의 이야기로 치더라도 제법 훌륭한 단편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좋았다.

미우라 살인 사건을 다룬 제3장은 추리소설로서도 썩 괜찮았다고 본다. 

다만 미우라가 죽으면서 남긴 다잉메세지가 꼭 그런 식의 풍경화여야만 했을까만을 놓고 따지자면 약간 의아하다는 감상이 들긴하다.

굳이 힘들게 영수증을 접어가며 힘들게 그릴 수 밖에 없는 풍경화 말고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보면 너무 제목인 <그림>과 알리바이 조작이라는 트릭에 맞춰짜여진 약간은 억지 트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범인에 대한 반전이 놀랍기는 했지만 그것도 추리에 의해 드러나는 반전이 아니라 그냥 알고보니 아내가 범인 이라는 식이라 아쉬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네개의 장이 교묘하게 설계된 퍼즐처럼 짜맞춰진 구성이라 그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었다.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직설적이고 정보 전달 위주로만 쓰여진 문장들도 맛이 없어 시작은 아쉬웠지만 어느 새 이야기에 몰입해 그런 아쉬움은 느껴질 틈도 없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다.

보통 이런 단편식 구성은 챕터가 바뀔 때마다 분위기가 환기되면서 집중력이 약간 떨어지기도 하지만 이 책의 챕터들은 각각의 챕터들이 전 챕터와 조금씩 물려있는 영리한 방식을 썼기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쭉 읽어나갈 수 있었다.

분량이 비교적 길지 않은 편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문장을 곱씹는 맛은 다소 떨어지지만 재미는 보장하고 짦아서 가볍게 읽기 좋은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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