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소년시대 (Boyhood, 2023)

거제리안 2024. 1. 2. 15:10
반응형

 

<스포 있음>

 

오랜만에 국산 드라마를 하나 보았다.

순박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이지만 살벌한 외모로 인해 뜻하지 않게 학교 짱을 먹게 되는 내용의 "엔젤 전설" 이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이 드라마의 초반부는 비슷한 설정으로 시작되어 흥미로웠다.

'아산 백호' 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살벌한 싸움꾼 정경태와 비슷한 이름에서 비롯된 오해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찌질이' 장병태는 어쩌다 보니 학교의 짱이 된다.

물론 이를 의심하는 이들도 하나 둘 생겨나지만 어쩌다 보니 재수 좋게 의심이 무마되고 오해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계속 이런 식으로 다소 억지와 우연으로 드라마가 전개되는건 아닌가 하며 살짝 흥미를 잃어 갈 때쯤 기억을 잃었던 진짜 '아산 백호' 정경태가 등장하며 이야기의 변곡점이 발생하고 장병태가 '짱'으로서의 역할을 자신도 모르게 즐기기 시작할 때 쯤 정경태의 잃어버린 기억이 돌아온다.

그리고 6화에서 정병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때 쯤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폭등한 시기였으며 실제로 입소문을 듣고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한 나도 4화 정도 보면서 '생각보다 재미없는데..' 라며 흥미를 잃어가다가 이때 쯤 몰입도가 확 높아졌던 시기였다.

스토리가 아무리 심각하게 흘러가더라도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코믹함을 깔고가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장병태에게서 등을 돌렸던 모든 이들이 결국 장병태와 다시 손을 잡고 폭군이며 독재자인 정경태를 몰아내는 다소 뻔한 결말을 머릿 속에 그리면서 시청해지만 의외로 극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었다.

모든 것을 잃은 장병태는 정경태의 계략으로 아버지가 경찰에 잡혀가자 복수를 다짐하고 흑거미 지영에게 수련을 받으며 장경태와 졸개들을 하나하나 격파해 나간다는 전혀 예상 못한 복수극의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 찌질한 장병태가 마치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마냥 호쾌하게 일진들을 처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찌질한 캐릭터성을 유지해 나가면서 나름 현실적인 방법으로 한명한명 일진들을 격파해 나가던 장병태는 결국 친구들과 흑거미 지영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정경태 마저 쓰러뜨리는데 성공하고 부여농고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이 드라마를 끝까지 정주행 하게 된 동기의 80% 이상은 배우들의 명품 연기였다.

<미생>도 시청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임시완 배우의 연기를 이 드라마에서 처음 보았는데 평소 생각하던 그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찌질한 연기에 완전히 푹 빠졌고 그 외 조연배우들의 날 것과도 같은 연기들도 너무 훌륭해서 극의 몰입도를 한껏 높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더 글로리'와 같은 식의 드라마 구조에 매우 취약한 스타일이라 사이다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핵고구마 빌드업을 견디지 못해 스트레스로 인해 나가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이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는 진지한 대한민국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한다.

이 드라마 역시 비슷한 구조로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와 드라마 특유의 구수한 정서 때문이었다.

단점이 없는 아주 완벽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모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고, 나도 모르게 같이 주먹 쥐게 만들었고, 복수의 짜릿함에 소름까지 돋게 만든 경험을 하게 해준 드라마였기에 굳이 단점을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