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코믹스

고담센트럴 vol 1 - 4 (Gotham Central)

거제리안 2019. 12. 3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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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9일

시공북스토어 12월 블랙프라이데이 재정가 세트 구입

 

 

2005년도였던가 배트맨 빠돌이가 되기 전 <배트맨 비긴즈>를 보았을 당시가 기억난다.

<다크나이트>라는 걸출한 작품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배트맨 비긴즈>를 보았을 때의 그 임팩트와 여운을 잊을 수가 없다.

신기하게도 <고담센트럴> 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비슷한 기분이 든다.

이 작품은 기존 히어로 코믹스들과는 다르게 액션도 거의 없고 형사들의 동선을 따라다리며 쭉 읽다 보면 탐정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더 크다.

그래서 SF적 상상력이 난무하는 히어로물의 독자가 아닌 보통의 탐정소설을 읽고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를 관전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 용의자들을 마주하다가 갑자기 슈퍼빌런이 등장했을 때의 압도적인 힘과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무기력함, 절망감 등은 대단한 임팩트로 다가온다.

이번 1권에서는 <미스터 프리즈>가 등장을 하는데 <미스터 프리즈>가 이렇게 무섭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다.

동일하게 1권을 통틀어 몇장면 등장하지도 않는 배트맨이 지면에 짠하고 등장했을 때의 희열 또한 대단하다.

<배트맨 비긴즈>를 볼때 느꼈던 감동이 이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르네몬토야> <소여반장> 정도의 인물은 익숙하지만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처음 보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미국코믹스의 특성상 그렇잖아도 인물들간의 구분이 잘 안되는데 작화가마저 바뀌기 때문에 초반에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등장인물을 파악하고 나면 금새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배트맨의 비중이 작기 때문에 감상을 계속 미루고 있던 작품인데 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나 추천을 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2권에서는 <조커>가 등장을 한다.

최근에 토드 필립스 감독의 영화 <조커>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동시에 상업적 흥행에도 성공해 화제가 되었는데 이 <조커>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능력이 (거의) 없는 배트맨의 세계관에서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으나 조커라는 캐릭터는 현실적인 작품에서 그 광기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대단하지만 다른 빌런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조커 만의 범죄스타일도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여기저기서 매우 혼란스럽게 만든 다음 뒷통수를 치게 만드는 수법이 여기에서도 상당히 돋보인다. 


2권에서는 배트맨과 조커 간에 벌어지는 싸움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데 그 과정에서 경찰들도 여럿 희생된다.

그래서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전편에서 느낀 것보다 더 큰 무기력함을 맛볼 수 있다.

아울러 고담이라는 지긋지긋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많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통해서 정치적인 이유를 포함한 여러가지 이유들로 사람들이 배트맨에게 느끼는 반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직한 우군으로서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한 안도감 등 복잡다단한 여러가지 감정들을 동시에 잘 보여주고 있다.


등장하는 형사들의 대화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다이하드류의 영화들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내뱉는 시니컬한 농담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게 상당히 재미있다.

형사들 하나하나의 주변 묘사도 매우 충실해서 사람 사는 이야기도 녹아 있고 여러가지로 재미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보통 고담이라는 도시를 언급할 적에 <막장도시>의 대명사 정도로 묘사하고 있는데 코믹스 한페이지 읽어본 적 없는 사람도 영화매체 등을 통해 고담이라는 도시의 악명은 들어본 적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그 유명한 놀란의 <다크나이크> 시리즈만 보더라도 범죄자들이 활동하는 배경정도로만 인식될 뿐 크게 고담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고담 = 막장도시> 라는 인식이 당연시 되다보니 보니 어느 순간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는 당연한 사회적 통념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고담센트럴>을 읽게 되면 고담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피부로 와 닿는다.

고담에서 사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단지 광인들의 난동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정치와 경찰의 부패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보통 우리사회에 어떤 부패한 사건이 터졌을 때 배트맨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내뱉곤 하는데 그와 관련된 크리스챤 베일의 인터뷰가 생각한다.

"배트맨이 필요한 사회라면 이미 실패한 사회가 아닌가" 대충 이런 어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 리뷰를 쓰다가 삼천포로 빠졌다.


이번 <변종 순찰> 편에서는 부패경찰 <코리건>에 대한 에피소드가 제일 처음 등장한다.

이어지는 <캣우먼> 관련 에피소드와 가장 인상적이었던 <닥터 알케미> 관련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고담 형사들은 고담의 악당들만으로도 처치곤란인 와중에 다른 도시의 악당들까지 심문하러 다녀야 할 판이니 정말로 3D직종이 아닐 수 없다.

 

 

 

상당히 평이 좋은 작품이기에 안심하고 고른 작품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기대이상의 재미를 준 작품이다.

특히 이번 4편의 몰입도는 최고였다.

4편에서는 부패경찰 코리건에 대한 이야기와 로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로빈편에서는 틴타이탄즈가 고담 경찰서로 출두하는 장면이 나온다.

크리이시스 같은 대형 이벤트가 아닌 보통의 히어로 코믹스만 보더라도 그 어떤 코스튬을 걸친 자가 등장을 해도 이제는 사실 큰 감흥은 없다.

무감각하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담센트럴에서 틴타이탄즈가 등장하는 장면의 임팩트는 집앞 편의점에 가다가 골목에서 마치 아이돌그룹을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짜 로빈 로빈들을 조사하던 형사들이 그들의 부모와 주고 받는 대사 중에서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다.

 

 

사실 조커는 아직 아무짓도 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커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매우 효과적인 연출이다.

역시 고담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상당히 빡치는 내용이었다.

코리건 X새 라는 욕이 절로 나올 정도로 빡치는 전개였고 결말도 고구마라 더욱 그랬다.

다행히 이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 죽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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