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코믹스

스티븐킹 단편집 < 악몽과 몽상 1 >

거제리안 2020. 1. 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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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stephenkingfan.tistory.com/87

[조재형의 스티븐 킹]

1. Dolan's Cadilac

매우 평범한 남자의 아내가 조폭두목 돌란에게 살해당한다. 가슴 속에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한을 품은 매우 평범한 남자는 캐딜락을 타고 다니는 돌란에게 복수할 기회만을 노린다. 그는 드디어 매우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복수방법을 생각해내게 되는데, 그 실행과정이 너무나 처절하다.

정날 너무나 멋진 소설이다. 소설 내내 흐르는 그 처절한 분위기는 읽는이를 압도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평범한 남자와 돌란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은 마치 옆에서 목격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 짜릿한 감동의 순간!

어느날 스티븐 킹은 차를 타고 가다가 도로공사 중인 곳에서 교통체증에 시달린다. 그 때 킹의 차 바로 앞차가 캐딜락이었고, 그 근처에 하필 캐딜락만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걸 보고 문득 킹의 머리 속에 Dolan's Cadilac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막상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 킹은 팬들과 비평가들에게 수시로 과학적/기술적 세부묘사가 빈약하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특히 그를 자주 괴롭힌 비평가 이름이 N&D 작가후기에 실명으로 지목된다.) 더우기 Dolan's Cadilac은 주인공의 복수과정에 매우 수학적이고 물리학적인 설명이 필요한 소설이어서, 킹은 많이 고심했다. 그러다 어려서부터 천재라는 말을 듣고 자란 그의 형 데이브 킹에게 도움을 청했다.

킹의 설명에 의하면, 형 데이브는 아이큐가 150이 넘고, 18살에 대학을 졸업해 곧장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일했으며, 25살에 메인주 행정관리가 되었다. 정말 부러운 인생이 아닐수 없다. 형은 동생의 SOS 요청을 받고서 비디오테이프를 보내왔다. 그 테이프에는 움직이는 자동차의 물리적 특성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들어 있어서, 킹은 무사히 Dolan's Cadilac을 끝마칠 수 있었다. (킹에게 찍힌 그 비평가가 Dolan's Cadilac을 읽고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하다.) 형제는 용감했다...인가?

나는 길을 가다 아이디어를 찾아내서 이처럼 멋진 소설을 써내는 스티븐 킹의 꼼꼼하고 냉철한 관찰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나도 길을 걸으면서 지나치는 여성들의 얼굴과 몸매를 꼼꼼하고 냉철하게 관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나중에 나도 킹처럼 뭔가 대단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Dolan's Cadilac은 영화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조폭두목 돌란역에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예정되어 있다는데, 부디 소설만큼이나 분위기있고 처절한 영화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2. The End of the Whole Mess

천재 동생을 둔 형이 동생의 착한 행동을 고백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천재동생의 실제 모델은 킹의 형 데이브였다.) 평화로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착하게 되어 전쟁도 사소한 다툼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동생이 일을 저지른다. 그리고 동생의 바램대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착하게 변모하게 된다. 그러나 인위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 일인만큼 세상사람들은 그만큼의 부작용에 노출되게 된다.

차분하게 전개되는 이 소설은 동생을 바라보며 연민을 느끼는 형의 시선이 잘 드러나있다. 동생의 행동으로 세상이 이상하고 끔찍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과정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 흥미롭게 묘사되었다. 특히 맨마지막 부분을 마무리짓는 스타일에서 킹의 솜씨가 돋보인다. 그 기괴하고 씁쓸한 분위기의 마무리가 나처럼 섬세한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이 소설대로 인간들이 쓸모없게 되면 세상은 누가 지배하게 될까? 나는 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3. Suffer the Little Children

초등학교 여교사 미스 시들리는 아주 무서운 선생님이다. 수업중에 딴짓하는 아이들을 따끔하게 혼내주는 일에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우연히 반 아이 중 한명이 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더 끔찍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괴물로 변하는 아이들의 수가 점점더 늘어만 간다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과연 미스 시들리의 눈높이 교육은 무사히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Suffer the Little Children은 원래 78년도 킹의 첫 단편집 Night Shift에 수록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책의 분량이 너무 두꺼워질것을 우려한 편집자와의 투표 끝에 탈락하고만 비운의 단편이다. (그때 킹이 탈락후보로 생각한 작품은 Gray Matter였다. 맥주을 잘못 마신 아버지가 괴물로 변한다는 단편.) 이런 멋진 소설이 탈락이었다니! 난 이 소설이 매우 맘에 들었다. 주인공이 처한 위기상황이 점점더 그녀를 압박하는 전개가 흥미진진했다. 킹도 Suffer the Little Children이 레이 브래드버리라는 작가의 소설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서 맘에 쏙 든다고 말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SF작가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니지만,-대표적으로 시공사에서 출간된 "화씨 451도"- 실제로는 SF보다는 다른 형식의 소설이 더 많다고 한다. 그의 소설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는 공포소설 베스트 10에 선정된 불후의 명작이다. 도대체 어떤 책인지 구경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4. The Night Flier

3류잡지 기자가 비행기를 몰고 다니며 엽기적 살인행각을 벌이는 흡혈귀를 추적한다. 흡혈귀를 쫓는 사람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잠자다 깜짝 놀라 모기를 쫓는 혼란스런 아저씨의 심정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을까?

The Night Flier에서 기자로 등장하는 Richard Dees는 79년작 Dead Zone에서도 등장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나는 데드존을 아직 못읽어봤음.) 자칫하면 1회용으로 끝날수도 있었을 지나가는 캐릭터를 다시 불러내 재활용하는 킹을 통해 우리는 그의 섬세한 캐릭터사랑을 엿볼수 있다. (뭔 소리냐?)

비행기를 조종하는 흡혈귀가 등장하므로 비행기와 공항이 자주 등장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기자도 비행기를 몰게 되는데 그 격렬한 착륙순간의 묘사가 일품이다. 후반부에 기자가 흡혈귀와 직접 마주치게 되는 장면은 긴장감의 극을 달린다. 연약한 인간과 상대적으로 강자인 흡혈귀의 만남은 읽는이에게 인간은 약자일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마늘을 다져서 온몸에 마구마구 발랐더라면 흡혈귀도 조금은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마늘인간 대 흡혈귀의 대결이라...)

The Night Flier는 영화화되었으며, 국내에 "나이트 플라이어"라는 제목으로 비디오출시되었다.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보면 있을 것이다. 만약 없다면 비디오가게에서 난동을 부려서 (자기 손을 깨물어 피를 쪽쪽 빨아먹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주인아저씨가 테이프를 구해오게 만들자. 난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국내 극장개봉 당시 영화잡지들의 평은 별로 호의적이지 못했다.


5. Popsy

한 남자가 쇼핑센터에서 서성거리던 꼬마를 유괴한다. 꼬마를 차에 집어넣고 쏜살같이 운전해서 도주하는데, 꼬마가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고장낼 정도로 무척 힘이 세다. 주사바늘로 겨우 꼬마를 진정시키지만, 꼬마가 자꾸만 "팝시가 와서 유괴범을 혼내줄것이다"라고 겁을 준다. 그럼에도 유괴범은 흔들리지 않고 운전을 계속 하는데,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참으로 오묘하고 재미있는 소설. 군더더기없이 스피드있는 전개에 공포소설 특유의 분위기가 원없이 묻어나는 정통호러. 유괴범의 시점에서 사건이 벌어지니 흥미만점의 스릴이 만발한다.


6. It Grows on You

스티븐 킹 초기 작품들의 무대가 되었던 캐슬록마을 노인들이 모여서 언덕위의 집을 이야기한다. 캐슬록마을 언덕 위에는 집 한채가 서있다. 공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남자의 집인데 공장이 다른 마을에 있어서 캐슬록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굉장히 비대한 몸집의 부인이 있으며, 그 부인이 기형아를 출산했고, 언덕 위의 집을 지을때 캐슬록마을 사람들을 인부로 쓰지 않고 다른 마을사람들을 데려다 쓰는 등의 일로 캐슬록 마을사람들은 그 언덕 위의 집을 두고 별의별 안좋은 소문을 다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언덕 위의 집이 점점더 커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조금씩 조금씩 방이 늘어나고 새로 지붕이 올라가고 해서 집이 커지는 것이다. 과연 그 속에 숨어있는 기괴한 사연은?

It Grows on You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캐슬록마을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였지만, N&D에 수록하면서 킹이 캐슬록을 배경으로 다시 고쳐썼다고 한다. 노인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므로 소설은 참으로 여유롭게 느리게 진행된다. 소설내용이란게 언덕 위 집에 이런저런 소문이 도는데 집이 또 커졌더라는 식으로 느릿느릿 반복되다보니 참을성없는 사람이라면 책을 덮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결말부분에 나오는 음산한 여인의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참고 읽을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7. Chattery Teeth

세일즈맨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들에게 줄 선물로 태엽을 감으면 덜그럭거리며 걸어가는 이빨모양 장난감을 산다. 그리고 스티븐 킹의 음모에 의해 히치하이킹하는 껄렁껄렁한 소년을 차에 태워주게 된다. 자 이제 세일즈맨과 껄렁소년과 덜그럭이빨 사이에 진퇴양란-쓰리쿠션-삼각관계가 형성되고, 그들의 앞날에 처절한 폭력이 난무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빨장난감이다. 그래서 기뻤다. (뭔 소리냐?)

이 소설은 두편의 에피소드가 합쳐진 믹 개리스 감독의 TV영화 "Quicksilver Highway"의 첫번째 에피소드로 만들어졌다.


8. Dedication

사고로 죽은 폭력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소설가로 키워낸 흑인여성이 주인공이다. 아들의 첫 소설책이 그녀에게 도착하자 감격한 그녀는 친구에게 자신이 아들을 재능있는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려고 얼마나 "헌신"적인 행동을 했었는지 고백한다. 오래전에 막 아들을 임신했었을때 호텔청소원으로 일하던 그녀가 맡은 방에 유명한 소설가가 투숙한다. 아주아주 인간성이 나쁜 작자였다. 하지만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엽기적인 일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라서...

킹이 Dedication을 쓰게 된 동기는 수년전에 아주아주 너무나 위대한 대소설가를 만났을 때였다.(지금은 고인이 된 그 양반의 이름을 킹은 밝히지 않았다.) 존경하던 그 사람을 만나고 보니 실망스럽게도 인간성이 개떡같은 사람이었다. 킹의 고민은 그때부터 계속된다. 그토록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킨 재능있는 소설가가 왜 인간성은 수준이하인 것일까? 고민끝에 킹은 Dedication을 쓰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재능있는 소설가의 인격적 결함의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임신한 흑인여성이 겪게 되는 신비스런 체험이 스산하게 펼쳐지고 있다. 거기에다 의문에 싸인 할머니의 등장이 읽는이를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할머니의 과격한 활약상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게 된다. 이 소설 너무 멋진 심리소설이다. 과격한 액션은 안나오지만 인물들의 심리가 빚어내는 음산한 분위기는 이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스티븐 킹 당신은 천재야!

Dedication은 그후 Dolores Claiborne이라는 작품을 쓰는데 밑거름이 된 작품이라고 한다.


9. The Moving Finger

한 남자가 자기집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조심조심 화장실에 가보니 세면대 물빠지는 구멍으로부터 손가락 하나가 삐죽 나와서 움직이고 있다. 그 손가락모양의 생명체는 세면대 밑의 구불구불한 파이프관을 타고서 구멍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그 손가락의 정체는 대체 뭘까? 보통사람같으면 경찰에 신고했겠지만, 소심한 주인공은 그만 자기 혼자서 손가락을 상대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불행이 시작된다.

너무너무 신기한 소설이다. 자신의 집 화장실 세면대에 손가락이 불쑥 나와 있다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발가락이었다면 코미디였겠지만, 손가락이었으니 공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킹은 개인적으로 이 소설처럼 아무 이유없이 사건이 벌어지는 소설을 좋아한다고 한다. 괴물이 나타났는데 이유가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이 괴물과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하는 것이다. 나도 이렇게 단순과격한 면도 너무나 좋아한다. 그리고 이 소설 The Moving Finger는 아무이유없이 공포스런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너무나 명확하게 흥미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역시 Simple is Beautiful이다.

이 소설의 끝부분은 명확한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고 독자의 상상력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화장실에서 기진맥진해 버린 우리의 주인공은 어떻게 되었을지 참 궁금하다.


10. Sneakers

계약직으로 음악스튜디오에서 믹싱일을 하는 남자가 겪는 오싹오싹 공포체험. 그가 스튜디오건물 화장실에 갔을때, 좌변기 첫째칸의 닫혀진 문 밑으로 운동화를 보게 된다. 변기에 앉아있는 사람(?)이 신고 있는 운동화. 여기까진 아무 이상이 없다. 그런데 그 후로 화장실에 갈때마다 항상 첫째칸의 닫힌 문 밑으로 그 운동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화 곁에는 죽은 파리들이 쌓이고. 과연 그 첫째칸에는 어떤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일까? 아르바이트생은 그 생각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친다. 부르르르~

개인적으로 N&D에서 가장 오싹한 상황을 설정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화장실에 갔는데 항상 같은 자리에 같은 사람이 앉아 있다면 너무 무서운 나머지 변비에 걸리지 않겠는가? 더우기 그 사람(?)의 신발 주위에 죽은 파리들이 널려 있다면 너무너무 무서운 나머지 그때의 변비는 유산균 요구르트 한상자로도 치유될 수 없는 불치병이 될 것이 틀림없다.

Sneakers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계속 첫째칸 속의 인물이 주는 긴장감이 이어지다가 결말이 너무 싱겁게 끝나는 감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어두운 비밀이 폭로되고나서 뭔가 또다른 사건이 이어질것 같은데 이제 그만~이라면서 끝을 내니까, 마치 나이트갔다가 댄스타임에 신나게 막춤만 추고 정작 부루스타임에서는 밖으로 쫓겨난 듯한 기분이다. 나이트에서 부루스를 추지 못했다면 나이트에 아니간 것만 못하지 아니한가!


11. You Know They Got a Hell of a Band

두 남녀가 자동차로 여행하다 그만 길을 잃고 Rock and Roll Heaven이라는 동네에 들어오게 된다. 그 동네는 유명한 락음악인들이 사는 동네였다. 죽은 음악인들이. 이 동네의 시장님은 누구일까요? 정답은 책 속에.

이 소설은 왜 락스타들은 어린 나이에 죽거나 약물과다 복용과 같은 끔찍한 상황에서 죽을까하는 의문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킹은 화려한 면에 가려진 그들의 어두운 면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매우 심각하지는 않다. 이 소설은 킹을 비롯한 수많은 공포작가들이 즐겨쓰는 전형적인 낯선 마을이야기이다. 길을 잃고 낯선 마을에 들어섰는데 정말로 이상한 마을이더라는 형식. 그 낯선 마을의 공포를 이 소설은 락스타들을 이용해서 흥미롭게 보여준다.


12, Home Delivery

섬마을 처녀 매디는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에 매사에 수동적이고 나약한 성격이다. 그러다 섬마을 청년을 만나 결혼하면서 사랑의 힘으로 비로소 자신과 남편의 삶에 긍정적인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첫아이를 임신하고 얼마 안되서 남편은 새우잡으러 바다에 나갔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 익사한다. 무너지는 매디의 마음. 그러나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온세상이 왠일인지 좀비세상이 된 것이다. 무덤에서 기어나온 좀비가 세상사람들을 공격하더니 급기야는 백악관을 공격해 대통령까지도 먹어치운다. 매디가 사는 섬도 비상사태다. 하나뿐인 마을무덤에서 좀비들이 뛰쳐나온 것이다. 그리고 불쌍한 주인공 매디에게도 두려운 선택의 순간이 돌아오고야 말았다. 그녀의 비극에 누구나 마음이 아플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좀비라는 캐릭터를 매우 좋아한다. 외모같은 겉치례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그 소탈한 모습.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절대로 뛰어다니지 않은 그 여유로움. 먹을 것이 생기면 모두 모여 함께 뜯어먹는 정다운 공동체의식. 세상사람들이 좀비와 같은 자세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백배정도 나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Home Delivery에는 내가 좋아하는 좀비가 우글우글 등장한다. 그래서 신났다. 게다가 보너스로 우주전쟁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또 신났다. B급 호러소설다운 활기찬 소재와 사건전개가 기분 좋았다. 그런데 안그래도 불쌍하게 성장한 여주인공이 너무도 가혹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왜 착한 사람들은 행복을 얻기가 이다지도 힘든 것인가? 재기발랄한 B급 호러소설 속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는 슬픔의 정서로 인해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슬픔을 승화시켜 희망을 잉태시키는 작가의 긍정적인 시선에 나도 모르게 기쁨의 눈물이 한줄기 흘렀다. (뭔 소리냐?)

킹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영화 3부작을 모티브로 해서 동료작가들과 단편집을 펴내기로 하고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단편집의 이름은 "Book of the Dead".



출처: https://stephenkingfan.tistory.com/87 [조재형의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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