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보 이즈 어프레이드 (Beau Is Afraid, 2023)

거제리안 2023. 8. 21. 15:20
반응형

 

 

<스포 있음>

 

 

아리 애스터 감독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

A급 영화가 아닌 마이너한 B급 호러영화를 볼 때는 영화를 보기전 사전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끔 네이버 평점이나 블로그 리뷰 등을 찾아보고 선정 기준을 잡기도 하는데 그런 일반인들의 감상평이 좋지 않을수록 재밌다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이 영화는 마이너는 아니고 A급에 가까운 영화지만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는 것을 보고 아마 재밌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게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영화였다.


영화는 주인공 보가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런 일종의 로드무비 같은 형식으로 진행된다.

보는 온갖 해괴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워낙 일반적이지 않은 일들이라 처음에는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보의 정신세계를 나타낸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묘하게도 영화를 보다보면 현실과 환각의 경계가 뒤섞여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해를 하면서 보려고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줄을 놓게 되는데 오히려 정신줄을 놓고 되면서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는 결말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다만 그 여운만은 엄청나게 남았기 때문에 온갖 리뷰들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러고 나서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장면 중에서 물 위에 띄워놓은 보트를 가지고 놀던 아이가 엄마에게 붙들려 가는 순간 보트가 뒤집히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이 영화의 한줄 요약이었다. 

히스테릭한 엄마와 불안장애를 가진 아들. 

그런 엄마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아들이 결국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그런 이야기였다.

영화의 초반에서 중반부까지는 너무 좋았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미스테리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여긴 어디? 난 누구? 를 반복하는 전형적인 미스터리 영화의 구조와 분위기라서 딱 좋았다.

교통사고 이후 정체불명의 집에서 생활하는 장면까지도 좋았는데 이 후 숲속을 떠돌면서 연극 무대와도 같은 비쥬얼이 펼쳐지며 현실이 아닌 듯한 상황이 펼치지는 장면들은 다소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마치 뮤지컬 같은 저런 연출은 좋아하지 않지만 보의 내면을 좀더 깊숙히 알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

후반부 엄마와 조우하는 장면부터는 다시 미스터리극으로 흘러가며 중반부에서 다소 흐트러졌던 집중력을 모을 수 있었다.

후반부로 가면 다소 충격적인 반전들이 등장한다.

일단 극빈층의 삶을 사는 보가 알고보니 금수저였다는 사실에서 경악했다. 

엄마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는 것은 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보가 지금까지 만났던 인물들이 대부분 엄마가 고용한 사람들이었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보의 첫사랑과도 같은 존재였던 일레인의 등장도 놀라웠지만 갑지기 이어진 베드신과 사망.

보가 다락에서 목격한 또다른 자신과 거대한 남성기의 모습을 한 아버지의 존재.

후반부는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연이은 충격적인 사건들의 대부분은 엄마와 연루되어 있어 마치 트루먼쇼의 다크 버전과도 같은 설정이었다는 것 역시 놀라웠다.

거기까지는 딱 좋았는데.

보트를 타고서 이어지는 재판 장면은 좀 오버였지 않았나 싶다.

물론 상징적인 장면이긴 하지만 이 엔딩 장면은 좀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아구가 딱딱 들어맞지 않아도 그 과정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주는 영화면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였다고 평가하는 편인데 그런 맥락에서 보면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영화였다.

중간에 들어간 연극적인 연출이나 중간중간 코믹하게 느껴지는 장면들로 인해 다보고 나면 호러 영화가 아닌 블랙코미디 소동극을 본 듯한 여운이 남는데 연극적 요소를 제거하고 엔딩의 재판장면등을 없애고 완전한 미스터리 영화로 했어도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호러, 스릴러 영화의 팬으로서 그런 정통 미스터리 영화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예술 영화를 한편 본거 같은 묘한 감상도 나쁘지 않았다.

감독의 전작 들인 유전이나 미드소마도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이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드니 빌뇌브 감독처럼 필모 하나하나가 취향저격인 작품들로 꽉꽉 채워지는 보석 같은 감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기대감이 든다.

 

반응형

'영화&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익스트랙션 (Extraction, 2020)  (0) 2023.08.21
악귀 (Revenant, 2023)  (0) 2023.08.21
부적 (Amulet, 2020)  (0) 2023.08.11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Guardians of the Galaxy Vol. 3, 2023)  (0) 2023.07.19
범죄도시3 (2023)  (0) 2023.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