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구성과 줄거리,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소설은 흔히 말하듯 “시속 100km 속도로 읽힌다.” 한번 손에 잡으면 어지간히 급한 일이 아니고선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몰입의 쾌감을 제대로 느끼는 시간이다. 국내에 스릴러물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시기는 2000년대 이후다. <미스터리>의 박광규 편집장은 “셜록 홈즈나 괴도 루팡 등 2000년대 이전에 유통된 작품도 많지만 해외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이후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정통 추리, 하드 보일드, 법정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 쏟아졌다”라고 말한다.
최근 발표되는 스릴러물은 현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해 더욱 속도감 있게 읽힌다. 단순한 탐문 수사는 물론이고 범죄 심리학, DNA 검사, 행동 분석 등 과학적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촘촘하고 탄탄한 구성을 선보인다. 출간되는 책이 가장 많고 팬층도 두터운 장르는 공포, 서스펜스 & 스릴러, 그리고 추리 3가지로 각 장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먼저 공포 소설. 18세기부터 유행한 장르로, 중세 시대 어두운 지하 감옥이나 성을 배경으로 사람이 사라지거나 살해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공포심을 극대화한다. 귀신이나 드라큘라, 초자연적인 현상 등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윌리엄 벡퍼드의 <바텍Vathek>(1786), 앤 래드클리프의 <유돌포의 괴기The Mysteries of Udolpho>(1797> 등이 최초의 공포 소설로 꼽힌다. 서스펜스와 스릴러는 보통 혼용된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불안과 긴장, 스릴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 충격과 공포의 강도는 스릴러물이 더 센 경우가 많다. 추리 소설은 스스로 탐정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가는 재미가 있는 장르다. 단서와 정황을 근거로 추리를 펼치다 보면 짜릿한 쾌감까지 느껴진다. 추리 소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는 에드거 앨런 포.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1841년)에는 탐정 듀팡이 등장하는데 이는 훗날 <셜록 홈즈> 같은 정통 추리 소설의 아이디어가 되었다.
여기 소개하는 책은 2000년 이후 국내에 소개된 약 1500종의 책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고른 것으로 계간 <미스터리> 박광규 편집장, 한국추리작가협회 한이 사무장, 추리소설 작가 김종일과 정명섭, 출판사 황금가지 편집자 김준혁 부장이 추천했다.
Horror 체온이 1°C는 낮아지는 것 같은…
1 미저리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04년 전 세계 3억5000만 부의 누적 판매량을 자랑하는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의 대표작이자 영화 <미저리>의 원작. <그린마일>, <쇼생크탈출>, <미래의 묵시록>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스티븐 킹의 소설은 치밀한 구성뿐만 아니라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도 유명하다. <미저리>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폴 쉘던이 교통사고를 당해 간호사 앤의 집에 갇히면서 끔찍한 상황을 맞는다는 내용. 책은 영화보다 훨씬 잔인하다. 영화에서는 탈출을 시도한 폴 쉘던의 다리를 앤이 해머로 내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책에서는 발목을 톱으로 잘라버린다. 섬뜩할 정도로 리얼하게 묘사한 대목이 많다.
2 폐허
스콧 스미스, 비채, 2008년 <심플 플랜>으로 일약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미국의 스콧 스미스가 13년 만에 내놓은 호러 걸작. 멕시코의 마야 유적을 찾아 떠난 6명의 청춘남녀가 언덕 위의 유적에 갇혀 식인 식물과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앵무새처럼 사람 소리까지 내는 ‘괴물’에 의해 한 명씩 차례로 죽음을 맞으면서 남은 이들은 미쳐간다. 고립된 공간에서 죽어가는 인물들의 심리와 공포를 리얼하게 묘사한 수작이다.
3 이프
이종호, 황금가지, 2006년 국내 스릴러 작가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종호의 작품. <분신사바>, <흉가> 등의 작품을 거치면서 구성이 더욱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소설은 서울에서 의문의 자살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달리는 전철에 몸을 던지고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신문 기자 도엽은 취재 과정에서 이들에게 공통분모가 있음을 알아낸다. 죽기 전 ‘스벵가리의 선물’이란 동영상 메일을 받은 것. 동영상은 다음 희생자를 보여준다. 그들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던 어느날 도엽에게 ‘스벵가리의 선물’이 도착하는데…. 충격적 반전이 압권이다.
4 살렘스 롯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05년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작품. 1970년대 중반에 발표한 작품이지만 여전히 서늘한 공포를 느끼게 해 ‘역시 스티븐 킹’이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배경은 살렘스 롯이란 작은 마을. 흉가로 알려진 집에 한 남자가 자리를 잡으면서 기이한 사건과 죽음이 연달아 벌어진다. 지친 타지 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소설가 벤이 사건에 뛰어들어 조사를 시작한다. 그를 중심으로 몇몇이 합세해 사건을 파헤 치면서 서서히 끔찍한 실체가 드러난다.
5 20세기 고스트
조 힐, 비채, 2009년 조 힐은 스티븐 킹의 둘째 아들. 이 책으로 세계 최고 호러 소설에 주어지는 브램 스토커상과 브리티시 판 타지상을 수상했다. 15편의 중ㆍ단편으로 이뤄진 소설집으로 단순히 무서움이나 불안감을 주기보다 세련된 상상력과 저변에 깔린 가족애를 통해 애틋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 많다. 자폐아 소년의 비밀스러운 능력을 그린 <자발적 감금>, 외로운 한 소년과 ‘플라스틱 풍선 소년’의 우정을 그린 <팝 아트> 등이 대표적이다.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체가 인상적이다.
6 세계대전 Z
맥스 브룩스, 황금가지, 2008년 좀비 소설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작품.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2003년)를 내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맥스 브룩스는 이 책으로 장르 소설 전쟁 부문 50주간 1위(아마존 집계)를 기록하며 또 한 번 홈런을 쳤다.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의 감독 마크 포스터와 브래드 피트가 2012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하고 있다. 전 세계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가상의 미래, 이에 맞서는 인류의 생존기를 보고서 형식으로 보여준다. 좀비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하던 순간부터 최후의 모습까지를 다루는 만큼 스케일이 장대하다. 2006년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7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4
이종호 외, 황금가지, 2010년 현재까지 5권이 나온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 단순한 괴담이나 으스스한 이야기 대신 사회 부조리나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단편작을 여럿 수록하고 있다. 스릴러와 공포, 코믹 사이를 분주히 오가다 갑작스러운 결말로 묘한 여운을 남기는 이종권 작가의 <오타>가 특히 인상적이다. 한국 공포 문학의 현주소를 알고 싶다면 빠뜨려선 안 되는 작품.
8 야시
쓰네카와 고타로, 노블마인, 2006년 제12회 일본 호러 소설 대상 수상작. 쓰네카와 고타로는 1973년생의 젊은 작가로 그간 <천둥의 계절>, <가을의 감옥> 등을 썼다. <야시>로 일본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 최종 후보에 올랐을 만큼 문장과 구성이 뛰어나다. ‘야시’는 ‘일단 발을 들이면 뭔가를 사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는 밤의 공간’을 뜻한다. 동생의 영혼을 야시에서 팔고 마법의 재능을 산 주인공이 다시 동생을 되찾기 위해 찾아나서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몽환적이면서도 서늘한 느낌을 주는 일본 공포 소설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9 도시 탐험가들
데이비드 모렐, 비채, 2007년 전 세계 26개국에서 18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데이비드 모렐의 작품. 영화 <람보>의 원작인 <퍼스트 블러드>로 데뷔한 이래 발표하는 소설마다 큰 화제를 모은 그는 이 작품으로 2006년 세계 최고의 호러 소설에 수여하는 브램 스토커상을 수상했다. 아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뉴욕 타임스>기자 발렌저는 ‘도시 탐험가’들과 함께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패러곤 호텔 탐색에 가담한다. 도시 탐험가는 버려진 건물에 몰래 잠입해 탐사를 진행하는 사람. 칠흑같은 폐허의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8시간 동안의 이야기로 인간의 탐욕과 광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과연 버려진 건물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괴물의 정체는?
10 리시 이야기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06년 예술과 광기, 사랑과 죽음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로 스티븐 킹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2007년 출간 즉시 아마존닷컴 판매량 1위에 올랐다.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남편인 스콧 랜던이 죽고 혼자 남은 리시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광적인 독자는 남편의 유작을 노리고 그녀를 협박한다. 남편의 원고에서 실마리를 찾아 ‘부야문’이란 환상 세계를 찾아낸 리시는 그곳에서 치유를 얻고 협박자로부터 자유로워지지만 남편이 끝내 비밀로 한 두려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11 살인예언자
딘 쿤츠, 다산책방, 2008년 세계적 거장 딘 쿤츠가 서스펜스에서 호러물로 돌아와 발표한 ‘오드 토머스’ 시리즈의 첫 작품. 출간하자마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즈피코문도라는 작은 도시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오드 토머스는 연인 스토미 르웰린과의 결혼을 꿈꾸는 평범한 청년이다. 죽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그가 어느 날 한 남자의 얼굴에서 대량 학살의 징후를 발견한다. 이를 위해 몸을 던지는 ‘살인예언자’ 오드 토머스와 그를 쫓는 범죄 조직의 추격, 이 과정에서 마주하는 공포가 숨 가쁘게 이어진다.
12 스켈레톤 크루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06년 공포 소설의 영원한 아이콘, 스티븐 킹의 단편모음 집이다. 심벌즈를 칠 때마다 사람이 죽는 기묘한 상황의 중심에 있는 원숭이 인형등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담은 22편이 실려 있다. 이 중 최고의 작품은 상권에 실린 중편 <안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으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인간임을 새삼 실감케 한다.
13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창해, 2004년 제4회 일본 호러 소설 대상 수상작. 우리나라에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일본에서는 최고의 인기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기시 유스케의 대표작이다. 전작인
Suspense & thriller 초조하고, 스릴 넘치는 독서
14 심플 플랜
스콧 스미스, 비채, 2009년 “일단 읽어라. 지금껏 이 책에 견줄 만한 서스펜스는 없었다.” 이 책을 읽은 스티븐 킹의 말이다. 스콧 스미스는 이 책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는데 발표 당시 “데뷔작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구성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았다.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으로 <뉴욕 타임스>의 ‘올해 주목할 만한 책’에도 선정됐다. 추락한 비행기에서 나온 거액의 돈 가방을 주운 형제와 형의 친구는 이를 사이좋게 나눠 갖기로 한다. 하지만 평화는 잠시. 돈을 둘러싼 의심과 갈등, 욕망이 싹트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간다. 행크라는 동생의 시점으로 쓰여 있는데다 전개가 빨라 몰입감이 대단하다. 눈 덮인 작은 마을이 배경이라 긴장감도 높다. 미국에서만 100만 부 넘게 팔렸다.
15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북 로드, 2011년 남편 사업을 도우며 간간이 자비로 추리소설을 내던 독일의 넬레 노이하우스는 이 책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법학 전공자답게 수사와 재판의 허점을 잘 파고들었다. 독일의 폐쇄적인 작은 마을 타우누스가 배경. 청년 토비아스는 여자 친구 둘을 죽이고 사체를 유기했다는 죄목으로 10년간 옥살이를 하고 마을로 돌아 오지만 그에게는 사건과 관련한 아무런 기억이 없다. 그가 마을로 돌아온 이후 아멜 리라는 젊은 여자가 실종되고 사건 해결을 위해 베테랑 형사 보덴슈타인과 젊은 여형사 피아가 파견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여러 명의 주민이 용의자로 의심받으며 한명 한명을 수사선상에 놓고 범죄를 재구성하는 재미가 탁월하다.
16 사라진 내일
리 차일드, 오픈하우스, 2010년 잭 리처라는 사립 탐정의 활약을 그린 시리즈물로 전 세계에 2000만 명 이상의 독자를 거느린 리 차일드의 최근작이다. 잭 리처 시리즈는 작년까지 14권이 출간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잭 리처는 어디에도 적을 두지 못하고 미국 전역을 떠도는 헌병 출신의 젊은 남자. 어느 날 뉴욕 지하철 안에서 폭탄 테러범으로 보이는 여자를 발견하는데, 그를 본 여자는 권총 자살을 한다.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배후 조직이 나타나고, 유명 정치인의 훈장에 담긴 비밀과 우크라이나 출신 미녀의 등장이 스릴을 더한다. 온몸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잭 리처의 활약은 호쾌하고 장대한 액션 신과 함께 펼쳐진다. 마치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문장이 간결해 속도감 있게 읽힌다.
17 블랙 에코
마이클 코넬리,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년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탐정 소설 주인공 중 하나가 된 해리 보슈가 처음 등장하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캐릭터가 생생하고 짜임새가 탄탄하다. 최고의 스릴러 작가로 평가받는 마이클 코넬리는 이 작품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에드거 상을 수상했다. 월남전 참전 경력이 있는 할리우드 경찰서의 형사 해리 보슈는 자신의 군대 동료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건에 뛰어든다. 살인 사건에는 1년 전 있던 LA 최악의 은행 강도 사건이 엮여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거대한 음모가 나타나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읽을 수 있다.
18 비트 더 리퍼 : 어느 의사의 고백, 나는 킬러였다!
조시 베이젤, 황금가지, 2011년 무섭고, 공포스럽고, 잔인한 소설을 상상한다면 오산. 출간 당시 미국에 블랙 코미디 열풍을 일으킨 작품으로 전직 살인 청부 업자인 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다. 창작으로 학사 학위를 받고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의사 자격증을 딴 조시 베이젤은 ‘의사 주인공’의 심리와 일상을 실감 나게 펼쳐보인다. 의사가 된 후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피터가 주인공. 불행은 어느 날 자신의 과거를 아는 환자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과거 마피아이자 말기 암 환자인 그는 자신이 죽으면 마피아에게 밀고하겠다고 협박하는데…. 여덟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빠른 필치로 풀어내 재미있게 읽힌다. 2009년 미국의 주요 언론사와 출판사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소설’상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19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열린책들, 2005년 스파이 스릴러의 대가 존 르 카레의 대표작. 영국 외무부에 근무한 전력을 바탕으로 정보전과 첩보전을 깊이 있고 생생하게 그려냈다. 소설은 1960년대 케임브리지 출신 엘리트가 소련 이중 간첩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영국을 충격에 빠뜨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정보부 권력 대결에서 밀려 은퇴한 조지 스마일리는 영국 정보부 안에 구소련이 심어놓은 고위층 두더지(스파이)를 찾아 내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누군가를 심문할 수도, 도청할 수도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하나씩 천천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스파이 스릴러에 늘 등장하는 액션과 긴장감 없이도 재미와 스릴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20 언더 더 돔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10년 스티븐 킹의 상상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작품. 어느 날 갑자기 인구 1000명의 마을을 덮어버린 거대한 투명 돔, 그리고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을 소재로 삼았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사회에서 권력을 욕심내는 자와 그에게 휘둘리는 우민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사람들의 숨 막히는 싸움이 시종일관 흡인력 있게 펼쳐진다.
21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 2004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2010년 개봉작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이자 현대 미국 스릴러 작가 중 첫손에 꼽히는 데니스 루헤인의 베스트셀러. 중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만을 가둔 셔터 섬에 찾아온 두 명의 연방 보안관은 셔터섬 정신병동에서 행해지는 은밀하고 잔악한 뇌 시술의 단서를 잡고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를 어렵게 느낀 이라면 사건과 상황의 전후를 체크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듯. 탄탄한 구성과 충격적 결말이 압권.
22 악의 영혼
막심 샤탕, 노블마인, 2011년 영미권 스릴러가 오랫동안 주목받아온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북유럽 국가와 프랑스, 스페인 등의 작품도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 작가 막심 샤탕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사실적이면서도 잔혹한 묘사로 정평이 나 있다. 참혹하게 훼손당한 젊은 여성들의 시신이 폐가에서 잇달아 발견되는데 사체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하나같이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미모의 젊은 수사관이자 프로파일러인 조슈아 브롤린이 사건에 투입되고, 그녀는 스스로 살인마가 되어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지능적인 살인마와 그의 뒤를 밟는 조슈아 브롤린의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작품.
23 본 아이덴티티
로버트 러들럼, 문학동네, 2011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작품. 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본 시리즈>부터 최근 방영한 미국 드라마 <써틴-더 시리즈>까지 이 작품이 스릴러계에 미친 영향력은 막대하다. 자신의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제이슨 본이 자신의 정체를 찾아나서면서 거대한 음모와 마주한다는 내용. 실존 인물인 전설적 암살자 카를로스 자칼이 그의 라이벌로 등장해 긴장감을 더한다.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의 복잡한 심경 묘사가 뛰어난데다 배신과 음모가 뒤섞인 탄탄한 구성과 빠른 전개가 인상적. 눈앞에서 결투 신을 보는 듯 생생하고 호쾌한 액션 장면도 많다. 십대 시절 유랑 극단에 들어가 곳곳을 떠돈 작가는 해병으로 태평양에서 2년간 복무하기도 했다.
24 원 샷
리 차일드, 랜덤하우스, 2010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맨체스터 그라나다 방송국에 취직해 2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 소설가로 변신한 리 차일드의 또 다른 작품. 키 195cm, 몸무게 113kg의 근육질 사나이이자 고독한 방랑자인 잭 리처가 주인공이다. 소설은 인디애나의 소도시에서 여섯 발의 총성이 울리고 다섯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에서 시작한다. 하루만에 검거된 범인 제임스 바는 입을 꼭 다문 채 “잭 리처를 데려오시오”라고 말한다. 제임스 바를 파멸시키려는 잭 리처와 그를 쫓는 일당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속도감을 더해가고 잭 리처도 ‘전투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액션과 추리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25 탄착점
스티븐 헌터, 시공사, 2010년 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영화 평론 팀장으로 재직하며 2003년 논평 부문 퓰리처상까지 받은 유명 언론인 스티븐 헌터의 작품. 출간되자마자 ‘저격 액션의 걸작’이란 평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더블 타겟 Shooter>으로 제작 됐다. 부상으로 제대한 후 아칸소의 숲속에 은둔하고 있던 전설적 스나이퍼 ‘밥 리스웨거’는 어느 날 최신형 탄환 발사 실험을 의뢰받는다. 스웨거는 실험 도중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러시아 저격수의 흔적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실험에 협조한다. 반전은 여기서부터. 함정에 빠진 그는 미국 대통령 암살 미수의 누명을 쓰고 순식간에 사냥당하는 신세가 된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적을 향해 반격을 시작한다. 영화 <본 아이덴티티>류의 스릴을 좋아하는 분께 추천.
26 21세기 서스펜스 컬렉션
스티븐 킹 외, 황금가지, 2008년 2008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힌 조이스 캐롤오츠,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스티 븐 킹, <본 콜렉터> 시리즈의 제프리 디버 등 세계 최고의 서스펜스 & 스릴러 작가 10명의 중ㆍ단편이 실려 있다.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권이 가장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9ㆍ11 당시 비행기가 충돌한 무역센터에서 근무하던 남자가 겪는 기이한 일을 다룬 스티븐 킹의 중편과 회교도 출신 택시 운전수가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에드 맥베인의 중편이 특히 재미있다.
27 7년의 밤
정유정, 은행나무, 2011년 <네 심장을 쏴라>에 이은 정유정 작가의 연타석 홈런작. 엄청나게 빠른 전개와 번역 작품에서는 느끼기 힘든 글맛이 일품이다. 결론이 궁금해 책 뒷부분을 자꾸 펼쳐보고 싶게 할 만큼 짜임새도 탁월하다. 빗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우발적으로 어린 소녀를 살해하고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남자와 딸을 잃은 아빠 간의 대결이 힘 있게 전개된다. 아이 아빠가 사이코 패스를 방불케하는 캐릭터로 설정되면서 한층 팽팽한 긴장을 선사한다. 책의 띠지에 ‘거대한 상상력, 역동적 서사’라는 문구가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된다.
28 B컷
최혁곤, 황금가지, 2006년 주목받는 신진 작가 최혁곤의 장편 데뷔작. 작품의 주인공은 퇴직하고 이혼당한 전직 형사와 가족에게 버림받은 여자 킬러. 22구경 소음 권총으로 차근차근 목표물을 처치하던 킬러는 방해꾼의 등장으로 마지막 타깃을 놓친다. 중국으로 도주한 그를 쫓아 여자는 중국행 비행기를 타고 그녀를 쫓는 형사 역시 중국으로 날아간다. 중국의 항저우, 미국의 뉴욕, 서울과 대구를 옮겨가며 펼쳐지는 추격전은 치밀한 심리전과 함께 최고의 스릴을 선사한다. 형사와 범인이 한챕터씩 서술을 맡는 이중 내레이션 구조도 흥미롭다.
Detective 나는 탐정이다!
29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시마다 소지, 시공사, 2011년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으로 제12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을 수상한 시마다 소시의 대표작. 시마다 소시는 무사시노 미술대학 졸업 후 덤프트럭 운전기사, 일러스트레이터, 싱어송라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일본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 당한 재일교포가 사건의 핵심. 형사 요시키는 사건을 조사하던 중, 그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비참한 교도소 생활을 했다는걸 알게 되면서 진실을 파헤친다. ‘수수께끼 풀이를 중요시하는 구성으로, 추리 소설 본연의 즐거움을 되찾자’는 신본격 추리 소설 정신에 입각해 쓴 책으로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후반부로 가면서 하나씩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가 있다.
30 가다라의 돼지
나카지마 라모, 북 스피어, 2010년 제 47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으로 스릴과 공포, 모험이 모두 들어가 있다. 나카지마 라모는 소설가, 에세이스트, 연극배우, 카피라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로 IQ가 185에 이른다. <오늘 밤 모든 바에서>로 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아프리카에서 딸을 잃은 학자가 사이비 종교 단체의 정체를 파헤치려고 다시 아프리카로 갔다가 원주민 주술사와 대립하게 되는 내용. 소름 끼치는 주술과 저주, 초능력과 트릭, 계속되는 반전이 이어지면서 긴장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
31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시공사, 2011년 다이아몬드 원석이 금고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금고에는 전혀 손댄 흔적이 없고 피 묻은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만 남아 있다. 사건을 맡은 손다이크 박사는 이 명백한 증거에 오히려 의문을 갖고 수사에 착수한다.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은 최초로 ‘지문 수사’를 선보인 작가. 의사이기도 한 그는 치밀한 연구와 자료 조사를 통해 과학적으로도 완벽한 소설을 썼다. 소설을 통해 지문 위조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과학적 지식과 탄탄한 추론이 강점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32 유다의 창
존 딕슨 카, 로크 미디어, 2010년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과 함께 20세기 3대추리소설 작가로 꼽히는 존 딕슨 카의 대표작. 한 사나이가 약혼녀의 집을 방문해 예비 장인과 위스키를 마시다가 정신을 잃는다. 깨어나 보니 장인은 가슴에 화살이 박힌 채 죽어 있다. 강철로 만든 창, 떡갈나무 문 모두 안쪽에서 잠긴 밀실에서 일어난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메리 베일 경이 나선다. 밀실 추리 소설의 수작으로 꼽힌다.
33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미쓰다 신조, 비채, 2010년 일본 추리 소설계를 대표하는 미쓰다 신조의 작품으로 출간 후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되며 화제가 됐다. 일본의 한 마을에서 머리 잘린 시체가 잇따라 발견되는데, 이들의 죽음은 모두 완벽한 밀실 상태에서 이뤄졌다. 옛 사람들의 뿌리 깊은 아들 숭배 사상이 결합된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이 압권이다.
34 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
디디에 드쿠엥, 황금가지, 2011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1964년 미국, 제노비스란 젊은 여자가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죽는다. 목격자는 38명이나 됐지만 현장에 뛰어든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혹시라도 화를 당할까 외면했고, 다른 누군가가 신고할 것이라고 생각해 경찰을 부르지도 않았다. 작가는 이 여자가 왜, 어떻게 죽게 됐고, 38명의 목격자는 어떤 이유로 살인을 방조했는지를 주의 깊게 고찰한다. 그 사이 범인은 싱겁게 체포된다. 범인을 쫓는 재미는 없지만 사건이 일어나던 날을 차근차근 밟아가며 인간 심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가 르포 기사처럼 쓴 소설은 ‘제노비스 신드롬’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약해져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현상.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당신이라면 내려가봤을까?”
35 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황금가지, 2005년 일본 최고 권위의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중 역대 최단 기간에 100만 부를 돌파한 화제작. 일본 영화계의 거장 오카모토 기 하치에게 사사하고 영화와 TV 분야에서 각본가로 활동하던 다카노 가즈아키는 이를 계기로 1급 추리 소설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소설은 한 명의 사형수와 그의 무죄를 밝히는 사람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주겠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교도관인 난고와 전과자로 그와 인연을 맺은 주니치가 10년 전의 살인 사건을 파헤친다. 자신을 보호 관찰하던 노부부가 죽으면서 살인자로 몰린 사형수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사건 당일의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은 공포에 질려 계단을 오르던 순간! 하지만 현장에 계단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36 언더 오더스
딕 프랜시스, 랜덤하우스 코리아, 2011년 딕 프랜시스는 영미권 추리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가. 기수 출신으로 현역 시절에는 수차례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은퇴 후에는 경마를 소재로 한 40여 편의 ‘경마 추리소설’을 출간했다. 낙마 사고로 왼팔을 잃고 사설 탐정으로 일하고 있던 시드 핼리는 우연한 기회에 말과 사람이 모두 죽는 사고를 목격한다. 단순 사고가 아닌 가슴에 총을 맞은 살인 사건. 경마와 경마 문화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바탕으로 색다른 소재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37 800만 가지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황금가지, 2005년 세계적 권위의 에드거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미국 추리소설계의 대가 로렌스 블록의 대표작이다. 무면허 사립 탐정 매트 스키더는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서 퇴원한 어느 날, 킴이라는 창녀로부터 포주 ‘챈스’에게 창녀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받는다. 그랬던 킴이 무자비하게 살해 되자 매트는 챈스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챈스는 그에게 살인자를 찾아달라고 하는데…. 범인을 쫓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삶의 절망과 좌절, 허무와 고독이 강하게 배어나 실존주의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하다. 제목은 뉴욕 시민 수가 800만 명이고 따 라서 죽는 방법도 800만 가지란 뜻.
38 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비채, 2007년 예일 대학 법과대학원 교수인 제드 러벤펠드의 히트작. 32개국에 판권이 팔렸을 만큼 큰 인기를 끈 작품으로 정신 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등장해 융과 갈등을 빚으면서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배경은 1909년의 뉴욕. 고층 빌딩에서 미모의 여성이 살해되면서 사건에 개입하게 된 프로이트는 제자 영거에게 피해자의 정신을 분석하게 하며 범인을 쫓는다. 융이 뉴욕에서의 기반을 다질 목적으로 프로이트의 가설을 반박하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프린스턴 대학 재학 당시 프로이트로 졸업 논문을 쓰고 줄리아드 연극원에 입학해 셰익스피어를 전공한 이의 작품답게 지적 추리와 극적 요소가 탄탄하게 맞물려 있다.
출처 : http://luxury.designhouse.co.kr/in_magazine/sub.html?at=view&info_id=57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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