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하이텔에서 시작된 퇴마록은 2001년 말세편 6권을 끝으로 완결된다.
그리고 나는 완결로부터 무려 16년이 지난 2017년 지금에서야 완결편을 읽게 되었다.
연재기간은 8년에 불과하지만 내가 책을 놓고 있었던 공백이 16년이기에 소설의 시적에서 완결까지의 내가 느낀 실제 기간은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
1994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에게 빌린 퇴마록 국내편 1,2권을 밤새 읽은 이후 2017년에 와서야 완결편을 읽었되었으니 무려 23년이 걸린 셈이다.
말세편 여섯권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앞서 세계편에서 느꼈던 "문체가 너무 단조롭고 직설적"이어서 재미없게 느껴졌던 부분이 상당히 보강되어 필력이 엄청나게 늘었다 라고 느껴지는 점이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이야기의 흡인력이 어마어마하다.
종말과 예언에 관한 주제는 혼세편에서 이어져 온 것이기 때문에 새로울것은 없었지만 말세편에서 추가된 요소들 중 흥미를 끌었던 부분도 많았다.
첫번째로 <아하스페르쯔>의 존재에 관한 설정이었는데 이것은 처음 알게 된 이야기라 매우 흥미로웠다.
영화 <데스티네이션>과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어떻게 해도 죽지 않고 오히려 죽음이 그를 피해간다는 설정.
그리고 그 설정을 이용한 시퀀스들이 신선했다.
두번째로는 < 라미드 우프닉스> 에 관한 설정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소돔과 고모라> 시절부터 시작되어 인간에게 내려지는 천벌을 막기 위해 세상에는 항상 일정한 수의 <라미드 우프닉스> 가 유지되어져 왔으며 이 일종의 안전장치를 믿고 인간은 오히려 더욱 타락을 하게 된다는 발상은 너무 흥미로웠다.
이런 발상들이 작가의 독자적인 생각인지 아니면 기독교 세계관 안에 원래 있던 개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뒷통수를 한 대 맞는 듯한 참신한 설정들이었다.
이런 갖가지 요소들을 버무린 거대한 스케일에 반전에 반전까지 거듭되는 구조까지 더해 이야기로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23년의 세월 동안 온갖 개고생을 거듭하며 처절하게 살아온 주인공들의 마지막을 읽어나갈 때는 여러가지로 감회가 새로웠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낄 수 있는 것들 중 < 세월이 흐름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가슴 먹먹한 감동 > 이란 것이 있는 듯 하다.
기승전결을 떠나 아주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겨나는 묵직한 감동.
책을 읽는 동안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어 매우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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