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얼굴이 일그러진 여인이 나와 있는 포스터는 흥미를 유발하기도 했지만 상당히 비호감이어서 관심 밖에 있던 영화였다.
그러나 최근 영화 관련 정보를 보다가 전혀 내가 생각한 류의 영화가 아니기에 찾아보게 되었다.
그 유명한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아들이 연출한 작품이라고 한다.
요즘 이런 류의 영화가 상당히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현실과 SF의 경계에 살짝 걸친 영화.
이 영화가 흥미로운 부분은 되게 블록버스터적인 소재 즉 맘 먹고 만들면 <인셉션>이나 <테넷>과도 같은 류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충분히 될법한 소재인데 그렇게 써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생기긴 한다.
같은 소재로 CG를 잔뜩 넣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하나 만들어도 재밌을것 같다.
아무튼 영화는 다른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청부살인을 저지르고 자살을 하는 시스템이라는 상당히 신선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 기가 막힌 액션영화 소재가 될법한 아이디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다른 사람의 몸을 전전하면서 점점 인격적으로 아이덴티티를 잃어가며 멘탈이 흔들리고 있는 여성 요원 <타샤 보스>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저지른 살인들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져 붕괴되어 가는 남자 <콜린> 이 둘의 심리묘사에 올인하고 있다.
액션 따위는 없다.
따라서 영화의 초반부는 <타샤>의 심리를 따라가다가 중후반부터는 <콜린(실제로는 타샤)>의 심리묘사에 집중한다.
영화의 묘미는 콜린이 타샤와 콜린의 인격을 왔다갔다 하면서 느끼는 혼란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정말 영화의 백미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콜린이 동료 에디가 찾아와 에러가 발생한 정신 링크를 복구하는 사이 타샤에서 콜린으로 되돌아 오는 심리 연출이 압권이었다.
우리가 말하는 <가위>에 눌린다는 표현을 서양식으로 해석하면 저런 느낌일까?
아무튼 되게 신선하면서 소름끼치는 장면이었다.
이런 상징적인 장면 또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 또 있는데 타샤가 최초로 콜린에게 링크하는 장면이었다.
이것은 CG가 아닌 전통적인 특수분장을 이용한 연출로 보여지는데 의도적인 80년대스러운 연출과 사이키델릭한 느낌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몽환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고어한 장면들이 많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쓸데없이 디테일한 고어씬들이 많았다.
그와는 별개로 영화가 이상하게 불편한 지점들이 많았다.
스릴러 영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약간은 흥분된 조마조마함과는 궤가 다른 예전 <킬링 디어>를 보면서 느낀 기분과 유사한 조마조마한데 되게 불쾌하고 싫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사실 불편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여지 없이 일이났다.
이 영화는 관객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정말 인정사정 없는 영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엔딩은 꿈도 희망도 없다.
자신의 가족에 대해 혼란된 감정을 느끼고 거짓된 감정으로 가족을 대하던 타샤 마침내 그녀는 혼란으로 부터 가늘게 붙들려 있던 죄책감을 놓아버린다.
영화 시작부터 보면 등장했던 암시.
어렸을 때 나비를 죽였던 죄책감. 붉은 나비의 날개.
자신의 아들을 죽게 만들었을 때 흘러 나온 핏물이 형상이 붉은 나비의 날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완전히 죄책감을 떨쳐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좋았던 점은 영화 <에너미>를 볼때와 비슷한 과장되지 않은 건조함과 리얼한 도시의 모습이었다.
어떤 연출기법인지 전문가가 아니어서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영화에서 도시와 빌딩들을 비출 때와는 확연히 다른 내가 창문 열고 밖을 내다보고 있는 듯한 현장감과 실제 저 장소에 서 있는 듯한 리얼함.
저곳에 여행을 온것이 아니라 실제 내가 저기서 살면 저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좋았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이 여배우가 <오블리비언>에 나와 여신과도 같은 미모를 자랑했던 그녀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히든>과 <맨디> 등 내가 본 영화에 제법 많이 등장하신 분이었었다.
상당히 매력적이면서 연기력도 출중한 배우이며 작품 성향도 나의 취향과 유사한 듯 하니 앞으로 더 자주 보고 싶은 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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