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정확히 언제인지 시기를 알 수 없는 때.
언제 물에 잠길 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욕조섬>이란 곳에서 살고 있는 꼬마소녀 허쉬퍼피와 아빠 <윙키>
남극의 빙하가 녹아 땅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쌓아 놓은 제방의 바깥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곳에 살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위험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문명을 거부하지만 자유롭게 살고 있는 이들은 나름 행복해 보이지만 허쉬퍼피의 아빠 윙키는 자신이 병으로 죽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죽으면 홀로 남겨질 허쉬퍼피를 위해서 그는 갖가지 생존기술을 전수하고 딸의 멘탈을 무장시키기 위해 좋지 않은 몸으로 무리를 해 가며 노력한다.
어느날 섬에 큰 폭풍이 휘몰아치고 얼마안되던 주민들 중 일부도 떠나가고 나머지는 폐허가 된 마을에서 겨우 생존한다.
폐허가 된 집더미에서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구출하고 무너진 자신들의 집을 복구하며 허쉬퍼피는 성장해 나간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 마지막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하던 끝에 엄마를 찾기 위해 세명의 아이들과 무작정 배를 타고 수평선에 반짝이던 불빛을 향해 나아가던 허쉬퍼피는 <낙원>이라는 술집에 도착하게 된다.
실제로 그녀가 엄마인지 아니면 엄마를 닮은 사람인지 정확히 알길은 없지만 그곳에서 엄마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여성을 만난다.
그 여성의 따스함을 느끼고 그녀가 만들어준 요리 <악어튀김>를 먹는다.
그리고 그 <악어튀김>을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죽어가는 아버지의 입에 요리를 먹여준다.
이 과정 속에서 허쉬퍼피는 자신이 두려워하던 <공포>를 떨쳐내고 완전한 자립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끝난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위치한 특이한 세계관의 영화였다.
어디서 찍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이곳 배경이 되는 곳의 이미지는 아름다우면서도 알 수 없는 절망감이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의 장소였다.
실제로 배경이 된곳은 <루이지애나> 주의 어떤 곳이라고 한다.
영화 중반 이후 종종 등장하는 네마리의 멧돼지 괴물 <오록스>는 우주의 균형이 깨어지면 빙하기 얼음 속에서 깨어난다는 일종의 구전설화 속 동물로서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앞두고 있는 허쉬퍼피의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공포의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오록스와 허쉬퍼피가 대치하는 장면을 마을 사람들도 같이 목격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약간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까 유추해 본다.
여타 아포칼립스 소재의 영화들처럼 <로빈슨 크로소>나 <캐스트 어웨이>식의 생존극을 기대했는데 기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영화였지만 다른 의미로 주인공들과 마을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었고
감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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