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감상부터 말하자면 재미있었다.
리뷰를 보다가 <좀비>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스포당해버려서 조금은 김이 샌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좀비가 초반부에 일찍 등장해버려서 결말과는 무관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안심하며 읽어서 그런지 심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무엇보다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히는 바람에 하루만에 단숨에 읽었다.
특수설정 미스테리라는 장르에 대해서 호불호가 좀 있는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꽤 취향에 맞는 장르인 듯 하다.
앞서 읽었던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등의 소설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표현 중에 씹덕스런 표현에 대해서 지적하는 리뷰도 봤는데 이전에 <영매탐정 조즈카>를 읽어서 그런지 이 정도 표현은 거뜬히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도 역시 연쇄살인이 일어나는데 좀비가 개입된 살인이라는 트릭 자체가 워낙에 듣도보도 못한 신선한 발상이기에 그자체로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좀비가 한 짓이라고 하기엔 뚫을 수 없는 밀실.
사람이 한 짓이라고 하기엔 있을 수 없는 시체의 상태.
여기서 오는 모순이 묘한 느낌을 주며 상당히 매력적인 장치로 느껴졌다.
게다가 현실과 라이트노벨의 선을 넘을 듯 말듯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캐릭터들의 개성도 나쁘지 않아서 몰입하는데 한 몫을 했다.
트릭 자체는 흥미진진하지만 이를 깨뜨리는 논리는 약간 억지스럽기도 하고 빈약한 부분도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본격 추리 소설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지 드라마 자체의 스토리로만 보자면 충분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범죄를 미화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여자를 자살로 이끈 인물에 대해 그의 과거가 불행했던 이유로 악행을 합리화 하는 부분은 이래도 되나 싶었다.
이 작품의 수상 경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에 반해 평가는 약간 박한 느낌이 든다.
수상 경력을 보고 이 책을 읽은 이들의 기대가 그 만큼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평이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나 역시 이 책이 그 정도로 뛰어난 작품인가 싶은 생각은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함 만큼은 엄치를 치켜 세워주고 싶은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후속작인 <마안갑의 살인>이 꽤나 호평인 것으로 알고 있어서 아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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