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2022)

거제리안 2022. 6. 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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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엔드게임,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세편을 보면서 곰곰히 드는 생각은 정말 재미있지만 지나고 나면 뭔가 공허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어떤 느낌이냐 하면 좋아하는 뮤지션의 정규앨범들을 쭉 듣다가 중간에 나온 베스트 앨범이나 스페셜 앨범 같은 것을 산 느낌이랄까.

베스트 앨범은 검증된 명곡들을 선별하여 화려하게 재포장했기에 상품성은 보장되지만 아무래도 잘만든 정규앨범의 만족감에는 미치지 못한다.

딱 그런 느낌이다.

그렇지만 너무 재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샘레이미 감독을 상당히 좋아하기에 MCU스럽지 않게 감독의 색깔이 확연히 뭍어나는 이 영화를 상당히 감명깊게 보았다.

어딘가 샘스파 느낌이 뭍어 나는 화면 질감이 너무 좋았고 소소하게 짓굿은 개그가 돋보이는 씬들도 좋았다.

공포영화의 분위기가 풍기는 점프스퀘어 씬이나 완다의 관절꺽기 장면 특히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는 추격씬들도 너무 맘에 들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다크홀드의 지배를 받고는 있었다고는 하나 한때는 동료였던 이들을 서슴치 않고 잿더미로 만들고 토막내며 터뜨리는 완다를 보면서 전작의 완다비전에서 비전과 두 아들을 가슴 속에 뭍으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던 완다는 대체 뭐였었나? 라는 일종의 허탈감 같은 것도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 때 울음을 삼키며 비전을 보내주던 완다를 보며 내가 느꼈던 감동을 굳이 이렇게까지 날려버려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든다.

차고 넘치는 빌런들을 두고 왜 굳이 불쌍한 완다를 빌런으로 만들었어야 하나 라는 의문도 든다.

물론 원작의 스칼렛 위치는 스칼렛 '비치'라고 불릴 정도로 마블 세계관에서 욕을 많이 먹는 캐릭터로 유명한 캐릭터이긴 하다.

하지만 MCU의 세계관 안에서 제일 불쌍한 캐릭터 중의 하나인 완다한테 도대체 왜그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굳이 원작의 설정을 갖고 왔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어렸을 때 본 만화 중에서 우리편 주인공이 흑화하거나 우리편 주인공이 죽거나 하는 장면들은 동심파괴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지금도 희화화되어 회자되기도 한다.

사실 지금에서야 재미로 추억하지만 당시에는 꽤 충격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마 이번 닥터스트레인지를 본 수많은 MCU팬 어린이들이 그런 트라우마를 겪을지도 모르겠다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든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악역에 완전히 몰입한 엘리자베스 올슨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컸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드림워킹으로 지구 838에서 스칼렛위치로 각성한 완다가 시선을 옮기던 도중 잠시 관객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 정말 대단했다.

영화는 너무 재밌었지만 돌이켜보면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게 완다 밖에 머릿속에 남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다크나이트를 보고 나서 조커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이전에 솔로 타이틀 영화가 이미 여러편 있었던 배트맨과 이제 두번째 솔로영화인 닥터 스트레인지를 비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흔히들 미국만화는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일본만화처럼 1편부터 보면 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만화를 제대로 파기 위해서는 190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진입장벽을 없애기 위해 미국만화에서는 종종 리부트나 리런치라는 용어로 한번 설정을 뒤집어 없는 이벤트를 하기도 하는데 몇몇 매운 맛 작가들은 이 이벤트 자체를 스토리로 끌어와서 더 진입장벽을 높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아무튼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진행된 MCU도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미국 만화와 똑같은 양상을 띄기 시작한다.

물론 팬들은 열광하겠지만 히어로물의 팬으로서 장르의 수명을 재촉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현재 미국만화 시장은 소위 보는 사람만 보는 시장으로 된 지 오래이고 일본만화에게 많은 비중을 잠식당한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만화를 좋아해서 미국만화를 사모으는 입장에서 미국만화의 장점들도 있지만 확연한 단점들이 분명한데 지금의 MCU는 자청해서 미국만화의 단점을 수용하고 있는 듯해서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코믹스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시작한 MCU가 같은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저 감사하며 즐겁게 감상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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