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영화가 시작하면 유모차에 있는 아기를 할머니가 어디론가 데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곧이어 할머니는 아기 주변에 불을 붙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시간이 흘러 아기는 청소년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어딘가 집안의 분위기는 이상하다.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며 엄마 안젤라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해 보인다.
학교에 늦은 샤르는 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등교를 하지만 불안정한 엄마는 사고를 일으킬 뻔 하고 샤르가 학교를 마치고 오니 엄마는 차만 버려두고 사라진 상태이다.
그렇게 엄마는 잠시 실종되지만 곧 집으로 돌아온다.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온 엄마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채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엄마 안젤라는 밖에 나가지 못하게 삼촌에게 약을 먹여 중태에 빠뜨리고 샤르도 물에 빠뜨릴 뻔 하는 등 위험천만한 행동을 이어간다.
할머니는 돌아온 안젤라는 안젤라가 아닌 무엇이다라고 하며 안젤라를 감금하지만 도리어 할머리는 이상하게 생각하는 샤르에 의해 풀려나고 다음날 아침 샤르는 죽어있는 할머니를 발견한다.
할머니는 죽기 전에 묘한 말을 남긴다.
샤르가 아기였을 때 잠시 실종된 적이 있었는데 돌아온 아기는 샤르가 아니었다고.
그래서 할머니는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 그 정체불명의 존재를 불에 태웠고 그러자 원래의 샤르가 돌아왔다고.
결국 안젤라를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불에 태워야 한다고 말한다.
샤르는 친구 수잔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집을 빠져나오고 더이상 인간이 아니게 된 존재인 안젤라를 핼러윈 장작으로 유인해 불에 태우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안젤라가 집으로 돌아오며 영화는 끝난다.
얼마 전 보았던 영화 <램>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는데 장대하며 압도되는 듯한 안개 낀 산맥들이 마치 지구가 아닌 장소인 듯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 중반부 쯤에 샤르가 견학하는 도중 시청각 자료를 감상하는 장면에서 아일랜드의 자연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세상의 경계에 와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런지 아일랜드 영화는 다른 북유럽 영화들과는 또 다른 굉장히 묘한 정서가 살아있는 듯 한다.
유럽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건조하면서도 조금은 우울한 정서 같은 것을 느꼈는데 아일랜드 영화는 거기에 기묘함이 살짝 얹어진 느낌이 든다.
램이 전통 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사람은 사람이 아닌 존재로 바뀌게 되고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불에 태워 죽여야 한다라는 설정은 다분히 동화적이면서도 전통 민담과도 같은 분위기를 가진다.
영화에서 아기 샤르는 강가에서 실종되었다가 발견되었고 돌아온 아기가 샤르가 아니라고 직감한 할머니는 아기를 불에 태운다.
그리고 십여년이 흘러 이번에는 안젤라가 실종되었고 다시 돌아온 존재는 안젤라가 아니었다.
악마인지 귀신인지 모를 존재는 아기를 데리러 온 듯 자꾸 같이 가자고 한다.
꽤 오싹한 설정이었다.
다만 동화적인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다소 모호하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마지막에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 안젤라가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 모두가 보는 앞에 등장하는 장면은 도리어 현실감이 깨지면서 영화의 몰입을 방해했다.
마치 헐리웃 공포영화들에서 귀신이 등장하기 전까지 무섭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후반부에 가면 공포감이 떨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대중 앞에 나서지 않고 샤르의 가족들에게만 괴물처럼 보이는 존재였으면 오히려 더 무섭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꽤 오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워낙 건조하게 진행되다보니 다소 루즈하게 느껴지는 감도 없지 않다.
샤르를 괴롭히던 수잔이 갑자기 태세전환을 하여 샤르를 절친처럼 대하는 장면도 좀 의아하게 느껴졌다.
물론 엄마를 잃은 것에 대한 동병상련 같은 심정으로 그랬다고 영화에서는 설명하려고 하지만 쉽게 납득은 되지 않는다.
샤르의 집에 초대받은 수잔이 엄마의 유령을 보고 도망가는 장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왜 거기서 엄마의 유령이 나타난 것인지?
몇가지 의문점들과 아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안젤라의 기행들과 거울에 비친 안젤라의 비쥬얼 만큼은 정말 기괴했고 다시 생각해도 소름끼질 정도로 오싹했다.
우울증 내지는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가족들이 느끼는 고충을 영화적으로 풀어낸 듯한 느낌도 든다.
실제로 감독이 이런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평론가들에게 꽤 평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약간의 루즈함 때문인지 관객평가는 호불호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건조함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 수작이었으며 안젤라의 오싹한 비쥬얼과 기행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영화로서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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