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히가시노 게이고 35주년 기념작으로서 35년간 100권에 육박하는 소설을 써냈다는 것 자체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의 모든 작품들을 읽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의 작품들 중에 망작도 꽤 있다는 소문도 익히 들은 바 있다.
그렇지만 원히트 원더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작가들도 수없이 많기에 기본적인 퀄리티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이 정도 다작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30년 전 있었던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시점에서 일어난 새로운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유족들 그리고 30년을 거슬러 올라간 당시 사건의 관계자들 그리고 이를 수사하는 형사가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추리소설의 등장인물이 너무 많으면 부담스럽고 일본 이름이 유독 잘 안 외워져서 짜증이 누적되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술술 읽히는 탁월한 문체 덕분인지 복잡한 등장인물들의 전개도가 생각보다 꽤 선명하게 이해가 되었고 30년 전 사건과 현재가 수시로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큰 두통없이 읽을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공소시효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읽다보면 가해자와 피해자 각각의 유족들에 대한 조명과 죄와 벌에 대한 고찰이 녹아있어서 한번쯤 곱씹어 생각해볼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나 가해자의 유족과 피해자의 유족이 서로 뜻이 맞아서 사건을 파헤친다는 부분이 이 소설의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죄를 뒤집어 쓴다는 소재는 게이고 작품에서 이미 몇번 본 듯하다.
그래서 되게 익숙한 작품의 변주를 보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전에 언급한데로 가해자와 피해자 유족이 사건을 파헤친다는 설정이 신선했고 속죄를 하기 위해 사건 직후 피해자가 행했던 반전도 꽤 임팩트 있었다.
그리고 엔딩에 가서는 안 그래도 맘고생이 심했을 남녀주인공들에게 '거 작가 양반 너무 한거 아뇨?' 라며 한소리 하고 싶을 정도로 가슴 한구석이 애틋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의 엔딩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그의 걸출한 작품들에 비하자면 아주 명작이라고 선뜻 말하긴 어렵지만 꽤 괜찮은 수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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