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놉 (NOPE, 2022)

거제리안 2022. 9. 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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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영화의 시작은 인기 시트콤 촬영 현장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연기자 침팬지인 고디가 풍선 터지는 소리에 놀라 출연자들을 살해해 버린 끔찍한 현장을 비추며  시작한다.

이후 캘리포니아 아구아 돌체의 한 목장에서 말을 키우는 OJ가 그의 아버지와 함께 등장한다.  

이들은 하늘에서 물건들이 떨어지는 괴현상을 목격하는데 그 물건들 중 하나인 동전을 눈에 맞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다.

이후 OJ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삶을 이어가지만 사교적이지 못한 OJ는 어려움을 겪는다.

집을 찾은 동생 에메랄드와 함께 지내던 어느날 밤 정전이 일어나게 되고 밖을 나간 OJ는 멀리 주프의 테마파크 부근에서부터 하늘로 솟아오르며 구름 사이를 고속으로 이동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체를 목격한다.

UFO를 촬영해 돈을 벌자는 에메랄드의 제안에 따라 둘은 지붕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호기심 많은 업체 직원 엔젤도 이들의 계획에 자진 합류한다.

CCTV 설치를 완료하고 에메랄드가 UFO를 유인하기 위해 주프의 테마파크에서 훔쳐온 만국기가 주렁주렁 달린 말 모형까지 갖다놓고서 이들의 계획은 완료된다.

그날 밤 마굿간의 불이 켜지는 등 이상현상이 발생하자 OJ가 마굿간으로 가보는데 그곳에서 구석에 서 있는 외계인을 발견하고 OJ는 얼어붙는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말 모형을 훔쳐간 것에 앙심을 품은 주프의 아이들이 장난을 친 것.

OJ는 아이들을 쫒아보내지만 아이들이 말도 풀어준 것을 알고는 밖으로 찾으러 나간다. 

바로 그때 괴물체가 다시 나타나 놀란 OJ는 헛간에 숨어 위기를 모면하지만 말과 말 모형을 빨아들이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다음 날 이들의 집으로 헐레벌떡 찾아온 엔젤은 CCTV 영상을 보다가 구름 하나가 움직이지 않고 똑같은 자리에 계속 떠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한편 어렸을 적 시트콤 촬영 현장에서 살아남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주프는 목장에서 구매한 말들을 희생하면서 자신이 훈련 시켜온 (시켜왔다고 믿고 있는) UFO를 테마파크 쇼에서 공개하려고 한다.

어렸을 적 참혹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주프는 자신은 선택받았다고 되뇌이며 UFO를 공개하지만 자신을 비롯한 관객들까지 모두 UFO에게 먹히고 만다.

이때 UFO의 정체가 공개되는데 이는 우리가 흔해 생각하는 비행선이 아닌 생물이었던 것이다.

주프의 쇼 전단지를 본 OJ는 뭔가를 직감하고 테마파크로 서둘러 향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말을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데 UFO의 정체를 눈치챈 OJ는 집으로 전화해 에메랄드에게 알린다. 

그때 어디선가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에메랄드와 엔젤은 UFO가 바로 집 위에 있음을 알게 되고 곧이어 비명소리가 멈추자 소화된 이들의 피와 그들의 소지품들이 집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새벽이 되어서야 아수라장이 된 집에 도착한 OJ는 에메랄드와 엔젤을 구해 달아난다.

예전에 스튜디오에서 말과 눈이 마주친 스텝이 흥분한 말에게 봉변을 당했던 기억을 떠올린 OJ는 녀석과 눈이 마주치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한다.

순간 정적이 흐르지만 결국 OJ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온 일행.

그 집 앞에는 예전에 제보를 했다가 매몰차게 퇴짜를 맞았던 촬영감독 홀스트가 도착해 있었다.

뉴스를 보며 단순한 거짓 제보가 아님을 깨달았던 것.

이들은 UFO에게 진재킷이라고 이름 짓고 녀석을 잡기 위한 작전회의를 시작한다.

진재킷이 뜨면 모든 전자기기가 꺼지게 되므로 홀스트가 들고온 수동카메라로 찍기로 하고 각자의 포지션을 정한 후 OJ는 스스로 미끼가 되기 위해 들판을 달려나간다.

급 현장에 난입한 크리에이터 하나가 있었으나 순식간에 진재킷에게 먹히고 그를 구하려다 실패한 OJ는 카메라가 있는 곳까지 녀석을 유인한 후에 헛간으로 숨는다.

홀스트는 카메라를 들고 진재킷에게 돌진해 자신의 몸을 던져 진재킷에게 끌려올라가는 장면을 담아낸다.

하지만 카메라들은 모조리 파손되어 영상을 건지는 데에는 실패한다.

마침내 완전히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낸 진재킷은 카메라 처럼 생긴 기관을 돌출시키며 OJ에게 다가온다.

에메랄드가 파파라치의 오토바이를 훔쳐타고 도망치자 진재킷은 그녀를 쫒기 시작한다.

에메랄드는 주프의 테마파크에 도착해 입구에 세워진 거대한 마스코트 인형을 풀어 공중에 띄운다.

마침내 진재킷은 풍선을 삼키고 타이밍을 맞춰 에메랄드는 테마파크 우물에 설치된 구식 카메라를 이용해 진재킷의 사진을 담는데 성공한다.

진재킷이 풍선을 삼키고 날아오르자 풍선이 터짐과 동시에 진재킷도 갈갈이 찢겨버리고 공중에는 진재킷의 잔해 만이 둥둥 떠다니게 된다.

그리고 에메랄드는 인화된 진재킷을 사진을 들고서 먼지 속에서 말에 탄 OJ의 비장한 모습을 보고 웃음 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가장 먼저 흥미를 돋운 부분은 산의 능선을 타고 넘으며 구름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정체불명의 UFO 였다.

처음에 예고편이나 포스터 등을 보고서 하늘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으나 사실 UFO에 관한 이야기 일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UFO의 이미지를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설정으로 바꾸면서 마치 러브 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존재들과 같은 코즈믹 호러적인 분위기로 정말 훌륭하게 뽑아냈다.

녀석이 등장하면 모든 전자기기가 작동을 멈추거나 우리가 놈을 보지 않으면 놈도 우리를 보지 못한다는 설정도 좋았고 몇 개월 동안 꼼짝 않고 한 곳에 떠있는 구름 이라던지 참혹한 침팬지의 살인 현장에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신발 한짝 등 은근히 으스스한 설정들도 너무 좋았다.


사실 침팬지에 대한 이야기는 왜 들어있는건지 처음에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어린 주프가 테이블 밑에 숨어 있으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OJ가 말한 '나쁜 우연' 에 의해 서 있었던 신발에 시선을 빼았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 와중에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고 테이블 보에 의해 시선이 차단된 채로 침팬지와 주먹을 마주하며 마침내 교감을 시도할 수 있었다.

비록 침팬지는 총을 맞고 죽게 되지만 바로 그때 주프는 자신이 선택받았고 동물과 교감하며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머릿 속에 심게 된다.

훗날 아구아 돌체의 평원에서 진재킷을 발견한 주프는 그 착각 덕분에 자신이 놈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은 놈에게 먹히고 만 것이니 뜬금없는 에피소드처럼 보이지만 모든 이야기가 다 연결되어 있었다.


이 영화의 해석을 찾아보면 시선과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몰론 영화를 보면서 어렴풋이 느껴지긴 했으나 이런 저런 해석들을 찾아보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저런 해석들을 전혀 모르고 그냥 보더라도 SF호러로서 충분히 매력있는 작품이었다.

후반의 추격씬에서 주는 스펙타클은 대단했다.

외계인을 쳐부수는 슈퍼히어로나 강력한 미군 따위는 등장하지 않지만 큰 화면에 넓게 펼쳐진 사막을 배경으로 우뚝 선 조그만 크기의 남자와 그에 대비되게 화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괴생물체가 마주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게다가 우스꽝스런 잡동사니 같은 장비들로 우주적 존재에 맞서는 주인공들을 보고 있자면 우스꽝스럽기는 커녕 현실감이 더욱 뭍어나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 화염병과 화살로 괴물과 맞서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스펙타클도 대단했지만 명색이 호러 장르인 만큼 진재킷이 OJ의 집 위에 떠서 피를 쏟아내는 장면에서 주는 기괴함도 대단했다.

생각해 보면 진재킷은 입으로 사람과 동물을 흡입하지만 동시에 입으로 배설도 동시에 하는 구조이므로 이것 또한 <괴물>의 그 녀석을 떠올리게 한다.

조던필이 괴물을 감명깊게 보았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잘 모르겠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진재킷이 구름 사이를 고속으로 이동하는 장면들과 거대한 생명체가 산의 능선을 타고 넘는 코즈믹 호러적인 기괴한 비쥬얼은 한번도 보지 못한 괴이한 장면을 선사하며 눈뽕을 채워 주었다. 

감독의 전작인 <어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손을 맞잡고 산을 타고 넘으며 늘어서 있는 사람들의 행렬에서 주는 기괴한 분위기를 참 좋아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이 세상 것이 아닌 기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러브 크래프트 뿐만 아니라 일본의 호러 작가인 <이토 준지>의 괴랄한 정서와 <SCP 재단> 시리즈와 같은 흥미진진한 설정들까지 담아 내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보는 내내 너무 즐거웠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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