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건국대학을 나온 우수한 학생인 모토로이 하야타가 일본의 침략전쟁을 겪으며 인생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떠돌다 탄광에서 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하마타면 위험한 곳으로 갈뻔한 자신을 구해준 아이자와 미노루와 함께 탄광에서 일하던 중 붕괴사고로 아이자와 미노루가 갱내에 갇히고 만다.
하야타는 발을 동동구르지만 가스누출을 우려해 갱내로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
그리고 사고 직후 목격된 검은 얼굴의 여우와 이어지는 자살 사건들.
하야타는 석연치 않은 죽음들이 단순히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하야타의 선배 난게쓰가 과거에 직접 경험했던 검은 얼굴의 여우에 대한 일화, 그리고 탄광 내에 떠도는 미신들 등 사건은 으스스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하야타는 굴하지 않고 작은 단서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결국 그가 밝혀낸 사건의 진상은 더욱 더 과거로 흘러가 전쟁 전 아이자와 미노루와 정남선이라는 조선인의 만남으로 거슬러 간다.
과거 아이자와 미노루는 정남선이라는 조선인을 탄광으로 인도한 징용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정남선은 탄광에서 일하는 동안 일본인 간부의 조선인에 대한 엄청난 학대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도 아이자와가 자신을 구원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지내고 있었다.
미노루 역시 그런 부채의식을 가지고 정남선을 다시 찾아오지만 때마침 탄광에 떨어진 폭격으로 인해 미노루는 목숨을 잃는다.
정남선은 자신의 신분을 아이자와 미노루로 바꾸고 그의 행세를 하며 살고 있었던 것.
다시 현재로 돌아와 하야타와 함께 탄광에서 일하던 중 정남선은 그곳 탄광에서 과거 조선인을 학대하던 간부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갱내사고가 발생하자 미노루는 이를 기회로 삼아 그들 간부들을 모두 살해할 계획을 세웠던 것.
하야타는 이 모든 것을 알게 되고 나중에 자신이 아이자와 미노루라고 알고 있었던 정남선과 다시 만나게 되면 이야기는 끝난다.
이야기의 초반부는 검은 얼굴의 여우라는 초현실적인 존재를 으스스하게 묘사하며 분위기를 잡는다.
하지만 중후반이 지나면 어느새 여우는 존재감이 사라지고 연쇄살인을 해결하려는 추리소설의 형태로 나아간다.
사실 큰 흐름에서 인물이 뒤바뀌는 반전은 놀라웠지만 살인사건에 대한 소소한 트릭들은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검은 얼굴의 여우에 대한 존재감도 초반부에 비해 중반 이후는 거의 공기처럼 희미해지기에 아쉽게 느껴졌다.
그런 의미에서 추리물의 성격도 가지고 가면서 동시에 초현실적인 으스스함까지 함께 느끼게 해주었던 <노조키메>가 다시 보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미쓰다 신조 소설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참 좋아하는데 공포소설로는 훌륭하지만 추리소설로서는 다소 약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코믹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치오 슈스케> (0) | 2024.09.09 |
---|---|
짐승의 성 <혼다 테쓰야> (0) | 2024.08.16 |
명탐정의 창자 <시라이 도모유키> (0) | 2024.06.10 |
명탐정의 제물 <시라이 도모유키> (0) | 2024.06.03 |
일곱명의 술래잡기 <미쓰다 신조> (0) | 2024.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