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 있음>
연상호 감독의 2025년 영화 <얼굴>(The Ugly)은 감독이 2018년에 발표한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도장 새김) 장인 임영규(권해효 분)와 그의 아들 임동환(박정민 분)은 어느 날, 40년 전 가출한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 정영희(신현빈 분)의 백골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아들 동환은 다큐멘터리 PD 수진(한지현 분)과 함께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1970년대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일했던 어머니의 옛 동료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며 과거의 조각들을 맞춰나간다.
과거 정영희는 주변 사람들에게 '괴물'이라 불릴 정도로 못생겼다는 이유로 심한 차별과 멸시, 폭행을 당하며 비참한 삶을 살았지만 앞을 보지 못해 외모를 따지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영규(박정민 1인 2역)만이 그녀를 편견 없이 대해줬고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가정을 꾸리게 된다.
하지만 피복공장 사장의 범죄 사실을 둘러싸고 공장 내에서는 큰 갈등이 벌어지고 그 갈등의 중심에 영희는 뛰어들게 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어머니를 죽인 진범은 외부인이 아니라 바로 아버지 임영규였다.
앞을 보지 못하는 영규는 평소 은연 중에 느끼고 있던 위화감이 아내 정영희의 외모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이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서서히 알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비웃음과 멸시를 견디지 못했어. 결국 그 '보이지 않는 얼굴'에 대한 증오와 열등감이 폭발해 아내를 살해하고 암매장했던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드디어 어머니 정영희의 얼굴이 공개되는데 그 사진 속의 인물은 괴물 같은 모습이 아닌 아주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동환은 아버지에 대한 진실은 묻고 아버지를 전각장인으로 남게 해달라는 딜을 PD에게 제안한다. PD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영화는 끝난다.
<얼굴>은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몰입도가 높았다.
초저예산 영화라고 알고 있는데 모든 요소들이 미니멀하게 구성되어서 그런지 오히려 방해요소들이 적어 오롯히 영화에만 집중하기 좋았고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서 구성요소들은 잘 갖춘 정말 웰메이드한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버지 임영규가 죽은 정영희를 엎고 산에 뭍으러 가는 장면이었다.
자신은 아무도 모르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행동하지만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
정말 섬뜩한 장면인데 어찌보면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하는 정말로 묘한 기분이 드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영화 '맨 인더 다크'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시각장애자가 소재인 영화에서는 빠지지 않는 단골 시퀀스인 '소리 내면 안되는' 장면이 저런 식으로 역으로 사용될 수도 있구나 싶어 매우 신선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마지막에 두번의 뒷통수를 때리는데, 첫번째 약한 뒷통수는 아들 영규의 행동이었다.
엄마를 죽인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한없이 표하고는 다음 장면에서 PD와 딜을 치는 장면.
그 장면은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했다.
주인공 영규가 한없이 속물처럼 느껴지면서도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머리가 복잡해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첫번째 통수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뜻하지 않은 타이밍에 두번째 강력한 뒷통수가 날아오는데 그것은 바로 엄마의 사진.
처음에는 이 사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약간 얼떨떨했다.
한껏 괴물같은 얼굴을 기대하게 해놓고 이게 무슨 장난이지? 싶은 당황스러움과 더불어 기대를 배신당한 듯한 느낌에 살짝 화가 나기도 했다. 만약 이 사진을 반전으로 넣어놓은거라면 완전히 실패한 반전이 아닌가 싶은 실망감이 몰려올 때 쯤 문득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너도 똑같은 놈이네. 뭘 기대한거야?' 라는 물음.
사람들의 따돌림과 멸시를 당할 정도의 외모라면 '당연히 추하고 괴물같은 외모이지 않을까' 라는 고정관념에 빳대를 치는 듯한 한방이었다.
강도 높은 악의가 아닌 사소한 수준의 악의일지라도 그것이 담긴 타인의 시선과 편견은 한 인간을 얼마나 잔인하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실제로 추하게 생긴 사람이 아닐지라도 편견을 가득 담고 쳐다보면 그 대상을 얼마나 추하게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숨기고 싶었던 마음 속의 뭔가를 들킨 것 같은 이상한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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