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 1922 >
소소한 일상과 느린 시골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농부 <윌프리드 제임스>
그는 땅을 처분하고 지긋지긋한 시골생활에서 벗어나 도시로 가고자 하는 아내 <알렛>과 끊임없이 충돌하게 된다.
그 와중에 제임스는 아들 <헨리>를 자기편으로 만든 후 마침내 아내 알렛을 살해한다.
아내만 없어지면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 같았던 이들은 그 뒤 불안과 갈등으로 서서히 삶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그들의 범행이 탄로날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며 불안과 연속이 이어지는데다 덤으로 좋지 않은 일들까지 연속해서 일어나게 된다.
끝내 헨리가 집을 나가는 상황이 된 후 제임스는 슬슬 정신의 끈을 놓기 시작하고 아내의 환각과 싸우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막장으로 치달은 마지막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살기위해 노력하는 제임스.
농장마저 잃고 오마하에서 이런 저런 일로 전전하던 그는 어느 모텔의 방에서 환각과 사투를 벌이다 쓸쓸히 생을 마치게 된다.
단편집의 첫번째 이야기이자 분량이 가장 많은 이야기이다.
이 책은 평화롭다 못해 지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농부의 삶이 어디까지 절망적인 상황으로 떨어질 수 있는가 하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한편으로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제임스는 아들과 함께 아내를 죽이고자 결심을 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겨지자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게 실수투성이에다 그 마무리까지 제대로 되지 못한다.
이 엉망진창의 상황을 너무나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이 머릿속에 훤하게 그려질 정도로 디테일하다.
이들 부자는 일을 벌인 직후부터 뒷수습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시달리기 시작하는데 일상 속에서 끝도 없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스티븐 킹의 필력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 빅 드라이버 >
추리소설작가 <테스>는 한 강연회에 초청되어 강연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 강연의 주최자 <라모나> 가 알려준 지름길로 간다.
못을 밟고 타이어 펑크가 난 그녀는 트럭 운전사 <앨빈> 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는 연쇄강간살인범으로 테스를 함정에 빠뜨린 것.
앨빈에게 몹쓸 짓을 당한 그녀는 죽음에 다다르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채 시체구덩이에서 기어나와 집으로 간다.
여기서 압권은 시체구덩이에서 기어나온 그녀가 집까지 도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심리묘사이다.
언제 다시 살인마와 마주칠지 몰라 불안해 하는 그녀의 표정과 행동이 눈앞에 보여지는 듯 선하게 그려지는 생생한 현장감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의 필력에 또 다시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내적갈등을 겪다가 결국 앨빈에게 복수하기로 한다.
인터넷으로 그의 개인정보를 뒤지던 중 라모나와 그의 충격적인 관계에 대해 알아내고 일단 그녀를 쫒는다.
그리고 차례차례 복수가 연속적으로 이어지지만 통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그녀가 받은 상처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만 와닿게 된다.
그리고 가장 섬뜩한 부분은 앨빈의 살인행각에 대한 묘사가 아닌 그를 그렇게 키워낸 <라모나>에 대한 묘사였다.
"가장 무서운 건 걔(앨빈)가 아니라 우리 엄마야"
이 대사를 읽을 때는 정말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추리소설가 답게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탐정의 시점으로 묘사하는 부분들은 꽤 흥미진진하며 도중에 만났던 목격자가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갈등하는 부분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처절한 복수극과 더불어 단서들을 쫒아가는 과정이 잘 설계된 한편의 추리소설과도 같았던 흥미진진한 단편이었다.
<공정한 거래>
암 선고를 받고 풀 죽은 채 길을 걷던 중년의 남성 <스트리터>는 길에서 노점상 <엘비드>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수명을 연장해 주겠다는 말을 듣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튀틀어서 만든 이야기.
흥미로운 부분은 수명을 연장하는 댓가가 영혼을 파는 것이 아니라자 신이 앓고 있던 암을 바로 <가장 미워하는 사람>에게 전가시키는 것이었다.
고민하던 스트리터는 자신의 친구이자 시기의 대상인 <톰>.
과거 사랑했던 연인을 빼앗았고, 부자이며, 자식들마저 너무도 잘 자란 톰을 가장 미워하는 사람으로 꼽으며 엘비드와의 거래를 승락한다.
계약이 성사된 직후 톰의 가족에게는 불행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게 된다.
톰의 아내는 암으로 죽고 두 자식은 연이어 사고로 불구가 되거나 사업이 실패한다.
톰 자신도 거의 모든 재산을 잃고 모든 것이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반면 스트리터는 모든 일이 순조롭다.
이야기의 막판에 엘비드가 다시 등장하거나 어떤 반전을 기대했지만 그런 것은 없이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야기의 포인트는 모든 것을 갖춘 남자가 완전히 몰락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와 남의 인생을 자신의 손으로 몰락시킨 것과 다름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한 남자의 감정에 대한 묘사가 아닐까 싶다.
<행복한 결혼 생활>
평범하고도 단란한 미국의 중산층 가정을 이룬 <밥>과 <다아시> 부부는 아들 딸 또한 잘 성장하여 아들은 사업을 무난하게 진행중이고 딸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어느날 다아시는 차고에서 물건을 찾던 중 27년간 같이 살을 맞대고 살아온 남편 밥이 연쇄살인마 일지도 모를 물건을 발견하게 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거의 확신하게 된다.
전화 통화 후 아내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밥은 곧장 집으로 달려오고 아내에게 앞으로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용서를 구한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다아시는 그의 용서를 받아들이지만 결국 그녀는 계단에서 그를 밀어 사고사로 위장해 살해한다.
이 소설은 근래 기억하는 소설들 중에서 가장 끔찍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27년간 살을 맞대며 살아온 남편이 연쇄살인마였고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같이 살아 온 아내의 기분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정말 역겨운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 사실을 말해야 할지 숨겨야 할지, 또 그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을때 그들과 그의 자식들이 겪어야 할 고초에 대한 그녀의 갈등묘사 또한 너무 리얼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소설의 시작은 풋풋한 시절의 젊은 밥과 다아시가 만나 사랑을 싹 틔우고 결혼에 이르러 아이를 낳고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초반을 풀어나간다.
그렇기에 차고씬 이후의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오며 배신감마저 든다.
<총평>
이번 단편집 역시 매우 만족스러웠고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두꺼운 책 한권을을 다 읽었을때의 만족감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기분이다.
이번 단편집에서는 복수에 관한 네편의 소설이 들어있는데 꿈도 희망도 없는 <1922>를 제외하고는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 있어 깔끔한 기분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보통 공포영화나 소설은 여름에 어울린다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이 책이 주는 은근한 압박감은 겨울에 이불을 덮고 읽기에 더 어울릴것 같은 느낌이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재밌는 소설을 읽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어판 책표지가 상당히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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