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스티븐킹의 소설을 너무 좋아한다.
이런 저런 미사여구 다 생략하고 그저 그의 소설들은 취향저격이기 때문이다.
장편들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단편집들이 더 좋다.
<130 킬로미터>
스티븐킹의 소설들 중에서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그의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리얼하고 직설적이고 솔직한 아이들의 심리묘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리쳐가 등장하는 소설 역시 좋아한다.
이 소설 <130킬로미터>는 그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키는 그런 소설이다.
폐쇄된 고속도로 휴게소를 모험 중이던 소년.
그리고 휴게소에 멈춰선 자동차 형체의 괴물.
그리고 그곳을 지나는 희생자들과 그들의 딸과 아들.
꼼꼼하고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일품이다.
크리쳐의 정체에 대해서는 밑도 끝도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즐겁다.
<프리미엄 하모니>
아내와 개의 죽음에 관한 내용.
덥고 짜증스런 상황에서 아내와 벌이는 언쟁.
그리고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
상당히 충격스러운 상황이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주인공.
그리고 이어지는 두번째 충격.
일종의 소등극과 같은 상황을 블랙코미기 같은 느낌으로 풀어내는데 상황 묘사가 상당히 리얼해서 마치 내가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배트맨과 로빈, 격론을 벌이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아버지를 돌보는 아들의 이야기.
이야담담하게 치매 걸린 아버지와 아들이 식사를 하며 과거에 즐거웠던 일들을 추억하는 내용으로 이야기 초반부는 평화롭게 흘러간다.
평화로운 느낌이지만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을 주는 문체들은 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야기의 후반부는 갑자기 매우 폭력적인 상황이 전개된다.
그리고 짧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 반전과 또 반전에 대한 복선까지 충실한 작품.
<모래언덕>
고령의 판사가 그의 변호사와 유언장을 쓰던 중 그가 평생을 간직해온 미스터리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만이 알고 있는 모래언덕이 있는데 그 모래언덕에서 일어나는 신비하고도 오싹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한 문장의 임팩트는 상당했다.
<못된 꼬맹이>
어린이 살해범으로 사형을 앞두고 있는 사형수의 고백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사형수는 그의 인생을 반 파멸로 몰았던 정체불명의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결국 그는 아이를 총으로 쏴 잔인하게 복수를 한다.
이야기는 다소 뻔하고 결말도 새로울 것이 없지만 아이의 찰진 욕과 빡친 주인공의 처절한 응징을 흡인력 있게 풀어나가 단숨에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
<죽음>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힌 사내.
모두가 그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는 사내.
보안관 역시 그를 의심하지만 서서히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마지막 결말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내가 생각과 해석과 조금 다른 결말인거 같아서..
<납골당>
뭔가를 찾아서 정글을 탐험하는 30여명의 사람들.
그들은 험난한 정글에서 갖가지 사고들로 목숨을 잃는다.
살아남은 세명은 마침내 비현실적인 광경을 목격하고 만다.
이 이야기는 시처럼 되어있다.
개인적으로 시를 너무너무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도 매우 어렵고 해석도 어려운 작품.
<도덕성>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며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는 한 젊은 부부가 도라이 목사에게 비도덕적 행위를 대행해주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부부는 그 행위를 해주고 돈을 받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며 서로간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상당히 절망적인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비도덕적 행위라는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 상당히 잔인할 수도 있고 비교적 별것 아닌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 행위 뒤에 묘사되는 부부사이의 관계묘사가 상당히 끔찍한 기분이 들어 오싹했던 작품.
<사후 세계>
비교적 짧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주인공 보다도 사후세계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캐릭터의 운명이 생각해보면 상당히 혹독해서 그 캐릭터에게 몰입을 해서 읽게 되었다.
사후 세계를 다루지만 나아가 그 이후인 윤회와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비슷한 이야기를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환생 후에도 같은 삶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살아간다는 이론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르>
주인공이 <킨들>이라는 전자책뷰어를 사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이 받은 핑크색의 <킨들>은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아닌데다 그 킨들의 초현실인 기능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결국 주인공은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제자와 함께 한편의 활극을 펼치게 되고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평행우주에 대한 가설을 소재로 이야기가 펼치지는데 이야기 중에 등장하는 평행우주 속 다양한 세상들의 묘사가 상당히 흥미진진해서 날씨가 더운데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어내렸던 작품.
<총평>
스티븐 킹의 이야기 속에는 상황을 이미지로 떠올리거나 스크린으로 옮겨기기에는 부적합한 류의 상황들이 매우 많다.
너무 비현실적이서 상상 조차 잘 되지 않는 상황이나 또는 스크린으로 옮겼을 때 너무 유치하게 느껴져서 싸구려 B급 영화의 느낌이 팍팍 나는 비쥬얼로 등장할 법한 상황들 말이다.
하지만 소설이기 때문에 그런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스티븐 킹 소설의 또다른 장점은 일상의 소소한 소재에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그렇게 친숙하고 일상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질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의 소설을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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