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모종의 이유로 퇴직한 전 FBI요원 조는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고 살인청부와 비슷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납치된 의원의 딸을 구해오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거칠고 투박한 방법으로 무사히 딸을 구해낸 조는 놀라운 뉴스를 듣게 된다.
자신에게 딸을 구해달라고 의뢰했던 의원이 자살을 했다는 뉴스였다.
의뢰자가 죽어버린 까닭에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던 조는 그 와중에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데리고 있던 의원의 딸을 그들에게 빼앗긴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진 조는 자신에게 의뢰를 주선했던 연락책을 찾아가지만 그 역시 이미 잔인하게 살해당한 상태.
불길한 예감에 곧바로 집으로 향하지만 어머니 역시 살해당한 후였다.
그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집안에 남아 있던 괴한들을 모두 처치하고 어머니의 시신을 호수에 수장시킨 뒤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납치당한 소녀의 모습이 뇌리에 스치며 그는 순간적으로 소녀를 구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살기위해 발버둥치기 시작한다.
소녀가 납치된 장소를 가까스로 찾아내 잠입을 한 조.
경비들을 모두 제거한 뒤 소녀의 방을 찾아낸 조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소녀가 보스를 죽이고 의연하게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는 소녀와 함께 그 곳을 나와 인근 식당에 잠시 앉아 어디로 갈 지를 고민한다.
소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왠지 모를 절망감에 빠져 테이블에 엎드려 있던 조의 귀에 들려온 한마디.
"wake up, joe!"
말 그대로 구원과도 같은 소녀의 한마디에 조는 깨어난다.
그리고 소녀와 함께 일어나며 영화는 끝난다.
솔직히 말해서 아주 재밌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되게 신선한 영화했다.
지옥을 뚫고서 미션을 수행해 왔는데 막상 미션의 의뢰자가 죽어버린 상황. 그것도 자살이라니..
청부살인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다소 신선하다고 느껴졌다.
영화는 <아저씨>나 <테이큰>과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놀라운 건 이런 스토리의 영화를 이렇게나 정적인 분위기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영화의 주인공 조는 매우 어두운 과거와 트라우마를 잔뜩 가지고 있는 인물이며 수시로 자살의 충동을 느끼고 있지만 어머니 때문에 번번히 시도만으로 끝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는 매우 불안정한 인물로 묘사된다.
공교롭게도 얼마전 본 <조커>와 겹쳐지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스토리가 이러함에도 영화는 액션에 비중을 둔 구출극보다는 그때 그때 상황에서 벌어지는 조의 내면을 묘사하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정적이지만 상당히 새로운 느낌으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어머니를 죽인 괴한과의 대화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괴한이 죽기 직전 조의 손을 잡고 숨을 거두는 장면은 여지껏 듣도보도 못한 장면이어서 잠시 숙연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신선했다.
영화의 엔딩 또한 기가 막힌다.
납치당한 소녀가 보스의 목을 따고 태연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구출하러간 자가 허탈해 하는 엔딩이라니...
하지만 이런 희한한 방법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때림으로 인해 영화는 전혀 의외의 메세지로 결말을 이끌어 낸다.
소녀를 구원하러 간 조가 반대로 소녀에게 구원을 받게 되는 결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한 남자는 자신이 구하려고 했던 가녀린 소녀에게 반대로 구원을 받고 다시금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
상당히 여운이 오래남는 엔딩이었으며 테이큰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영화가 액션에 치중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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