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있음 >
포스터의 미칠 듯한 포스와 먹어 주는 분위기 만으로 주저없이 감상을 결심한 영화이다.
윌렘 데포와 로버트 패틴슨이라는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했다.
개인적으로 히어로물 팬이기 때문에 최근에 하차한 벤 애플랙을 대신할 차기 배트맨으로 캐스팅된 로버트 패틴슨이란 배우에 대한 궁금함도 있었다.
로버트 패틴슨을 접한건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연과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전부인데 최근 이 배우의 행보가 흥미로웠기 때문에 그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영화는 1개월간 고립된 등대에서 근무를 하기 위해 이전 근무자들과 교대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늙은 고참 토마스 웨이크와 신참인 에브라임 윈슬로 이 두사람은 첫 식사자리에서부터 사소한 마찰을 보이며 긴장감을 주는데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흑백 화면과 어우러져 묘한 불편함을 주며 앞으로 이 영화가 얼마나 불편해질지를 예고하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고참은 매우 권위적이며 고압적인 자세로 윈슬로를 압박하며 고의로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윈슬로는 등대지기라는 나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꿋꿋히 참고 견뎌낸다.
4주의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의 미운정이 들었는지 그 와중에 이들은 술을 마시며 허심탄회한 대화들을 나누기도 하며 제법 친해진 것 같은 분위기도 보인다.
마침내 4주가 지나 교대가 예정된 날, 무시무시한 폭풍우로 인해 교대가 불발되고 만다.
기상상태가 육지와는 달라 언제 교대가 이루어질지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상황에서 폭풍우로 인해 헬게이트마저 열리게 되자 윈슬로는 그 동안 억눌러운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서서히 미쳐가기 시작한다.
고참은 윈슬로가 갈매기를 죽였기 때문이라며 윈슬로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하고 서로 몸싸움을 벌였다가 다시 화해하기를 반복하며 술에 의지한 피폐한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중 윈슬로는 고참이 자신에 대한 혹평들을 기록해 놓은 일지를 보게 되고 마침내 끈을 놓아버린 윈슬로는 고참을 생매장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고참에 의해 공격을 당해 윈슬로는 상처를 입게 되고 고참도 분노한 윈슬로의 일격으로 끝내는 죽고 만다.
지옥과도 같은 장소로 변해 버린 고독한 등대섬에서 갈매기들에게 뜯어먹히는 시신으로 변해버린 윈슬로를 보여주는 장면이 이어지며 영화는 끝난다.
4D가 아니지만 구린내가 코로 전해지는 듯한 좁고 역겨운 환경에서 칙칙한 남자 둘이서 어쨌든 몸을 부대끼며 지내야 하는 상황.
파트너란 작자는 불쾌하기 이를 데 없으며 혐오스럽기도 하고 게다가 끊임없이 자신을 압박하는 상황.
한줄기 희망이던 교대마저 불투명해며 게다가 폭풍우로 인해 심리적으로 더이상 몰릴 데가 없는 극한의 스트레스.
이런 환경에서 에브라임 윈슬로가 미쳐가는 상황을 정말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장소가 주는 고립감도 일품이지만 그와 더해져 오컬트적인 암시나 윈슬로가 겪게 되는 몇가지 환각등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무서운 장면은 거의 없지만 공포영화에 버금가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분위기와 광기는 충분히 느꼈지만 사실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서 결말부는 무슨 말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특히나 혼란스러운 부분은 토마스 웨이크란 작자의 실체이다.
에브라임 윈슬로의 본명은 사실 토마스 하워드이며 윈슬로란 이름은 이전에 그가 벌목공으로 일할 때 죽음을 방관했던 상관의 이름이라고 했다.
윈슬로는 결국 이전의 자신을 부정하고 지우고 싶어했던 것인데 공교롭게도 등대지기 고참의 이름 역시 <토마스>이다.
고참은 대사 중에서 자신이 윈슬로가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둘다 토마스인 것을 보면 등대지기 고참은 정말로 윈슬로가 속에 봉인시켜 놓은 토마스 하워드가 실체화 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부정하고 혐오스러워했던 내면이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참 토마스 웨이크의 실체는 사실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영화 상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윈슬로는 아직도 벌목공일 때의 숲 속 어디에서 혼자 망상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마도 맨 마지막 장면에서 윈슬로가 죽어있는 곳이 바닷가인 것처럼 보이지 않고 어딘지 특정할 수 없는 공간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이런 여지를 남겨두기 위함인 것 같다.
그리고 등대의 불빛이 의미하는 바도 명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등대의 불빛 속에서 윈슬로가 본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윌렘 데포는 공인된 명배우이기도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긴 대사를 한번의 호흡으로 속사포처럼 뱉어내는 몇몇 씬들에서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도 훌륭했다.
서서히 미쳐가는 윈슬로라는 인물을 잘 표현했고 광기어린 장면들도 좋았다.
배트맨의 충실한 빠로서 브루스 웨인이라는 복잡한 심리상태를 가진 인물을 묘사하는데 있어 나름 괜찮게 어울리는 배우를 캐스팅한 것 같아 한결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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