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5

삼체 (3 Body Problem, 2024)

예전에 삼체를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다가 중도포기한 적이 있다. 외계인이 400년 후 도착한다는 설정이 너무 흥미로워서 읽기 시작했는데 도무지 외계인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고 중국의 근현대사 파트에서 한번 꺾였으나 마음을 다잡고 꾸역꾸역 읽었다. 하지만 게임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도저히 버티지 못해 포기하고 말았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이다보니 살면서 중국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었고 알지도 못하는 중국의 근현대사가 잘 몰입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게임 속 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알지도 못하는 용어들이 난무하고 말라죽은 사람들을 물에 넣어 살리는 등의 생소한 묘사들이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아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때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장면들을 구체..

영화&드라마 2024.04.18

놉 (NOPE, 2022)

영화의 시작은 인기 시트콤 촬영 현장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연기자 침팬지인 고디가 풍선 터지는 소리에 놀라 출연자들을 살해해 버린 끔찍한 현장을 비추며 시작한다. 이후 캘리포니아 아구아 돌체의 한 목장에서 말을 키우는 OJ가 그의 아버지와 함께 등장한다. 이들은 하늘에서 물건들이 떨어지는 괴현상을 목격하는데 그 물건들 중 하나인 동전을 눈에 맞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다. 이후 OJ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삶을 이어가지만 사교적이지 못한 OJ는 어려움을 겪는다. 집을 찾은 동생 에메랄드와 함께 지내던 어느날 밤 정전이 일어나게 되고 밖을 나간 OJ는 멀리 주프의 테마파크 부근에서부터 하늘로 솟아오르며 구름 사이를 고속으로 이동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체를 목격한다. UFO를 촬영해 돈을 벌자는 에메랄..

영화&드라마 2022.09.14

화성인 지구정복 (They Live, 1988)

일용직 노동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조지 나다는 자신이 머무르는 노숙자 보호소에서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 곳의 한 창고에서 수상한 해적방송을 사람들에게 송신하고 있었는데 곧이어 나타난 경찰들에 의해 쑥대밭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이 후 폐허된 곳을 뒤적거리던 나다는 그곳에서 수상쩍은 상자를 발견하고 열어보는데 안에는 다름 아닌 썬그라스가 잔뜩 들어있다. 나다는 호기심에 썬그라스를 써보게 되는데 곧 그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거리를 뒤덮은 "복종하라","소비하라" 등의 이상한 문구들과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썬그라스를 통해 보이게 된 것이다. 나다는 이 존재들을 총으로 쏴 죽이고 경찰들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어 도망을 다니다가 예전 노숙자 보호소에서 해..

영화&드라마 2022.06.06

장난감 수리공 <고바야시 야스미>

평이 좋아서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단편집인 줄 알고는 있었으나 고작 두편이 들어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기에 살짝 당황했다. 첫번째 이야기 은 제목에서부터 이미 예상할 수 있듯이 뭔가를 고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평소에 괴담이나 미스테리를 즐기는 지라 웹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소재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다듬은 느낌이 들어서 새롭지는 않았다. 이야기의 반전도 충분이 예상이 가능하기에 이야기를 읽다 보면 결말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특유의 음산하면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좋았다. 중간에 수리공이 외치는 뜻을 알 수 없는 단어들을 잘 살펴보면 등의 크툴루 신화에 등장하는 이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다음 편인 에서는 극중에 시사회 표가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작가가 러브..

책&코믹스 2021.12.13

자이고트 (Zygote, 2017)

20분짜리 단편영화로서 스토리는 영화나 특히 게임 같은 데서 수도 없이 다뤄온 스토리라인이라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그 20분 속에 상당한 긴장과 서스펜스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놀라웠다. 보통 영화는 후반의 클라이막스를 위해 앞부분을 잘 깔아놓는 것이 정석인데 이 영화는 그런 것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오히려 얼마 없는 대사 안에서 대략적 세계관까지 파악이 되는 정도라 신기하기까지 하다. 앞부분이 없어 괴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으므로 보는 입장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어 더 긴장되는 효과가 있었다. 살면서 오만가지 괴랄한 비쥬얼의 크리쳐들을 접했다고 생각했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크리쳐는 새로운 종류의 괴랄함을 안겨주며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이런 것도 일..

영화&드라마 2019.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