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지구정복 (They Live, 1988)

 

<스포 있음>

 

일용직 노동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조지 나다는 자신이 머무르는 노숙자 보호소에서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 곳의 한 창고에서 수상한 해적방송을 사람들에게 송신하고 있었는데 곧이어 나타난 경찰들에 의해 쑥대밭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이 후 폐허된 곳을 뒤적거리던 나다는 그곳에서 수상쩍은 상자를 발견하고 열어보는데 안에는 다름 아닌 썬그라스가 잔뜩 들어있다.

나다는 호기심에 썬그라스를 써보게 되는데 곧 그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거리를 뒤덮은 "복종하라","소비하라" 등의 이상한 문구들과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썬그라스를 통해 보이게 된 것이다.

나다는 이 존재들을 총으로 쏴 죽이고 경찰들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어 도망을 다니다가 예전 노숙자 보호소에서 해적방송을 만들던 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썬그라스를 통해 보이는 존재들은 외계인들이며 인간을 가축으로 삼고 지구를 식민지화 하려한다는 놀라는 이야기를 한다.

실상을 알게된 나다는 곧 반란군 무리에 합류하게 되고 곧이어 기지를 들이닥친 외계인 무리들과 전투가 벌어진다.

처절한 전투 끝에 나다는 외계인들의 안테나를 파괴하는데 성공하지만 큰 부상을 입게 되고 외계인들에게 뻑큐를 날리며 숨을 거둔다.

안테나가 파괴되자 드디어 외계인들의 실체가 사람들의 눈에 보여지기 시작하며 영화는 끝난다.

 

일단은 8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영화라서 좋았다.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라 다소 어이가 없기도 한 메세지를 너무나도 진지하고 뻔뻔하게 1차원적으로 전달하다 보니 그것이 오히려 약간 블랙코미디같은 감성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보다보면 노골적인 화법이 되려 시원하게 느껴지고 화끈한 맛도 있어서 영화 전체적으로는 분명히 약간 헐빈한 구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게 볼수 있다.

사실 영화 제목은 <화성인 지구정복>이지만 영화 상에서는  <화성인>이라는 용어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으며 사실 이들이 <외계인>이라는 언급이 나왔었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요즘에서야 인간들 사이에 숨어있는 외계인이라는 컨셉은 맨인블랙 등을 통해 SF장르에서는 아주 흔한 클리셰가 된지 오래지만 이 당시에는 꽤 신선하지 않았을까 싶고 외계인의 모습 뿐만 아니라 메세지까지 우리가 모르게 숨겨져 있다는 설정은 물론 코카콜라 괴담 등을 통해 아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게지만 지금 봐도 꽤 신선한 설정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외계인들의 비주얼이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혐오스럽기 때문에 처음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에서의 임팩트는 꽤 크게 오는 편이었으며 이후에도 혐오스런 얼굴들이 비춰질 때마다 움찔하게 되는 놀라운 외모를 자랑한다.

썬그라스를 통해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흑백으로 나오지만 영화의 엔딩에서 안테나가 파괴된 이후에는 푸르스름한 피부와 새빨간 얼룩들이 고스란히 컬러로 등장하기 때문에 혐오스러움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다. 

생각보다 액션의 비중이 크지 않고 고어한 장면도 거의 없기 때문에 약간은 심심하지만 마치 월리를 찾아라 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외계인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으며 엔딩에서 외계인들의 정체가 세상에 까발려질 때는 묘한 쾌감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는 내내 아주 심각하고 진지한 톤으로 일관하지만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알수 없는 장난끼와 묘하게 블랙 코미디적인 정서가 멤돌기 때문에 꽤 즐겁고 유쾌하게 보았던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