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노바디 (Nobody, 2021)

거제리안 2022. 8. 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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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과 테이큰을 짬뽕 시킨 듯한 영화로서 테이큰 이후 비슷한 류의 영화들이 쏟아졌듯 이 영화 역시 존 윅의 아류작 같은 영화 인 줄 알고 보았으나 생각보다 각잡고 제대로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모브사이코100 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시청중인데 초능력을 가졌지만 순하디 순한 주인공의 스트레스 지수가 100%가 되면 초능력이 폭주하게 된다는 설정을 가진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허치는 감사원이라고 불리던 전직 특수요원으로서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일을 버리고 가족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렇게 십수년을 지내다 보니 어느덧 어버지나 남편으로서의 존재감은 사라진지 오래고 실수연발에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무기력한 가장의 모습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자신의 비밀신분이 드러날까 최대한 조용한 방법으로 강도들을 보내주고 마는데 이 행동으로 인해 가족을 지키지 못한 비굴한 아빠의 이미지로 가족과 이웃들의 비웃음을 사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딸이 찾아 헤매던 야옹이 팔찌를 강도들이 가지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의 스트레스 지수가 100% 되고 만다.

그는 장비를 챙겨 강도들을 추적해 나가는데 이 과정이 재밌다.

강도의 팔에 새겨진 문신을 단서로 타투가게들을 돌던 중 그를 허접하게 FBI 흉내내는 나부랭이로 취급하던 한 가게 주인과 시비가 붙기 직전 그를 알아본 가게 내 사람 중 한명이 조용히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사라진다.

 

존 윅 1편을 보면서 대단히 흥미로웠던 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는데 주인공의 실력을 제대로 공개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이 자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흘려주는 반응들이 쭈욱 등장하는데 이런 장면들이 너무 신선한 연출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영화에서도 이런 연출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무튼 강도들을 마침내 추적하여 그들의 집을 급습하지만 병을 앓고 있는 갓난 아기를 키우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나오게 된다.

갈 곳을 잃은 분노를 품은 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약에 취한 듯 보이는 5인조가 버스에 타더니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이에 그는 갈 곳 잃은 분노를 터뜨린다.

그리고 아주 시원하게 5인조를 박살 냈지만 오랜만의 싸움인지라 그 역시 많은 상처를 입었다.

한편 오브샤크라는 돈세탁 클럽을 운영 중이며 그 바닥에서는 건드리지 말아야 작자로 명성이 자자한 율리안이라는 인물의 동생이 그 버스의 5인조 중 한명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분노한 율리안은 허치를 없애기 위해 그의 뒷조사를 시작하고 킬러들을 보내지만 모조리 그에게 아웃되고 가족을 건드린 것에 더욱 빡친 허치는 오브샤크에 단신으로 쳐들어가 모조리 불태워 버린다.

모든 것을 잃은 율리안은 허치와 마지막 전투를 벌이고 허치는 아버지와 후방지원 임무를 맡은 해리, 그렇게 3명이서 그들과 최후의 전투를 치른다.

 

초반에 잠시 언급했지만 존윅을 오마쥬해서 제대로 각잡고 만든 영화로서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무기력한 가장 버전의 존 윅 정도 생각하면 되겠다.

진지하기만 한 존 윅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은근 영화 전체에 유머코드가 깔려있어서 상당히 유쾌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특히 버스 안에서 갈 곳을 잃은 분노를 표출하지 못한 그에게 나타난 5인조를 보고 지긋히 미소 짓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라고 생각된다.

 

율리안의 명령으로 허치의 뒷조사를 하던 부하가 그의 정체를 알자마자 이 일에서 손떼겠다고 달려나가는 장면이나 마지막 그를 취조하던 형사들이 전화통화 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장면등 존 윅에서 인상깊었던 요소를 차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한 점은 정말 좋았다.

다만 버스 격투씬이 너무 좋았다보니 뒤에 액션들은 상대적으로 그보다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공장에서의 전투는 연로한 아버지까지 가담을 하게 되는데 그건 좀 살짝 현실성을 벗어나 너무 만화스러운 설정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 외에는 다 좋았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새집을 둘러보던 허치 부부가 의문의 전화를 받고는 이 집에 지하실이 있냐고 물어보는데 이 대사 역시 대놓고 존 윅을 패러디한 대사로서 꽤 익살스러운 엔딩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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