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더 윈드 : 악마의 속삭임 (The Wind, 2018)

거제리안 2022. 8. 2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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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요즘 포크호러라는 장르에 꽂혀 있어서 이 영화 또한 같은 맥락으로 찾아보게 되었다.

황량한 벌판 한 복판에서 살고 있는 부부, 아이작과 리지

외롭던 이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이사 온 기디온과 엠마 부부에게 진심으로 반가워 하며 저녁식사에 이들을 초대한다.

그런데 엠마가 왠지 쎄하다.

엠마는 생활력 강한 아이작과 강한 리지를 동경하며 남편 기디온에 대해서는 미덥지 않다는 불신의 태도를 보인다.

그런 위태위태한 상태가 얼마 지나지 않아 엠마의 불안정한 상태는 극도의 상태로 치닫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엠마는 머리가 터진 상태의 차가운 시신이 된 채로 아기와 함께 뭍힌다.

영화의 초입부는 여기까지다.

 

아이작이 몇일간 집을 비우게 되고 리지는 외딴집에서 혼자 보내게 되는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뭔가가 문을 두드리는가 하면 어떤 존재가 리지 주위를 멤도는 듯만 하다.

한밤 중 빈집이 분명한 저 멀리 아이작과 엠마의 집에 불이 켜진다.

그 곳을 찾아간 리지는 죽은 엠마의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엠마가 가진 아이가 아이작과 바람을 피워 가진 아기라는 문구를 보고 경악한다. (원래 리지는 엠마의 평소 행동에서 이미 의심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집에 수상한 목사가 방문을 하게 되는데 이는 악마가 리지를 괴롭히기 위해 목사의 모습을 하고 찾아왔던 것.

리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집을 도망쳐 다음 날 날이 밝고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혼자 고립되어 있다는 정신적 압박과 미지의 존재에 대한 극도의 공포, 거기에 남편에 대한 불신마저 더해지며 리지의 멘탈은 최악의 상태로 치닫는다.

아이작이 집으로 돌아왔고 리지는 하소연을 해보지만 아이작은 믿어주지 않는다.

말다툼 끝에 아이작은 엠마를 죽인게 (아마도) 리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화를 내는 아이작에게서 악마의 모습을 본 리지는 놀라 아이작을 죽이게 된다. 

그리고 대평원에 홀로 남은 리지를 비춰 주며 영화는 끝난다.

에필로그에는 맨처음 이곳으로 이주하는 리지와 아이작을 보여주는데 이때 목사가 나타나 이들을 환영하며 리지에서 성경과 악마계보가 적인 종이를 건내 준다.

 

지루하다면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별로 대사도 없이 아주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본인의 취향에 꼭 맞는 영화였다.

전체적으로 시간순서가 다소 뒤죽박죽 되어 있고 해석도 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내가 생각한대로 정리를 해보자면 이렇다.

영화상으로는 맨 마지막에 등장하지만 시간순으로 제일 처음이 되는 사건인 목사에게 성경과 악마소개서를 받은 시점.

이  시점에서 리지에게는 마음 속에 악마에 대한 생각의 뿌리가 자리잡게 된다.

영화 <인셉션>에서 인간의 무의식에 특정 개념을 주입하듯이 리지의 무의식에 악마라는 키워드가 인셉션 된 셈이다.

영화는 엠마의 입을 통해 리지는 강한 여성이라고 반복해서 이야기 하고 아이작 역시 생활력 강한 유능한 남편이라는 동경하는 투의 말을 한다.

하지만 기디온과 엠마는 아이작과 리지의 긍정적인 모습 이외의 부정적임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존재들이라 생각된다.

아이작과 리지는 황무지로 이주해 그곳에서 정착한 개척차들로 보이지만 결국 그들도 척박한 환경에서 고생하며 심리적으로도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는 약한 존재들이었으며 기디온과 엠마처럼 서로에게 어느 덧 불신을 가지고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며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이 와중에 뇌관을 건드리며 위태위태했던 일이 마침내 터지게 된다.

엠마의 동경이 선을 넘으며 아이작을 향한 망상인지 실제인지 모를 불륜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엠마의 상태를 봤을 때 망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엠마가 임신한 사실을 알자 의미심장하게 물어보던 아이작의  행동을 보면 수상하기 이를데 없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 이때 여자의 직감으로 수상하다고 눈치해는 리지의 표정이 정말 압권이다. 이 영화의 명장면 )

남편에 대한 신뢰 마저 흔들리자 리지의 강한 모습 속에 꽁꽁 숨겨졌던 약한 멘탈은 완전히 부서진다.

질투와 공황 속에서 엠마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총으로 엠마를 쏘게 된다.

그리고 엠마의 죽음 이후 악마의 위협도 보다 강도가 높아져서 죽음 엠마의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목사의 모습으로 집안으로 들어오기까지하는 등 극한의 상태 속에서 리지는 홀로 망가져 간다. (영화 상에서는 리지는 아이를 임신을 하고 있던 때 부터 악마에게 시달렸고 결국 유산했다. 엠마도 임신을 한 시점부터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아이도 죽게 된 셈이니 이 쯤 되면 리지와 엠마는 거의 같은 길을 걸은 셈이다.)

대초원의 악마가 실존했는지 아니면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낸 허상인지 영화는 명확히 보여주지는 않지만 이 때문에 이 영화가 한층 더 으스스하다.

유령이나 괴물이 등장하기 전까지 굉장히 분위기 좋았다가 이들의 정체가 공개되자마자 무서움이 0이 되어버리는 사례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리고 이 영화에서 공포스러운 장면들은 악마가 등장할 때 보다 끝없는 지평선 속에서 혼자 서있는 리지를 화면에 담을 때가 더 무섭다. ( 가장 무서운 장면을 꼽으라면 저 멀리 지평선 끝의 어둠 속에서 빈집임이 분명한 기디온과 엠마의 집에 불이 켜지는 장면이었다. )

개인적으로는 서부시대를 배경으로한 공포영화여서 매우 신선했는데 서부시대하면 총잡이 영화 밖에 떠오르지 않던 내게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도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만큼이나 적막하고 스산하고 으스스한 느낌을 낼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서 새로웠다.

 

<대초원의 악마>라는 존재는 처음 들어 봤지만 매우 흥미로웠다.

서부개척시대에 황량한 곳에서 이주해 척박한 환경과 싸우던 이들에게는 대초원이라는 장소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었을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람이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요소는 정말 수만가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듣도 보도 못한 공포증 (포비아)들이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또한 정말 다양한 것들로부터 다양한 공포심을 느끼는 약한 존재인지도 새삼 깨닫게 된다.

만화 <체인소맨>을 보게 되면 대상에 대해 인간이 얼마나 공포심을 느끼는 가에 따라 그 악마가 얼마나 강한지 결정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대가 변하고 인종이 달라도 사람이 생각하는 매커니즘은 결국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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