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배트맨과 로빈 (Batman & Robin, 1997)

거제리안 2022. 11. 1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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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포에버에 이어 드디어 그 악명높은 <배트맨과 로빈>도 감상을 했다.

이 영화는 97년도에 극장에서 본 기억이 생생한데 그 당시에도 살짝 졸았던 기억이 난다.

그 유명한 <유두 슈트>와 <배트 크레딧 카드>가 등장하고 감독이 코멘터리에서 직접 사과까지 한 것으로 유명한 이 영화는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실제로 영화를 본 적은 없어도 각종 짤이나 패러디로 한번 쯤은 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악명 높은 영화이다.

그런 연유로 배트맨 포에버 이후 이 영화를 보려고 하다가 살짝 망설였던 것도 사실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역시 은근히 재미가 있어서 보는 내내 놀라웠다.

사실 97년도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때보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더 재미있게 보았다.

만약에 내가 배트맨의 팬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봐도 여전히 유치하고 재미없는 영화였을지도 모르겠으나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앞서도 언급한 캠프 스타일 TV 시리즈의 관점으로 자동으로 눈높이가 맞춰졌고 그러다 보다 유두 슈트와 배트 크레딧 카드 역시 일종의 병맛 개그 같은 감성으로 즐길 수 있었다.

나의 소중한 두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나의 몸이 스스로 영화에 맞추며 반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화려하지만 어두움이 뭍어나는 고담의 풍경도 좋았고 총천연색의 화려한 색감과 아동용 뮤지컬 같은 유치한 의상과 세트 디자인들속에서 구석구석 빼곡히 채워진 디테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마지막 엔딩씬에서 세명의 배트패밀리가 배트맨 로고를 등뒤로 뛰어나오는 장면은 꽤 멋었어서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그리고 스매싱 펌킨의 곡은 원래도 좋아하는 곡이어서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다만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브루스 웨인은 너무 부드러워서 브루스 웨인 스럽지 않았고 시종일관 징징대기만 하는 로빈은 다소 진상처럼 보이기까지 해서 아쉬웠다.

또 이 영화에서 대표적으로 까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베인> 인데 강인한 육체와 뛰어난 지능으로 배트맨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던 것으로 유명한 베인을 단순히 근육덩어리 바보로 만든 것은 욕먹어 마땅하지만 재해석의 차원에서 보면 참신하기는 했다. 

도시 전체를 얼음으로 뒤덮는 스케일로 볼거리도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개봉한 지 25년이 지났고 그 25년 동안 가루가 되도록 까인 데이터가 머릿속에 축적되어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0이어서 오히려 지금 감상했을때 더 재미있게 본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관점의 차이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당연히 이 영화는 망작에 가깝겠지만 각종 B급 영화들과 병맛 영화들로 단련된 시각으로 관점을 조정해 영화를 본다면 그 속에서도 재미요소가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영화를 무조건 망작이라고 까지만 말고 다른 관점에서 한번 영화를 봐 보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배트맨의 팬이 아니라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원작을 모른 상태에서 패러디 영화를 보면 재미가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병맛 영화 내지는 패러디 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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