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노시보 (Nocebo, 2022)

거제리안 2023. 3. 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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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제목인 노시보는 위약효과인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약을 줘도 환자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면 효과가 발휘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아동복 디자이너 크리스틴은 어느날 패션쇼 도중 전화 한통을 받고 직후 혐오스런 몰골의 개를 목격한다.

개가 퍼뜨린 진드기에 물린 크리스틴은 이후 주기적인 경련과 기억 상실 등을 겪으며 화려한 커리어를 뒤로한 삶을 살게 된다.

다시 디자이너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 중인 크리스틴의 앞에 가정부 다이애나가 나타난다.

그녀는 크리스틴이 본인을 고용했다고 주장하지만 크리스틴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크리스틴과 남편 펠릭스, 딸 밥스, 그리고 다이애나 4명의 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이애나는 크리스틴이 발작 증세를 보이자 그녀를 자연스럽게 치유시켜 주는데 그 이후로도 그녀는 각종 민간 요법등으로 다이애나의 증세는 호전되는 듯 보인다.

다이애나는 자신이 과거 <옹고 (치유와 죽음을 다룰 수 있는 초현실적인 존재)>의 힘을 물려 받았다고 말한다.

다이애나를 수상하게 여기던 펠릭스는 그녀가 크리스틴의 약을 감춘 후 거짓말을 했다는 구실로 다이애나를 집에서 쫒아낸다.

하지만 딸 밥스의 거짓증언(?)으로 펠릭스와 크리스틴은 크게 다투게 되고 직후 펠릭스는 계단에서 추락해 크게 다치고 만다.

펠릭스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크리스틴의 증세는 점점 심각해지고 쫒겨났던 다이애나가 다시 집으로 복귀해 크리스틴에게 치료를 이어나가게 되는데 이후 과거에 있었던 참혹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다이애나에게는 딸이 있었고 그녀는 딸과 함께 옷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공장은 크리스틴의 옷을 제작하는 공장이었다.

크리스틴은 공장을 방문해 사장에게 작업을 재촉하고 의류 유출을 구실로 공장 입구에 자물쇠를 채우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날 다이애나가 잠시 외출한 사이 공장에서 화재가 발행하게 되는데 입구에 채워진 자물쇠 때문에 사람들은 탈출하지 못해 참사가 일어나고 그녀의 딸 역시 그 속에서 죽고만 것이다.

딸의 죽음에 분노한 다이애나는 옹고의 힘을 발휘해 크리스틴에게 저주를 건다.

크리스틴이 개를 목격한 순간이 바로 그 저주가 발동되었던 시점인 것.

크리스틴의 증세들은 심리적 효과가 아닌 실제 저주에 걸린 것이었다.

저주의 마지막 단계로 크리스틴은 그 공장의 화재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불에 탄채로 사망한다.

복수를 마친 다이애나는 옥상에서 투신하는데 그 장면을 딸 밥스가 코 앞에서 목격한다.

다이애나가 죽자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입 속에서 옹고가 나와 목격자인 밥스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밥스가 옹고의 힘을 물려받은 것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은 크리스틴이 약을 복용함에도 전혀 호전되지 않는 증세를 겪으며 정신적인 문제로 신체의 이상을 느끼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런 크리스틴의 심리 상태를 다루는 심리 스릴러의 느낌으로 진행되다가 이후는 저주에 가까운 초현실적인 장치들이 등장하며 급격히 오컬트에 가까운 장르로 바뀐다.

보통의 이런 흐름의 영화에서는 후반부에 장르가 바뀌는 것을 거의 반전처럼 사용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는 점이 좀 의아했다.

아니면 반전을 시도했지만 임팩트를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화 초반에는 크리스틴의 증세가 심리적인 원인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정작 그녀가 무슨 트라우마를 겪었는지는 영화의 후반에 가서야 나오기 때문에 '아, 저정도 일을 겪었으면 그럴 수 있지'라고 납득되지 않은 채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심리 스릴러일 것이란 확신이 없는 채로 영화를 보게 되고 묘한 분위기의 다이애나가 등장과 동시에 당연히 초자연적인 방향으로 틀 것이라 누구나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장르적 반전은 성립이 되지 않게 되는 것이고 자연히 후반부의 전개도 대충 머릿속에 그려질 수 밖에 없었다.

다이애나가 등장해 벽에 걸린 아이의 사진을 의미 심장한 눈빛으로 보는 순간 딸의 복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예상될 수 밖에 없고 옹고가 언급되는 순간 복수에 저주가 사용되겠구나 예상할 수 밖에 없기에 대충의 스토리가 다 짐작이 되는 매우 싱거운 영화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사실 왜 이렇게 뻔히 결말이 예상되게 영화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상당히 김빠지는 전개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출적으로는 꽤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었다.

처음 개가 등장하는 장면이 주는 혐오감과 불쾌감은 매우 임팩트 있었다.

그리고 옹고의 힘을 물려 받은 직후 전임자가 멀리서 지켜보는 장면을 아주 느리게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상당히 소름끼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을 주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엔딩에서도 똑같이 등장하는데 꽤 으스스하면서 기괴한 느낌을 주는 연출이었다.

 

영화의 포스터에서 뭔가 신체 변형과 관련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고 영화의 초반부 개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감염과 관련된 뭔가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그 쪽 장르로 기대했다가 실망한 이유도 영화를 재미없게 본 요인 중 하나가 되겠다.

그리고 감독의 전작이 <비바리움>이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을 정말 재밌게 봤기에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도 있었던 것 같다.

노동 착취를 다룬 영화의 메세지도 인상 깊었고 꽤 괜찮은 영화 속 장치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뭔가 이도저도 아닌 밋밋한 느낌이어서 상당히 아쉬움을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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