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2000년대 초 이란에서 거미 살인마라 불리는 자가 나타나 거리의 여성들을 대상으로한 연쇄살인이 벌이지고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여성 기자 라히미가 현지로 오게 된다.
라히미는 동료기자와 함께 이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하는데 시작부터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힌다.
여성의 신분으로 호텔에서 묵는 것 조차 쉽지 않고 경찰간부는 그녀를 성추행하려 한다.
경찰로부터 협조가 쉽지 않음을 깨달은 라히미는 직접 거리의 여성으로 위장해 살인자 사이드와 접촉에 성공한다.
목숨을 걸고 사이드에게 접근 후 아찔한 위기가 있었지만 겨우 탈출에 성공한 라히미.
결국 사이드는 체포된다.
하지만 여기서 부터가 가관이다.
십여차례가 넘는 여성을 살해하고도 그녀들이 거리의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사이드는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부정한 여성들을 처리했다는 이유로.
결국 사이드는 사형을 당하지만 여전히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그의 주변인들을 그를 지지한다.
공포는 여기서 부터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당당하게 밝히며 자신의 여동생을 대상으로 여성 살해 장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연하는 등 참으로 가관인 행태를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과거에 <밤을 걷는 뱀파이어>라는 영화를 아주 괜찮게 보았는데 단순히 포스터와 제목만 보고서 비슷한 류의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호러 영화라고 생각하고 고른 영화이다.
그렇게 고른 이 영화는 예상과는 다르게 연쇄살인마를 뒤쫒는 스릴러 영화인 듯 보였지만 오히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영화였다.
그리고 그 만큼 더 몰입도가 높았고 그 만큼 더 답답함이 느껴지기는 영화였다.
장르적으로는 호러와 거리가 먼 영화지만 영화를 보면 볼수록 정말 호러 영화 못지 않은 공포감을 선사했다.
지금도 명예 살인이라는 이름으로 떳떳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저런 곳에서 여자로서 어떨게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할수록 공포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영화의 마지막에 사이드의 아들이 자신의 여동생을 대상으로 살인을 재연하는 장면도 호러 영화 못지 않은 끔찍함을 선사한다.
영화 외적인 이야기들 역시 공포스럽다.
이 영화에서 사이드 역을 맡았던 배우는 영화 제작 이후 제작진의 보호를 받으며 유럽에서 활동 중이라고 한다.
라히미 배역을 맡은 배우 또한 과거에 프랑스로 망명을 한 인물이며 실제로 그녀는 이 영화의 제작진으로 참여했으나 여배우들이 배역을 맡지 않으려 해서 본인이 연기를 했다고 한다.
대략 20년 정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이지만 현재도 딱히 달라 보이진 않는다.
과거 이슬람 혁명 이전 60~70년대 이란의 사진을 본적이 있는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뭔가 시대가 잘못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세상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모든 것이 진보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의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지만 압색을 당할 수도 있으니 속으로만 생각하겠다.
이 감독의 필모를 보고 좀 놀랐는데 과거 <경계선>을 연출한 감독이었다.
판타지에 가까운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차기작이 이런 영화라니 다소 의아하기도 했고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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