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무빙 (Moving, 2023)

거제리안 2023. 9. 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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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대망의 무빙 시즌1 최종화까지 감상을 마쳤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본 드라마 시리즈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흡인력이 있었는데 과거 <오징어 게임>을 볼 때 거의 손에 땀을 쥐고 보았던 정도의 흡인력이었던 것 같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초인들이 등장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일상물을 보는 듯한 정서가 좋았다.

대조적으로 보자면 최근 영화 <마녀> 시리즈에서 잔뜩 눈에 힘만 주고 갖은 똥폼을 잡아대며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들던 캐릭터들이 없어서 좋았다는 점이다. 

(물론 마지막에 등장한 북한의 기력자들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기는 했지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의미로 중반 이후에는 등장이 없었지만 시즌 초반 대활약 했던 프랭크 류승범 같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악역 캐릭터가 눈길을 끌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주로 펼쳐졌던 전반부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마치 학생시절로 돌아간 듯한 풋풋한 느낌을 같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서적으로 힐링되는 듯한 느낌까지 받으며 즐길 수 있었다.

시즌의 중반부가 되면서 다소 무겁고 진지한 어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각자의 사연들이 모두가 매력적이면서 서로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구조여서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의 하나를 꼽자면 잘 만든 <대사> 였다.

에피소드의 초반에 던진 대사를 후반에 다시 언급하는 식의 구조를 즐겨 사용하는데 복선 회수처럼 딱딱 들어맞고 찰진 느낌라 너무 좋았다.

그리고 류승룡 캐릭터의 전사 중에 등장한 "길을 찾을 수가 없어서요" 같은 중의적인 대사는 너무 주옥같아서 기억에 남는다.

시즌의 후반부로 들어서면 과거와 현재가 슬슬 만나면서 액션의 비중도 대폭 늘어나게 되어서 눈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액션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서 당연히 CG의 비중도 같이 늘어나게 되는데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의 CG는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이는 시리즈 전체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 공중을 나는 장면 등에서 유독 어색함이 느껴져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재밌게 보았지만 엔딩까지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마지막 전투의 상대가 되는 집단이 북한의 기력자들이라는 점이었다.

시리즈 전체를 통해 주인공들을 가장 집요하게 괴롭혔던 적은 민차장으로 대표되는 안기부였다.  

따라서 그들과의 최종전투를 통해 시원한 사이다를 기대하고 있었던 나로서 북한 기력자들의 등장은 다소 뜬금없었다.

게다가 마지막 3편의 에피소드에서 그들 모두의 전사까지 풀어가면서 극이 전개되었기에 뭔가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도 들었고 북한 기력자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과의 전투에 마땅한 동기 부여도 되지 않았고 이겼을 때의 카타르시스 같은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반면 마지막에 주인공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던 인물들의 최후는 거의 보여주지도 않고 1컷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전 시리즈를 거치며 서서히 쌓아온 감정이 엉뚱한 곳에서 폭발한 것처럼 느껴졌고 적들은 최후를 맞이했으나 전혀 통쾌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 덕분에 마지막 에필로그들과 쿠기영상을 보면서도 여운을 느끼기 보다는 나의 이 갈 곳 잃은 감정들을 정리하느라 뭔가 서두르게 되는 찝찝한 기분으로 스탭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안기부와의 최종결전은 후속 시즌을 위해 남겨둬서 그럴 것이라 생각되긴 하지만 중후반이 너무 좋았기에 상대적으로 후반부는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엔딩에서는 후속 시즌을 위한 떡밥이 몇가지 등장하는데 장희수를 따라온 전학생의 정체는 좀 놀라웠다.

그리고 초중반 이후 등장이 없었던 류승범의 재등장과 그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예고도 흥미로웠다.

회수 되지 않은 떡밥 중에서 담임 교사의 전사에 등장했던 시간을 정지 시키는 능력의 소유자 <김영탁>이라는 인물도 기대된다.

시즌을 통틀어 주인공들을 가장 괴롭혔던 민차장과 교장의 죽음이 핵사이다의 통쾌함 없이 지나가버려 너무 아쉽지만 어쨌든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은 만족이다.

역대급 몰입도를 지닌 작품이었던 만큼 다음 시즌도 즐겁게 기다려 본다.

끝으로 <스위트홈>에 등장했을 때 비록 아쉽게 퇴장했지만 매우 매력있다고 느꼈던 배우 고윤정이 이번 드라마에서 정말 빵 떠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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