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 있음
곡성 이후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 화제이다.
극명하게 호불호가 나뉘면서 영화를 본 사람들 간에 뜨거운 논쟁이 붙고 있으니 한편으로 새삼 나홍진 감독의 어그로 실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영화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80년대 호포항이라는 DMZ 인근 마을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과 그를 추적하는 경찰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 한마리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마을 하나가 통째로 쑥대밭이 되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에는 산하나가 완전히 날아가버리는 정도의 스케일로 발전하는 자연재해 급의 재앙을 그린다.
재앙의 원인은 다른 아닌 외계에서 온 존재.
외계에서 온 존재의 아이를 양배라는 마을 청년이 사냥하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먼저 밝히자면 극호이다. 극호 쪽에 가까운 것도 아니고 그냥 극호이다.
2시간 내내 벌어지는 외계 크리쳐와의 전투와 추격전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2시간 내내 액션을 펼침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트랜스포머 3 같은 영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혀 지루함을 느낄 틈새가 없었다.
심지어 막판 외계인 모선이 등장할 때는 초조함 마저 들었다.
아 러닝타임이 끝나가는데 지금 모선이 등장하면 어쩌지? 곧 영화가 끝날텐데.. 라는 걱정이 들면서 러닝타임이 아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당연 비쥬얼이다.
요즘은 워낙 볼거리가 풍부하다 보니 크리쳐가 등장하는 장면은 매우 익숙하게 느껴질 법도 하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트럭이 날아다니고 사람들이 괴물에게 짖이겨지는 광경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장면들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리뷰를 찾아보면서 새삼 사람 생각하는 거 다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이 저렇게 빠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느리게 달리는 사람이나 말, 자동차를 왜 못 따라잡을까? 하는 의문.
모두가 일관되게 지적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뭔가 어색한 대사들과 몇몇 억지 개그씬들이 아쉬웠다.
그리고 칼로 무 베듯 뚝 잘리는 엔딩.
무엇보다 가장 큰 아쉬움은 크리쳐들의 정체였다.
처음에 예고편을 보고는 아마도 영화 <미스트> 같은 것을 기대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등장하는 크리쳐들이 여러 개체인데 외형이 다들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보통 크리쳐 물에서 등장하는 크리쳐들은 어느 정도 통일성이 있기 마련이다.
에이리언이나 프레데터 같은 시리즈물을 보더라도 약간의 변주는 주어지지만 큰 틀에서의 기본 외형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고편에서 등장하는 크리쳐들을 보고서 아! 이 영화는 미스트 같은 영화로구나 라고 생각했다.
'어떤 차원의 문이 열리면서 그 쪽 차원의 알 수 없는 크리쳐들이 이쪽으로 넘어오는구나' 라는 생각.
원래 공포물이라 크리쳐물의 법칙이 언제나 그러하듯 공포의 주체가 되는 것의 정체가 밝혀지면 약간의 김이 빠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체가 외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다소 김이 빠졌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적어도 외계인이라면 디자인으로 어느 정도 통일감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
물론 영화상에서는 계급이 나눠져 있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계급이 다르다고 해서 완전히 종이 다른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외형 차이가 있는 것은 리얼함을 떨어뜨리는 요소처럼 느껴져 아쉽다.
그리고 외계인의 정체를 밝히는 장면을 아예 쿠키로 빼버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공격이 있었고 그 공격에서 벗어나면서 엔딩을 맞이했다면 적어도 영화가 뚝 잘리는 느낌 없이 하나의 영화로서의 더욱 완결성이 있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하지만 그러한 단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에서 사라지고 좋았던 장면들만 계속 머릿속에 멤돌면서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상한 힘이 있는 영화이다.
사람마다 좋은 영화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이런 저런 논리적인 이유들을 떠나서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생각이 나고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영화라면 그 당사자에게는 더 없이 좋은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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