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맨 9권 <친절한 그들> 의 스케일은 너무나도 방대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하나라도 빠뜨리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먼저 든다.
이 책은 1권에서 8권까지에서 소개되었던 거의 모든 이야기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각 이야기들의 파트와 등장인물들의 역할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완벽하게 유기적으로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에 말그대로 대사 하나 페이지 하나라도 허투루 넘길 부분이 없었다.
2권에서 등장한 < 히폴리타 홀 (리타) >의 아들 < 다니엘 >이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얼마 후 다니엘은 불타죽은 시체로 발견되고 패닉에 빠진 리타는 <꿈>이 예전에 자신에게 예고했던데로 다니엘을 데려갔다고 생각한다.
복수를 다짐한 리타는 복수의 화신인 <푸리아이>를 찾아 나선다.
푸리아이는 친족살해라는 죄를 저지른 꿈을 처단하기 위해 꿈결로 향한다.
다니엘이 납치되기 전 잠시 다니엘을 맡고 있던 보모는 다름 아닌 < 로즈 워커 > 였다.
할머니 <유니티 킨케이드> 가 잠들어 있던 영국의 요양원을 찾게 된 로즈는 요양원의 관리인 < 폴 맥과이어 >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폴 맥과이어는 1권에서 꿈을 감금했던 < 로드릭 버제스 > 의 아들인 < 알렉스 버제스 >와 연인관계이며 알렉스 버제스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그리고 로즈가 영국행 비행기 안에서 중년의 여성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여성은 로드릭의 루비를 가지고 도망쳤던 < 사익스 >의 애인 < 에셀 크립스 > 의 자식이다.
꿈은 다니엘를 납치한 자를 찾기 위해 <코린트인>과 <매튜>를 보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을 납치한 이들은 4권 안개의 계절에 등장했던 <로키> 와 3권 꿈의 땅에 등장한 <로빈 굿 펠로우 (퍽)> 이었다.
이 둘이 어떠한 사주를 받았다거나 어떤 동기를 가지고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자세히 묘사되지 않았다.
코린트인은 후덜덜한 전투력으로 로키의 눈을 멀게 만들고 퍽은 도망친다.
이 권에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코린트인의 전투력과 포스였다.
폭풍간지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코린트인은 다니엘을 데리고 꿈결로 복귀하였지만 꿈결은 이미 푸리아이의 공격으로 폐허가 되어 있다.
푸리아이는 문지기 < 그리폰 >을 비롯해 <아벨> <뱃사람의 낙원> <마브>를 차례로 살해한다.
다시 요정국으로 복귀한 <누알라>는 마지막 소원으로 <꿈>을 소환한다.
하지만 누알라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한 <꿈>은 푸리아이와 담판을 벌인다.
그가 죽어야만 이 사태가 해결됨을 깨달은 꿈은 모든 장비를 해체하고 누나인 <죽음>을 부른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꿈은 사라진다.
여기까지가 메인 줄거리이다.
하지만 메인 줄거리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얽혀 같이 돌아가고 있다.
2권 <인형의 집>에 등장했으며 로즈워커의 친구였던 <젤다>와 <샨탈> 이 둘은 HIV에 감염되어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오며 이들의 장례식에는 <할>이 동행한다.
역시 2권의 첫 등장을 시작으로 중간중간 여러번 등장했던 <로버트 개들링>은 수백년을 살아오는 동안 죽음의 냄새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꿈에게서 그 냄새가 난다고 꿈에게 경고했다.
4권 <안계의 계절>에 주인공이었던 <루시퍼 모닝스타> 와 <마지킨>은 그들이 운영하던 클럽을 그만두고 또 다른 여정을 나선다.
5권 <당신의 게임>에 등장했던 <테살리>는 이 권에서 <라리사>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과거에 꿈과 연인이었던 관계였으며 정신줄을 놓은 리타의 신변을 보호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꿈이 그녀를 없애기 위해 나타났을 때 테살리는 리타를 마법원에 넣어두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데 그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꿈이 죽고 난 후 리타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아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를 보다 보면 리타가 모든 민폐의 근원으로 보여지지만 따지고 보면 꿈의 아들인 <오르페우스> 가 6권 <우화들>에서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살리기 위해 <하데스>를 찾아가 노래하던 중 푸리아이의 원한을 사게 된것이 사태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7권 <짧은 생애> 에서 꿈은 <분열>과 함께 <파괴>를 찾아다니던 중 <오르페우스>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오르페우스가 <파괴>의 행방을 알려주는 대신 자신을 죽여달라는 오르페우스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
꿈은 이 순간 자신을 혈육을 죽인 죄에 대한 뭍지마식 처단을 내리는 푸리아이의 타겟이 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혈육을 죽인 죄를 처단하는 푸리아이에 대한 언급은 이미 2권 <안개의 계절>에서 <욕망>에 의해 언급된 바가 있으니 작가 닐 게이먼의 떡밥 회수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꿈의 죽음은 아마도 본인이 원했던 것으로 느껴진다.
1권에 로드릭 버제스에게 감금되어 70년을 사는 동안 그는 무었을 했을까?
70년동안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끊임없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자신을 삶을 돌아보며 70년을 지내는 동안 그는 계속해서 변해갔다.
실제로 부활한 꿈을 다시 만나게 된 연인들을 비롯한 많은 인물들이 그가 변했다고 말한다.
그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고 삶을 고단해 하고 대단히 피로감을 느끼는 것처럼 끊임없이 묘사되어 왔다.
꿈이 죽음으로서 기존의 꿈이었던 모르페우스는 사라지고 다니엘이 꿈의 자리를 이어받는다.
루시엔의 말처럼 개념에는 죽음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으므로 꿈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꿈일 뿐이다.
상장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명쾌하기도 하다.
꿈은 죽은 것이 아니라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1권 <서곡과 야상곡> 마지막에 꿈과 죽음이 공원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9권의 마지막에 꿈과 죽음이 다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서로 묘하게 대조를 이루어 여운을 더 깊게 만든다.
분명한 것은 꿈이라는 인물은 상당히 차갑고 고지식하고 기계적인 인물로 묘사되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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