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많음>
간만에 심장이 쫄깃해 지는 영화를 보았다.
갑툭튀로 사람을 놀래키는 장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스멀스멀 조여오는 공포가 일품이었다.
주인공 <애니> 가족의 정신병적인 죽음들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제목이 <유전>이었던 터라 정신병력과 관계된 사이코 스릴러 정도를 예상했으나 영화는 의외로 오컬트로 흘러가더니 악마와 관계된 영화로 끝이나버렸다.
영단어 <hereditary>에는 유전 말고도 세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영화의 결말을 보고 나니 유전보다도 세습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제목으로도 일종의 반전을 이룬 셈이랄까.
영화의 오프닝은 주인공 <애니>의 어머니인 <앨런>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뭔가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앨런에 대한 묘사는 다소 비정상적인 부분들이 많다.
그리고 약간 찌질해 보이는 아들 <피터>와 지체아인 듯한 느낌을 주는 딸 <찰리>.
그리고 이 가족을 둘러싼 알수없는 불길한 느낌은 계속된다.
어느 날 피터는 찰리를 데리고 파티에 참석하지만 파티 음식을 먹고 알러지를 일으킨 찰리를 병원으로 급하게 데려가던 중 사고로 찰리는 죽고 만다.
자책하는 피터와 그를 원망하는 애니. 가족은 점점 더 불행 속으로 빠져든다.
그런 애니에게 <조안> 이라는 중년 여성이 접근하여 일종의 강령술을 알려주게 되는데 반신반의 하던 애니는 결국 집으로 돌아와 찰리를 불러내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영화는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악몽과 환각에 시달리는 피터는 자해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앨런의 유품을 뒤적이다 발견한 책들과 앨범을 통해 찰리를 불러내는 주문이 악마를 부르는 저주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애니는 집의 다락에서 어머니 앨런의 머리없는 시신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저주와 연결된 찰리의 노트를 태워야만 저주가 사라진다고 믿은 애니는 노트를 벽난로에 던져넣게 되고 순간 남편 스티브가 화염에 휩싸여 죽고 만다.
자해 후 깊이 잠들었다 깨어난 피터는 거실로 내려와 어버지의 불탄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때 정신줄 놓은 엄마에 쫒기게 되고 다락으로 급하게 숨은 피터는 엄마 애니가 스스로 목을 자르고 있는 충격적인 장면들을 목격하고 창문으로 뛰어내린다.
잠시뒤 깨어난 피터는 홀린 듯 나무집으로 올라가는데 그곳에서는 악마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모여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피터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가 끝나고 잠시동안 멍했지만 곧바로 여러가지 해석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렴풋했던 것들이 서서히 명확해 지기 시작했다.
애니의 아버지와 오빠의 정신병적인 죽음은 악마 <파이몬>과 관련된 죽음이었다.
오빠는 죽기전 "엄마가 내몸에 뭔가를 넣으려고 했다" 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애니가 피터를 낳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엄마인 앨런이 자신의 아들 피터에게 악마를 심으려고 할 것을 예상했기 때문.
그리고 딸의 이름이 <찰리> 인 것은 악마 파이몬이 남자를 숙주로 해야만 일종의 완전체가 되기 때문에 굳이 남자아이의 이름을 지어 붙인 것이었다.
집안 곳곳에 새겨진 의문의 문구들은 악마를 부르는 주문과 관련된 문구들이었고 집안에 파리가 꼬이거나 스티브가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장면들은 다락에 시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니가 몽유병이 있음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파이몬이 찰리에게 빙의되어 있는 것을 막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동이으로 여겨진다.
결국 파이몬은 애니의 오빠에게서 찰리로 옮겨지고 찰리가 죽자 최종에는 피터에게로 옮겨진것으로 보인다.
목이 없는 시신들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들은 실제였는지 상징적인 장면들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처음에 영화가 끝났을때는 다소 어리둥절했지만 처음부터 등장한 장면들과 대사들을 비롯해 여러 기록들에 쓰여있는 문장들과 문구들을 곱씹어보면 복선을 처음부터 차곡차곡 깔아나가면서 꼼꼼하게 잘 짜여진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공포는 유혈낭자한 잔인한 장면보다도 가족이 철저하게 파멸되는 과정을 너무도 천천히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되며 끔찍하지 않지만 섬뜩한 장면들을 한장면씩 삽입함으로서 효과적인 공포를 자아낸다.
마지막 다락 장면은 유혈이 낭자해서 끔찍했다기 보다 가족이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의미에서 정말로 지옥같았던 장면이었다.
끝까지 극의 주도권을 이끌 줄 알았던 찰리가 초중반에 어이없이 죽음으로 인해서 상당히 벙쪘다.
이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려고 이러나.. 하고 의아해 하고 있는데 영화의 분위기가 서서히 오컬트로 진행되가는 것을 보고 오컬트를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불안감 마저 들었다.
하지만 오컬트로 흘러가면서 다시 찰리의 존재감을 살려낼 심산이었구나 그럼 그렇지 라고 코웃음치던 내 생각은 우습게 빗나가고 말았다.
일찍 퇴장하긴 하지만 찰리의 존재감은 대단했으며 결과적으로는 앞을 예상하기 힘든 매우 흥미진진하고 신선한 느낌의 영화였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예전에 덴젤워싱턴 주연의 <다크엔젤>이란 영화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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