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One Cut Of The Dead, 2017)

거제리안 2018. 12. 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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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스포>

 

음산한 창고에서 좀비의 습격을 눈앞에 둔 여자.

여자가 좀비에게 물리는 순간 컷! 하는 소리와 함께 영화 촬영장임을 알게 된다.

감독은 여배우의 연기를 혹독하게 나무란 후 자리를 뜨고 그녀를 위로해주는 남배우와 스텝.

세명이 대화를 나누는 도중 갑자기 쿵 하는 소음과 함께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사이 느닷없이 실제로 좀비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촬영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하나둘씩 좀비에게 물려 희생되는 가운데 정신나간 감독은 리얼한 공포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한다.

결국 모두 죽음을 맞이하고 혼자 살아남은 여배우는 폐건물 옥상에 서서 위를 올려다 보는데그녀의 발밑에는 피로 그려진 별 문양이 보인다.


여기서 영화가 끝나고 엔딩스크롤이 올라간다.

어라.. 러닝타임이 생각보다 더 짧네? 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확인한 결과 뭔가 이상하다.

가만히 지켜보니 영화가 다시 시작되는데 앞에 나온 그 또라이 감독이 등장한다.

좀비채널이라는 새로운 채널의 런칭을 앞두고 심야시간에 무려 생방송으로 그것도 롱테이크로 편집없이 방송되는 30분 짜리 무지막지한 프로젝트를 맡게 된 감독.

배우들은 오만가지 사정들로 감독을 괴롭히고 중압감에 감독은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촬영 당일 사고로 인해 두명의 배우가 펑크가 나고 어쩔 수 없이 감독과 과거 연기 경력이 있던 감독의 아내가 땜빵으로 투입된다.

갖가지 돌발상황들이 벌어져 몇번이고 촬영을 접어야 하는 위기가 발생하지만 배우와 스텝들 제작자 모두가 힘을 합쳐 돌발상황들을 헤쳐나간다.

엔딩의 단 한장면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카메라 거치대가 파손된 상황.

스텝들과 배우들은 인간탑을 쌓고 결국 그 마지막 장면을 무사히 담아낸다.


각종 영화나 소설 심지어 음악을 들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든다.

하루에도 수만가지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지금의 세상에서 더 이상 나올만한 새로운 상상력이 있을까 싶지만그래도 한번씩 뒷통수를 맞는 듯한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접하게 되는데 바로 이 영화가 그런 영화였다.

이 영화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코믹호러라고 해야할지 드라마라고 해야할지..

이런 장르가 뭐고 기존의 영화법칙을 싸그리 무시하는 이런 식의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 내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 영화의 초반 30분.

좀비물 파트를 보고 있을 때 처음에는 롱테이크인지 몰랐다.

되게 극찬을 받은 영화로 알고 있는데 초반의 분위기는 그저 허접한 B급 좀비물로 흘러가는 듯해서 '아, 이거 뭐지?' 라는 의아한 기분을 느끼고 있던 어느 순간 '아! 지금 촬영이 롱테이크로 진행 중이구나' 라는 것을 깨닫고 자세를 고쳐 않았다.

롱테이크 좀비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 참신하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좀비물은 각종 특수효과와 분장이 필요할 텐데 편집없는 롱테이크로 1시간 30분짜리 좀비물을 어떻게 이끌어 가지? 라는 기대가 들 즈음 느닷이 영화가 끝나서 좀 놀랐다.


근데 영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롱테이크 좀비물 파트를 보면서 약간 위화감이 드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실제 영화상에서 패닉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에 일어난 등장인물들의 이상행동 내지는 기분나쁘게 만드는 불쾌한 상황설정 정도로 생각했었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그때 그 상황들에서 실제로 어떤 일들이 있었나 하는 것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감독이 무자비하게 배우들을 다그치는 장면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로 통쾌했다.

스텝의 호신술 장면이라던지 같은 대사를 여러번 반복하는 이상한 상황들에 대한 해설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뒤죽박죽인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여 상황을 모면하고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인물들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삐딱하기 그지 없어 한대 때려주고 싶던 남자배우도 촬영의 막바지에 다다르자 모두와 하나가 되어 힘을 합친다.

그리고 무사히 촬영이 종료되고 다들 지쳐 있는 와중에 서로를 격려하는 장면에서는 가슴 벅찬 감동이 차올랐다.


학교를 졸업한 이 후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단체활동이라는 것과는 좀처럼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완전히 있고 지내던 가슴한켠의 감동코드가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의 엔딩크레딧 장면에서는 실제로 첫번째 파트를 촬영하는 장면들과 실제 스텝들의 촬영모습들을 모여준다.

첫번째 파트와 두번째 파트를 각각 따로 찍었다는 것인데 하나의 영화로서 독립된 완성작인 첫번째 파트와 별개로 독립된 두번째 파트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정교한 설계가 없이는 영화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대단히 정교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좀비물을 감상하는 재미와 롱테이크를 촬영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들까지 보는 재미 거기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까지 더해진 작품으로서 최근에 본 영화들 중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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