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맨디 (Mandy, 2018)

거제리안 2018. 12. 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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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깊은 숲 속에서 조용히 평화롭게 살고 있는 레드와 맨디.

그러던 어느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광신도 집단의 우두머리 제레마이어는 길을 걷고 있던 맨디를 보고는 그녀에게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제레마이어는 검은 해골단이라는 정체불명의 3인조에게 의뢰하여 자신을 숭배하는 무리들과 함께 레드의 집을 습격해 맨디를 납치한다.

그리고는 맨디에게도 자신을 숭배하도록 강요하고 설법을 펼치지만 맨디는 코웃음을 치며 그를 비웃는다.

결국 제레마이어는 맨디를 불에 태워 죽이고 묶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본 레드는 분노를 금하지 못한다.

구속에서 가까스로 풀려난 레드는 장비를 챙겨 복수를 시작한다.


어느 글에서 니콜라스 케이지 인생 연기라는 평을 보았는데 수긍한다.

연기력에 비해 그 동간 너무나도 안습의 행보를 펼쳐오던 니콜라스 케이지가 이 영화로 다시금 탑배우로서의 성공적인 복귀가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너무나도 매니악해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을 것 같지 않아서이다.

그래도 이 영화로 인해 잊고 있던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되었는데 도저히 삭힐 수 없는 터져나오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고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호흡을 고르는 복합적인 감정을 매우 절제하여 잘 연기한 것 같다.

참담하고 비극적인 레드의 괴로움들이 고스란이 내게로 전해져 감상하는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영화를 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또 마음에 들었던 점은 80~90년대 영화들의 감성이 물씬 풍긴다는 점이었다.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시키는 몽환적이면서 우주적인 느낌의 사운드 영화 중간 중간 삽입되는 텍스트들의 폰트 디자인, 그리고 화면의 질감이나 색채 등등이 한창 저런 향수가 그립던 요즘 나에게 딱 취향 저격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되게 특이하다고 느껴지는 점은 영화의 전반부까지는 몽환적이고 신비주의적이며 심지어 SF의 느낌마저 전해질 정도로 오묘한 분위기로 풀어나가다가 중반 이후 현실적으로 서서히 분위기가 바뀐다는 것이다.

맨디는 고대로 전승되어온 마녀의 일족이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신비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으며 그 아우라는 그녀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리고 검은 해골단이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 <헬레이저>가 연상될 정도로 SF호러적인 색채를 풍겼으며 마치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닌 초현실적인 존재인 것 마냥 묘사되었다.

그러다가 맨디가 죽음을 맞이하고 레드가 복수를 결심한 이후로 영화의 분위기는 바뀐다.

레드가 신화적인 느낌이 풍기는 요상한 무기를 제련하는 장면까지는 다소 판타지스런 느낌을 이어나가지만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급 현실적인 분위기로 돌아서는데 그 중 검은 해골단의 정체에 대한 해석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마약에 중독될 대로 중독되어 극한의 고통을 즐기는 경지에 이른 "약쟁이"들이었던 것.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존재에 대한 해석이 신선했고 약간 과장하자면 <배트맨 비긴즈>를 보며 느꼈던 감정과 흡사한 느낌마저 들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의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세련되고 몽환적 느낌의 색채와 시작적으로 상당히 신선한 연출들이 나의 눈뽕을 충족시켜 주었다.

제레마이어가 맨디에게 자신의 설법을 펼치는 장면에서 두사람의 얼굴이 반복적으로 교차 오버랩 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태껏 한번도 보지 못한 연출이어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다.

하지만 몽환적이고 느린 장면들이 완급조절 없이 영화 전반부 1시간 정도 계속 이어지니 화면을 보는 재미는 있지만 이야기 흐름이 지루해서 살짝 졸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은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된 이후가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존윅이나 아저씨, 테이큰 등의 복수극에서 기대하는 것은 전반의 고구마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핵사이다와 같은 통쾌한 카타르시스 일 것이다.

특히나 존윅 같은 경우는 그 카타르시스가 너무 커서 이 영화는 액션영화가 아닌 <힐링영화> 라고 주변에 소개하고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이 영화 <맨디>에서는 그런 통쾌함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영화 전반부를 통해 보여준 레드의 고통은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악당들에 대해 쌓인 분노가 부족했다.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시각적 연출과 소위 있어보이게 만들려는 열정이 지나쳐 몰빵한 나머지 악당 캐릭터들에게 배분 되었어야할 분량들이 모자랐던 것 같다.

"저 자식, 때려 죽이고 싶다" 라는 느낌이 극에 달해야 그 복수가 통쾌하게 느껴질건데 악당에 대한 분노게이지가 풀로 찬게 아니다 보니 통쾌함이 희석되는 것이다.

아무튼 복수극을 다룬 영화에서 통쾌함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치명적인 약점이 아닌가 싶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이 통쾌한 복수극이었는지 복수극을 소재로 한 예술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 취향에는 맞았기에 재미있게 보았고 이 영화를 통해 니콜라스 케이지도 메이저 배우로 재기 하는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영화가 너무 매니악해서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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