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있음>
정말 또라이 같은 영화라는 생각으로 보았다.
영화는 사이코패스이자 건축가인 잭이라는 남자가 연쇄살인범이 되어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그의 정신이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첫번째 사건 >
우마서먼이 등장한다.
그녀는 펑크난 자동차를 고치기 위해 잭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요즘 말로 개진상을 부리다가 참다 못한 잭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잭의 첫 살인은 이렇게 우발적으로 시작되는데 아마 이때를 시작으로 살인의 쾌감에 눈을 뜨게 된 것 같다.
< 두번째 사건 >
살인의 쾌감에 눈을 뜬 잭은 희생자를 물색하고 그녀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 시도한다.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잭은 문앞에 서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집요하게 지껄이기 시작하는데 에피소드 상으로는 두번째이지만 잭이 희생자의 집에 들어가 지껄이는 대사를 유추해보면 두번째 살인이 아니라 이미 그 전에 여러번의 살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잭은 신속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여기에서 그의 정신병적인 강박과 결벽증에 대한 묘사가 이루어 진다.
집을 방문한 경찰을 피해 시체를 차에 매달고 신속히 달아난 그는 무사히 도망쳤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행선지까지 이어진 핏자국을 보고 아연실색한다.
하지만 바로 그때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핏자국은 지워지고 잭은 마치 신에게 기도라도 올리는 듯한 모습으로 기뻐한다.
잔혹하지만 전반적으로 다소 코믹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에피소드였다.
< 세번째 사건 >
가장 잔혹한 에피소드.
잭은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사냥을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총으로 사냥한다.
자식들의 시체와 나란히 앉아 아내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아내마저 사냥한다.
그리고 냉동창고에서 그의 아들을 기괴한 모습으로 박제한다.
이 에피소드는 감독이 제 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수위가 쎄고 충격적이었다.
< 네번째 사건 >
연인관계로 보이는 심플이라는 여성을 살해하는 장면.
이 여성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순종적인 여성인데 그녀를 살해하기 위해 그녀와 인간적인 연을 맺고 관계가 무르익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잭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세번째 에피소드 만큼 끔찍하고 잔혹한 에피소드이다.
< 다섯번째 사건 > + <에필로그>
잭은 한명의 흑인남성을 납치하여 냉동창고로 데려온다.
이미 냉동창고에는 여러명의 남성들이 잡혀 와있는데 이 납치의 목적은 한발의 탄환으로 몇개의 머리를 뚫을 수 있는가를 실험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탄환이 자신이 원하던 탄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잭은 총포상으로 달려가 난동을 피우고 다시 창고로 돌아가던 중 차가 도랑에 빠지고 만다.
궁여지책으로 도움을 청하기 위해 인근의 지인에게 달려가는데 강도혐의로 경찰이 잭을 쫒고 있다는 이유로 그는 잭을 위협한다.
하지만 잭은 임기응변으로 지인을 살해하고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마저 살해한다.
경찰차를 타고 냉동창고로 돌아온 잭은 하던 일을 마저 하기 위해 서두른다.
그때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소리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영화 내내 잭과 함께 대화를 나누던 버지라는 인물이었다.
버지는 잭에게 말한다. 니가 원래 하려던 것은 집을 지으려던 것이 아니었냐고.
그말을 들은 잭은 잠시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더니 재료들을 사용해서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이윽고 시체들을 이어붙여 만든 상당히 역겨운 비쥬얼의 집이 완성된다.
곧 경찰들이 냉동고 안으로 진입하려는 듯 문을 부수기 시작하고 잭은 버지를 따라 어디론가 향한다.
아마 그곳은 상징적인 천국과 지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잭은 천국으로 가지 못하고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잭이라는 인물은 건축가로서 자신만의 집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건축과 연계되어 자신만의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일종의 예술행위로도 해석되는데 잭은 살인에 중독되게 되면서 살인을 예술적인 행위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그 행위들이 점점 광기로 변질되면서 잭은 파국을 맞게 되고 영화는 철저하게 그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분명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지점들이 많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의 개진상녀.
초면인 잭에게 일부러 화를 돋우려는 듯 대놓고 갑질과 폭언을 언사하는 그녀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그녀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잭의 첫번째 살인이 성립되는 동기가 부여되기는 했지만 그녀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집안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잭의 절박함에 대한 묘사가 돋보였다.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에서 각종 연쇄살인마들은 마법과도 같이 집안으로 숨어들기만 했지 이렇게 들어오기 위해 절박하게 애쓰는 과정을 보여준 영화는 없었다.
그래서 문앞에서 벌이는 기묘한 장광설은 신선했고 잭의 성격을 묘사하는데 한차원 더 디테일한 깊이를 부여했다.
집안으로 들어가서 벌어지는 기괴하다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모습들과 사건이후의 현장 수습 과정에서 보여주는 잭의 정신병적인 모습들은 앞으로 저인간이 무슨 짓을 벌일지 한층 더 호기심을 가지고 관객을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세번째 에피소드 역시 자신의 가족마저도 참혹하기 그저없는 방법으로 살해하는 그가 왜 이렇게 까지 하는지에 대한 동기는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저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참혹한 엽기 행각은 네번째 에피소드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는데 연인관계인 심플이란 여성을 심리적인 나락까지 빠뜨린 후에 자포자기한 그녀를 살해하는 그의 범행 수법에는 정말이지 지독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이전과는 다르게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어 당혹스러웠다.
총포상을 찾아가 단골손님에게 이럴 수 있냐며 따지는 잭을 마치 처음보는 사람 대하듯 하는 점원의 표정에서 잭의 심리상태에 뭔가 오류가 있구나란 떡밥임을 직감하고 후반부에 어떤 반전을 기대했다.
그렇지만 영화 내내 목소리로만 등장하던 버지가 실제로 등장하면서 영화는 전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더니 기묘하게 끝나고 말았다.
버지의 일침으로 잭은 꿈을 잊어버리고 살인행각에 빠진 그간의 자신의 삶을 잠시 후회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곧 뭔가를 깨달은 잭은 시체들을 이어붙여 시체의 집을 만들었다.
시체를 이용한 예술과 집을 짓겠다는 그의 꿈이 하나로 연결되며 결국 잭은 자신이 하고자 한 바를 이루는데 성공하고야 만 것이다.
이후 버지가 잭을 지옥으로 인도하는 장면부터는 상징적인 장면의 연속이기 때문에 솔직히 영알못인 나의 머리로는 해석이 어려웠다.
장면장면들과 그 분위기가 단테의 < 신곡 >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마도 의도적으로 신곡의 느낌이 나도록 연출하지 않았을까 싶다.
둘의 여정 말미에 창문 밖으로 낫을 든 사내들이 풀을 베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장소는 잭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자 여러가지 의미로 그로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그와는 아득히 멀어진 천국이 아닐까 추측된다.
창문으로 밖에 볼 수 있는 그곳을 보며 잭은 눈물을 흘리는데 이 눈물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의 눈물로도 보여지지만 단순히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아련함에 흘리는 눈물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차 보이는 아방가르드한 엔딩으로 영화는 마무리 되는데 연쇄살인마를 주인공으로 하는 호러/스럴러 장르영화의 일반적인 엔딩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안드로메다식 엔딩이라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상당히 난감했다.
영화의 평은 당연히 호불호가 극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반적인 장르호러물로 받아들이기에는 심리적으로 상당한 불편함이 있기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야할 영화가 아닌가 싶다.
뜬금없지만 유지태가 나와서 상당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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