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어느 밀폐된 공간에서 깨어난 다수의 사람들.
이들은 각자의 발밑에 그려진 동그란 원 안에서 있는데 이 원에서 벗어나면 죽게된다.
그리고 2분마다 타이머가 울리는데 이 사람들은 다음 죽을 사람을 투표로 정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은 고를 수 없으며 투표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이 누가 될지에 대해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다음에 죽어야 할 사람이 자신이 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방어를 펼치기도 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논리들과 자신들의 사정을 쏟아내며 변호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인종차별적 발언과 인신공격 등도 서슴치 않는다.
사회적 기여도, 동정심에 대한 호소, 거짓말 등등 인간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 와중에도 임산부와 아이는 살려야 한다는 마지막 도덕심을 가진 부류와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류가 두개의 파로 나뉘면서 갈등은 극으로 치닫는다.
최종 3인의 생존자.
임산부와 아이, 그리고 끝까지 이 둘을 보호하던 남자.
결국 그 남자는 아이를 희생하게 만들고 자신은 임산부와 태아까지 죽임으로서 마지막 생존자가 되어 살아남는다.
지상에서 깨어난 그는 하늘에 떠있는 무수한 우주선들을 목격한다.
또 지상에서 그 우주선들을 올려다보고 있는 생존자들로 추정되는 인간무리들과 합류하여 멍하니 우주선을 올려다보며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는 크게 기대하지 않하고 시청했다가 대박을 낚았다.
특정한 공간에 고립된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다룬 영화는 수도 없지만 신선도로 따지자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쌈빡하고 획기적인 전개였다.
과거 <난파선 게임>이라는 게임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선 이 영화는 특정한 주인공이 없으며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모두가 나름의 사연이 있으며 언제 누가 죽을지 전혀 예상을 할 수가 없다.
물론 나좀 죽여줘 하고 셀프로 사망태크를 타는 사람이 많았긴 하지만...
아무튼 2분마다 한명씩 죽어가는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느껴지게 보여줌으로 자연스레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독특한 설정들은 또 나올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수한 매체들을 통해 접해왔지만 아직도 이런 기발한 상상들이 누군가의 머리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영화의 엔딩에서 마지막 생존자가 생존자 무리들과 합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무리들 중에는 어린 아이와 임산부들이 많았다.
비록 영화의 주체가 되는 집단에서는 비겁한 방법으로 젊은 남자가 살아남았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서는 인간성이 살아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묘사해주어 찝찝한 기분을 조금은 정화시켜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이 달린 상황에서 도덕이라는 것이 과연 선악이란 잣대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것이지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리고 마지막 살아남은 남자는 처음부터 그럴 속셈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정의감을 가지고 행했던 행동이었지만 마지막 선택에서 순간적으로 발동한 두려움과 살고 싶다는 본능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그런 선택을 한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엔딩 바로 전까지 영화는 매우 깔끔하고 잘만든 느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엔딩 장면이 비쥬얼 적으로 너무 허접했던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든다.
되게 영리하게 잘 만든 A급 스릴러 영화에서 갑자기 B급 영화가 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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