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코믹스

< 스티븐 킹 단편집 > 해가 저문 이후 (Just After Sunset)

거제리안 2019. 4. 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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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내가 읽었던 스티븐킹의 장편들도 좋았지만 나는 유독 스티븐킹의 단편들이 더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나 최근 그의 단편집 분위기는 소소한 일상 가운데서 펼쳐지는 은근한 긴장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특유의 이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다.

이 책 역시 매우 만족스럽게 읽었다.

 

 

 

< 윌라 willa >

열차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사후세계를 그린 작품.

사실 이야기의 중반쯤에 이들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는 조금 놀랐다.

영생토록 저 생을 반복할 주인공들을 생각하면 쓸쓸한 기분이 들지만 이 소설 전반에 걸쳐 흐르는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 진저브래드 걸 The Gingerbread Girl >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여성이 또라이 살인마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후반부 살인마와 주인공의 추격전은 숨막히는 긴장감이 아니라 가슴 뚫리는 통쾌함이 주가 되는 묘한 분위기의 추격전을 연출한다.


< 하비의 꿈 Harvey's Dream >

남편의 불길한 꿈이 현실로 일어남을 암시하는 이야기.

노년부부의 무료한 일상과 심리 묘사 부분이 일품이다.


< 휴게소 Rest Stop >

휴게소에서 폭행장면을 목격한 한 소설가가 폭행을 말릴지 지나칠지를 두고 갈등을 겪는 이야기.

소설가의 심리 묘사 중 여자를 때리는 남자를 저지하기로 결정하고 이어지는 주인공의 심리묘사는 소름이 돋았다.

과거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나로서는 작가가 실제로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알 수 없는 감정일텐데..

실제로 느껴본 감정인지 단지 상상만으로 풀어낸 감정인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 헬스자전거 Stationary Bike >

한 미술가가 헬스자전거를 타면서 겪는 환상에 대한 이야기.

몸속의 기관들을 노동자로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주인공이 건강해질수록 이들 노동자들의 할일이 없어져서 실업자 신세가 된다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다소 황당하면서 코믹하게까지 느껴지는 이 발상을 이렇게나 진지하고 불길한 분위기로 풀어낼 수 있는 그의 괴랄한 정신세계와 필력에 다시한번 감탄할 뿐이다.


< 그들이 남긴 것들 The Things They Left Behind >

9.11사태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소지품이 생존자의 집에 계속해서 나타난다는 이야기.

놀라운 것은 읽고 9.11이라는 사태가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희생자들이 얼마나 괴로웠을지에 대한 감정이 전달이 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주인공의 이웃으로 등장하는 여성이 겪은 하룻밤에 대한 묘사는 사실 굉장히 끔찍했다.

소지품들을 유가족들에게 전달하는 엔딩은 감동을 주면서도 묘하게 소름끼치는 엔딩이었다.

앞으로 이웃 여성이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유가족들이 겪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 졸업식 오후 Graduation Afternoon >

갑부와 사귀는 평범한 여고생이 졸업타피를 하던 중 핵폭발이 일어난다는 이야기.

다소 뜬금없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는 알 것 같다.

돈 많다고 거들먹거리는 부자든 흙수저 인생이든 핵폭탄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하게 저세상으로 간다는 것.


< N. >

정신과 의사의 환자였던 N.이란 사내의 이야기.

N.은 한 들판에서 초현실적인 돌기둥들을 발견하는데 그 뒤로 도를 넘는 강박증에 빠져 결국 목숨을 끊는다.

이를 치료하던 정신과 의사는 N.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 들판을 찾는데 의사 역시 N.과 같은 증상을 겪다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이 소식은 정신과 의사의 고향친구에게 다시 전해지며 이야기는 끝난다.

이야기의 소재는 강박에 대한 이야기이다.

N.이라는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해서 강박에 빠지게 되는지 그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는데 그 묘사가 매우 설득력이 있어서 나라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한번쯤 집을 나서다가 불을 다 안 끄고 나온 것 같은 이상한 강박에 발걸음을 돌려본 사람이라면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코스믹호러의 분위기도 흘러 상당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 지옥에서 온 고양이 The Cat from Hell >

애드거 앨랜 포 < 검은 고양이 >를 연상시키며 고양이를 없애달라는 의뢰를 받은 한 살인청부업자의 이야기이다.

작품 전반적으로 초자연적이지만 대부분은 현실과 밀접한 이야기들이라면 이 이야기만 유독 분위기가 좀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작품 마지막의 고어장면은 유독 인상적이었다.


< 뉴욕타임스 특별구독 이벤트 The New York Times at Special Bargain Rates >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이야기.

죽은 남편과의 전화통화 중 남편에게 무섭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저 부분에서 왈칵 감정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상당히 감동적이면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 벙어리 Mute >

심한 낭비벽에 바람까지 피운 아내에 대한 험담을 우연히 차에 태워준 노숙자에게 해주었는데 이 노숙자가 나중에 은혜를 갚는다는 훈훈한(?) 이야기이다.

사실 전혀 예상못한 결말이었기에 다소 놀랐다.


< 아야나 Ayana >

병을 치유해주는 기적의 능력을 가지게 된 남자에 대한 이야기.

큰 감흥은 없었다.


< 아주 비좁은 곳 A Very Tight Place >

원수지간으로 지내던 이웃과 분쟁을 벌이던 중 간이화장실에 갇혀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에 빠지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

주인공 남자가 이웃과 마주하는 장면은 반전이자 소름이었다.

간이화장실 안에서 벌이지는 묘사들은 정말 역겹고 더럽기 짝이 없는데 저런 묘사를 상상만으로 서술해내는 그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진정한 호러라고 부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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