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코믹스의 <조커> 라는 캐릭터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꼬꼬마시절 팀버튼 감독의 영화 <배트맨1> 이었다.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가 등장했다.
또라이 같은 광기로 무장한 캐릭터 정도로만 알고 있다가 어떤 철학과 확고한 신념을 가진 듯한 이미지가 씌워지며 조커라는 캐릭터에게 더욱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즈음부터 <배트맨> 덕질이 시작되었다.
코믹스도 하나둘 사서 보기 시작했는데 제일 처음 샀던 코믹스 중 하나가 <킬링 조크 Killing Joke> 였다.
이 작품은 <왓치맨> <브이포벤데타> 등으로 유명한 앨런무어의 작품으로서 배트맨 코믹스 중에서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내게 익숙한 일본스타일의 만화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인 미국코믹스에게서 큰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고 따라서 <죽이는 농담>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재미를 느낄수가 없었다.
조커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의 조크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접한 것이 브루스팀의 <배트맨 TV 애니메이티드 시리즈> 통칭 <배트맨 TAS> 이었다.
이 시리즈를 정말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시리즈를 보면서 빌런으로서의 조커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만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빌런들은 각각의 개성있는 특징들이 매우 중요한데 이 조커라는 빌런의 범죄유형은 판을 짜놓고 그 판 안에서 움직이는 배트맨과 계획대로 움직이는 시민들을 지켜보며 즐기는 유형인 것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다크나이트에 등장했던 <조커>는 그 빌런의 속성을 매우 잘 이해하고 각본에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그에게 범죄는 놀이이며 배트맨은 훌륭한 놀이상대이고 고담시는 연극무대이다.
그리고 그가 다른 지능형 빌런들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조크> 농담이다.
웃긴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 포인트가 조소이건 풍자건 그의 범죄에는 항상 그만의 조크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영화 <조커>에는 조커 특유의 <조크>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들어있었다.
영화는 처절한 삶을 살고 있는 청년 <아서 플렉>을 매우 인간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가 조커로 각성하기 전까지는 빌런으로서 조커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각성 후 토크쇼에서 <머레이>를 죽이고 경찰차를 벗어나 군중들 속에서 환호를 받는 장면에서 까지도 내가 아는 진정한 <조커>로 느껴지지 않았다.
엔딩에서 정신병원의 상담사를 죽이고 피뭍은 발로 춤추는 듯 복도를 걸어가는 장면에 이르자 비로소 내가 이해하고 있는 조커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순간 소름이 돋았다.
상담사와 마지막 대화에서 그는 "한가지 조크가 떠올랐지만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거야"라는 말을 한다.
이말로서 유추해보면 뒤이어 벌어진 살인은 남들은 납득하지 못할 그 만의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셈이다.
우발적이었든 계획적이었든 과거에 그가 저지른 여러 건의 살인들은 누가보더라도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될만한 동기가 있었으며 이유가 있었다.
그렇지만 정신병원에서의 살인은 대중적으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
이유가 없다기 보담은 남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영화상에서 충분히 묘사하고 있듯 그의 농담 코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코믹스에서 히어로의 기원을 다루는 편에는 <오리진>이라는 용어를 붙인다.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이 <조커>가 앞으로 다른 DC영화에서 등장할지 어떨지는 예상할 수 없으나 이 영화는 <조커:오리진> 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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