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퍼스널 쇼퍼 (Personal Shopper, 2016)

거제리안 2019. 11.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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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사실 가벼운 영화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이 정도로 심오한 영화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영화의 해석들은 구글링을 해보면 차고 넘쳤으니 해석을 담는 것은 접어두고 인상비평만을 남기도록 하련다.

사실 영화의 중반 정도까지는 쌍둥이 동생 <루이스>와 했었던 생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영혼과 접촉을 시도하다가 다른 영혼과 접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을 다루는 오컬트 물이라고 생각하며 보고 있었는데 중반을 지나며 영화는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을 보고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 영화에는 분명히 루이스의 영혼이 등장하지만 루이스의 영혼이 메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영화에서 모린과 가장 직접적으로 조우하는 것은 모린의 영혼이었다.

키라의 퍼스널 쇼퍼 일을 하며 일종의 타인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모린.

동시에 영매였던 루이스에 약간은 수동적이었던 입장이었던 모린.

그녀는 루이스의 죽음 이후 모종의 이유들로 인해 죽은 상태였음을 영화는 표현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사실들은 여러 개의 영화 해설을 읽어보고서야 이해하게 된 사실이다.

영화를 보며 가장 혼란스러웠던 지점은 호텔씬에서 자동문이 스스로 열고 닫힌 후

잉고가 경찰과 총격씬을 벌이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영화 해설이 없었다면 마치 영원히 기억나지 않는 노래 제목처럼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중간에 그녀가 주고 받는 문자들은 그녀에게 살인의 죄를 덮어 씌우기 위한 잉고의 짓이었으며 그것을 눈치 챈 모린은 잉고가 말한 호텔에 보석들을 미리 두고 나와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자동문이 저절로 열렸던 것은 루이스의 영혼과 죽은 키라의 영혼이 통과했기 때문이었다.

약간은 찜찜하지만 이렇게 이해를 하고 나니 어느정도 속은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내용과는 별도로 이 영화에는 기교적으로도 상당히 임팩트 있는 씬들이 있었다.

우선 기억나는 장면은 모린이 폰의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자 쏟아져 들어오는 문자들을 보여주는 씬이었다.

어렸을 때 들었던 괴담 중 귀신이 집앞으로 찾아오는 이야기 등을 들었을 때 느낌이 소름이 재연될 정도로 이 씬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대단했다.

상당히 영리하고 인상적인 연출이었다.

그리고 사건 해결 후 모린이 루이스의 집에서 어윈과 대화를 나눈 후 집 뒤로 스윽 지나가는 루이스의 유령을 비춰주는 장면.

상당히 정적이고 건조한 장면이지만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지가 흐릿하고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그 외에도 키라가 죽은 집에서 빼꼼히 열린 문 뒤에서 들여오는 책상을 끄는 듯한 소음과 호텔의 자동문 씬 등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영화가 난해하기도 하고 식스센스 등과 같이 누구나 인정하는 대중적인 명작 영화 정도의 포스는 아니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영화로 남기에는 다소 아까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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