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코믹스

내가 그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거제리안 2021. 9.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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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앞서 읽었던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같은 형식으로 작중에 범인을 밝히지 않고 마무리 되는 소설이다.

전작과 달리 용의자가 한명 더 늘어 세명이기 때문에 한차원 더 머리가 복잡하다.

 

개인적으로 전작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물론 이 책이 재미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재미있고 골 때리는 상황에 놓여진 주인공들의 처지에 몰입해서 아주 집중해서 단숨에 읽었다.

다만 그 트릭의 무게감이 전작보다 약했다는 느낌이 든다.

전작의 트릭이었던 오른손잡이냐 왼손잡이냐 라는 소재는 마지막에 범인이 그 트릭이 아니면 성립이 안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마를 탁하고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알약의 갯수에 대한 논쟁으로 쭉 흘러가다가 마지막에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범인의 단서가 나타난다.

문제는 이것이 이마를 탁 치게 할 만큼의 쾌감이 있었냐는 건데..

개인적으로는 글쎄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세명의 용의자 <다카히로><스루가><가오리>가 서로가 범인이 아님을 주장하며 상대장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주장했던 가설들. 

모두가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었기에 모두가 그럴 듯하게 보였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필케이스 바꿔치기 트릭은 앞서 주인공들이 주장한 가설 중의 하나 정도의 무게감으로 느껴졌다. 

 

솔직히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서 어리둥절했다.

주인공이 호다카의 부인이라는 소린가? 

말도 안된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호다카 부인이 사용하던 짐들을 스루가가 보관하고 있었고 그 짐속에는 호다카의 필케이스와 한쌍으로 부인이 사용하던 필케이스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스루가는 알약을 바꿔치기 한 것이 아니라 필케이스 자체를 바꿔치기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복잡한 이야기 속에서 이렇게 어이없이 전 사용자의 지문을 방치해서 트릭이 탄로나다니.. 

솔직히 좀 허탈했다.

작가의 의도를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그런 감상이 들었다.

물론 본작이 <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기에 세명의 입장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들은 제외되고 서술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뭔가 반칙이 아닌가 싶은 기분도 들고 약간은 뜬금없는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의 재미요소는 트릭을 까발리는 맛도 있지만 범행의 동기와 과정이 아니었던가

그런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1도 지루할 틈 없었고 읽는 재미 만큼은 보장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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