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끔찍한 일을 겪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마야.
아들과 한가한 오후를 보내던 어느날, 우연히 근처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휘파람 소리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바로 끔찍한 일이 있었던 그날 밤 들었던 독일군 병사의 휘파람 소리.
집요하게 그의 뒤를 추적하던 마야는 치밀한 계획 끝에 마침내 그를 납치해 집의 지하실에 감금하기에 이른다.
그녀의 과거를 모르고 어리둥절해 하는 남편 루이스와 자신은 스위스 출신으로 독일군이었던 적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는 토마스 그리고 극한까지 정신적으로 몰린 마야.
영화는 이 셋의 심리묘사에 집중하여 진행되는데 그녀가 과거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이력을 보여주면서 토마스 등장 이후 마야의 정신상태가 극도의 불안상태에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반면 남편 루이스는 그녀의 불안정안 상태를 보며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극한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토마스 역시 이상한 여자에게 잡혀 무참한 고문을 당하면서 극도의 고통을 겪는 상태이다.
토마스가 확실하다고 믿고 있는 마야는 그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그의 부인 레이첼에게 접근한다.
여기서 영화의 불안감은 극을 달한다.
솔직히 마야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너무 불안했고 레이첼과 마야가 같이 등장할 때 마다 너무 불편했다.
그리고 영화는 마침내 결말로 향한다.
사실을 말하면 살려주겠다며 마야가 총구를 들이밀고 몰아붙이는 가운데 마침내 토마스는 입을 연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가 오열하자 지켜보던 루이스가 그의 가슴에 총을 쏜다.
마야는 경악하지만 루이스와 함께 서둘러 정리하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평범한 일상이 펼치쳐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멘탈이 나간듯 보이는 루이스와 반면에 평온해진 듯한 얼굴의 마야를 비추며 영화는 끝난다.
요즘 영화나 소설을 하도 읽다 보니 이런 영화를 보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
과연 마야가 진실을 말하는 걸까?
모든 것이 그녀의 망상 속에서 벌어진 일인 걸까?
혹시 영화 초반에 등장한 상이용사 또는 남편 루이스가 독일군 병사인 건 아닐까?
등의 오만가지 경우의 수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영화를 보았는데 결과적으로 영화의 최대 반전은 반전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말 보다는 영화의 과정에서 과연 <마야>의 말이 진실일까 <토마스>의 말이 진실일까,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끝도 없이 고민하는 <루이스>, 이 셋의 숨막히는 관계가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누미 라파스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다.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광기 어리고 나사 하나 빠진 듯한 연기가 압권이었고 그 덕분에 마야의 기억이 뭔가 문제가 있구나 라는 의문을 계속 가지고 보았다.
그런데 또 완전히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고 팽팽한 선을 잘 유지한 것 같다.
<마야>가 처절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를 응원할 수 없게 만들고 그녀가 무슨 잘못을 저지를까 조마조마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내 영화를 보게되는 묘한 감정이었다.
결말에 와서야 결국 그녀가 옳았고 사실을 말하기만 하면 풀어주겠다는 그녀의 말도 모든 것이 진실이었음을 알게 된다.
놀라운 건 불안정한 광기처럼 기묘해 보이던 그녀의 행동들이 사실을 알고서 다시 보면 진정성 있는 호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말미에 와서는 남편의 멘붕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중심을 잡는 마야를 보며 대단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갖 수모를 당하는 <릭 플래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고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데려다가 그렇게 써버린 DC가 원망스러웠다.
더 재밌는건 남편 루이스가 바로 할리퀸 영화의 <빅터 재즈> 였다는 점이다.
그렇게가 똘끼 어린 재즈가 이렇게 순둥순둥한 얼굴이었다니..
여러모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좋았던 영화였다.
전쟁 트라우마에 대한 메세지도 들어있고 어슬픈 반전보다는 탄탄한 연기를 바탕으로 스릴 넘치는 긴장감이 일품인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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