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더 원더 (The Wonder, 2022)

거제리안 2022. 12. 1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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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아일랜드 대기근이 휩쓸고 지나간 어느 때.

아일랜드의 한 시골 마을로 부터 4개월 째 음식을 먹지 않고도 삶을 유지하는 소녀가 있으니 그 소녀를 관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간호사 라이트가 파견된다.

라이트 간호사와 같이 파견 온 수녀, 둘이서 교대로 소녀 안나를 관찰하는 임무를 맡는다.

라이트는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어떤 방법으로든 음식을 섭취하고 있을 것이라며 의심을 하지만 안나는 하늘에서 내려준 만나(?) 외에는 어떤 것도 섭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라이트는 아침 저녁 가족들과 소녀가 기도 하는 것을 의심해 어떠한 접촉도 하지 못하게 막는다.

그 뒤 소녀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한다.

라이트는 기도하며 어머니가 소녀에게 입을 맞추며 음식물을 전해 주는 것이라 의심해서 그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며 그것이 적중한 것이다.

그러나 소녀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단식을 중지시키지 않았고 라이트는 이러다 소녀가 죽을 것을 우려해 자신을 고용한 마을의 장로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장로들은 소녀에게 일어난 기적이 거짓임을 믿고 싶지 않은 탓인지 진실을 보려하지 않았고 더 놀라운 것은 소녀의 가족들마저 이 무모한 단식을 저지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라이트는 소녀에게서 사건의 전말을 듣는다.

일찍이 전염병으로 죽은 오빠와 소녀는 남매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고 급기야 관계를 가지며 결혼까지 한 사이였던 것.

이후 오빠가 죽게 되자 가족들은 오빠의 죽음이 부적절한 행위로 인한 죽음이라 여겨 그를 지옥에서 구원하기 위해 소녀 안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뜻이 받아들여 지지 않자 모든 것을 내려 놓으려 했지만 끝내 이를 두고 볼수 없었던 라이트는 가족들의 부재 중에 소녀를 죽음으로 위장하고 집에 불을 질러 증거를 없앤다.

그리고 이 일에 극적인 도움을 준 기자 윌과 소녀 안나, 아니 다시 태어난 소녀 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단편적인 분위기만 보고서 최근에 꽂힌 장르인 포크 호러라는 장르의 영화라고 생각했기에 최근에 감상한 <더 위치>나 <더 윈드:악마의 속삭임>과 같은 영화들에서 느꼈던 감상을 기대하며 보았다.

무거우면서도 적막한 영화의 분위기와 아일랜드의 압도적이면서도 정적인 분위기가 누가 봐도 포크호러라고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부 금식을 하면서도 혈색을 유지하는 소녀를 보면서 정체가 뱀파이어이거나 아니면 마녀를 다룬 오컬트 소재의 영화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비록 영화는 내가 기대한 포크호러는 아니었지만 분위기는 그에 필적하는 긴장감을 주었고 미스터리심리스릴러 정도의 분위기는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한 아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어른들과 마을 장로라는 작자들의 행태들을 보고 있자니 현대인이라 자처하는 우리 사회 모습이나 별반 차이가 없구나 싶고 저때나 지금이나 다들 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해졌다.

무지한 자들이 신념을 가지면 사람의 목숨 쯤은 우습구나 싶고 아무리 옆에서 떠들어도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소귀에 경읽기란 생각도 들었다.


비록 영화는 피 한방울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너무도 끔찍한 영화였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는 흘러가지 않았다.


마지막에 음식을 섭취한 소녀가 갑자기 어떤 격렬한 반응일 일으키며 호러 영화로 변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기대한 내가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영화는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반전을 주었기에 마음이 숙연해지기 까지 했다.

안나로서의 삶을 끝내고 낸으로서 다시 태어나기로 한 소녀가 눈을 뜨지 않을 때에는 정말 심장이 멎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해졌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마지막에 새롭게 가족이 된 세명의 식사자리에서 소녀가 음식을 떠서 천천히 먹는 장면은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라이트가 호흡을 가다듬고 집에 불을 지르며 자신이 집요하게 놓지 않고 있던 과거의 아픔마저 내려 놓는 장면에서는 쇼생크 탈출에서 교도소장의 구두를 신고 유유히 감옥을 빠져나가는 앤드 듀프레인을 보며 느꼈던 짜릿함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영화 중반부에 조금 지루함을 느꼈지만 후반부에 그 지루함과 마을 꼰대들에게서 느꼈던 답답함 두가지를 모두 날려줄 정도로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약간의 지루함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는 대만족이었다.

다만 영화의 도입부와 말미의 내레이션은 의도를 잘 모르겠다. 

굳이 없어도 되지 않았을까?

끝으로 안나 역할을 한 소녀 배우의 연기도 대단했지만 배우 플로렌스 퓨는 정말 믿고 보는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하드캐리하며 끌고 가는 연기력이 대단했고 마지막에 불 지르는 장면에서는 블랙 위도우의 옐레나가 소환되었나 싶을 정도로 포스가 있었다.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 미드소마가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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