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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리안 2023. 1. 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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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아름다운 호손 섬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초청받은 12명의 사람들.

셰프 줄리안 슬로윅은 각계 각층의 부유한 인물들만이 맛볼 수 있는 최고급 코스요리를 선보인다.

약간은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진행되는 코스요리의 괴랄함에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마고는 동행한 타일러에게 불평을 하지만 셰프 슬로윅의 열렬한 팬인 타일러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요리에 심취해 있다.

괴랄한 코스요리는 점점 더 거친 방식으로 진행되고 마침내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참가자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이곳에 초청받은 사람들은 뭔가 약점을 하나씩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슬로윅에 의해 일종의 응징을 당하는 방식으로 사건은 전개되기 시작한다.

사건은 전말은 이러했다.

최고의 셰프가 된 슬로윅은 그만큼 최고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고 동시에 부유한 이들의 허영에 환멸을 느끼며 남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것에 눈꼽 만큼의 가치도 느끼지 못하게 되자 자신과 그들을 정화시키기 위해 죽음의 코스요리를 준비한 것.

자신이 이 코스요리에서 죽을 것을 알면서도 슬로윅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참가를 준비한 타일러는 참가 직전 여친과 결별하게 되었고 급히 마고를 섭외해 이 섬에 온 것이다. 따라서 계획에 없었던 불청객이 된 셈이며 완벽주의자인 슬로윅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슬로윅의 방에거 과거 그가 치즈버거 요리사로 일했던 사실을 알게 된 마고는 슬로윅에게 일종의 승부수를 던지게 된다. 마고는 이 말도 안되는 요리들을 비난하는 동시에 자신의 배고픔을 항변하며 슬로윅에게 치즈버거를 요구한다.

남에게 요리를 서비스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슬로윅에게 이것은 크나큰 자극이 되었고 그는 정말로 오랜만에 스스로 만족할 만한 요리를 만들어 마고에게 내놓는다. 그리고 오래전 잃어버렸던 만족감을 선사한 마고에게 마음이 열린 듯 그녀를 보내준다.

마고가 섬을 나온 후 슬로윅은 마지막 디저트를 선보이며 최후를 선택하고 마고는 불타오르는 레스토랑을 보며 치즈버거를 먹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되게 신선한 느낌의 영화였다.

어렸을 때 <철냄비짱>이란 만화를 보았었다. 요리를 소재로 하면서도 이렇게 미칠 듯한 스릴과 박력을 느끼게 하다니 라며 손에 땀을 쥐며 본 기억이 있는데 말도 안되는 비유일지 모르겠으나 이 영화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초중반까지 아주 차분하게 전개되지만 마치 타란티노 영화에서 등장하는 캐릭터가 장광설을 늘어놓는 동안 스멀스멀 숨이 막혀오며 답답한 긴장감이 들게 만드는 것과 유사한 불편한 긴장감이 일품이었다.

더불어 요리 장면이 정말 자주 등장했던 미드<한니발> 처럼 매우 정갈한 화면들이 수도 없이 등장하지만 마찬가지로 바늘방석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옥죄어 오는 긴장감이 일품이었던 초중반까지의 전개에 비해 후반부는 집중도가 많이 떨어졌다.

사상자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옥죄어 오는 긴장감은 깨지게 되고 약간은 막나가는 전개로 진행되는데 사건의 주범인 슬로윅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 많은 요리사들은 도데체 왜 그와 함께 저렇게나 장렬한 죽음을 맞으려 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했고 또 참가자들도 살아 남기 위해 그렇게 필사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아주 진지하고 심각한 스릴러 영화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부자들의 허영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고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현대 예술에 대한 조롱을 담은 블랙코미디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웃기는 장면은 없지만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로 만든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자 후반부의 전개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되었다. 슬로윅이 요리를 내놓으며 벌이는 행태들은 일반인이 보기에 전혀 가치가 없어보이는 변기를 벽에다 걸어두고는 온갖 미사여구로 해석을 붙이고 결국 그 해석에 값어치를 매기는 그들만의 리그에 침을 뱉는 신랄한 조롱이 아니었을까.

솔직히 말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재밌다는 느낌보다는 어리둥절한 느낌이 더 컸지만 보는 동안에는 정말 몰입해서 보았고 마지막 장면의 여운도 꽤 기억에 남는 엔딩이었다.

절제된 표정속에서 온갖 감정을 전달하는 랄프 파인즈의 섬세한 연기를 실컷 감상할 수 있어 좋았고 니콜라스 홀트의 밉상스런 연기도 좋았으며 아냐 테일러 조이는 그 존재만으로도 좋았다.

 

끝으로 치즈버거가 너무나 땡기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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