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똑똑똑 (Knock at the Cabin, 2023)

거제리안 2023. 4. 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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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휴가 차 숲속의 한 오두막 집에서 지내는 가족에게 4명의 괴한이 찾아온다.

이들은 세계의 종말을 막으려면 가족 중 1명이 죽어야 한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괴한들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매우 정중한 부탁조로 이야기하며 이들에게 폭력을 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안에 가족 중 1명이 죽지 않으면 그들 중 한명이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가족들은 광신도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며 뉴스를 통해 지구상에 알 수 없는 재해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들을 전해들으며 
이들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기에 갈등이 계속 되는 동안 시간은 점점 흘러 괴한들은 모두 생을 마감하게 된다.

가족 중 한명인 에릭은 마치 스톡홀름 증후군과 같은 모습을 보이며 자신은 빛을 보았고 자신이 희생하겠다고 말한다.

앤드류는 어쩔 수 없이 에릭의 말을 받아들이고 딸이 웬과 함께 오두막을 나선다.

지구를 휩쓸던 재해들이 잦아드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지켜보며 영화는 끝난다.


남들이 아무리 욕을 해도 개인적으로 지지하던 샤말란 감독이었으나 최근 애플TV의 서번트를 보며 짜증이 폭발해 손절을 결심했었던 샤말란 감독의 작품이다.

아무리 손절을 했다지만 그의 영화는 일단 나오면 궁금해서라도 봐야하기 때문에 또 어김없이 감상을 했다.

이 영화는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서는 한가족이 희생해야 한다라는 단 한문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샤말란 감독답게 설정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이 있다는 사실은 영화를 본 뒤에 알게 되었다.)

영화의 초반부는 매우 흥미진진했으며 몰입도가 높았지만 중반이 지나면서는 어쩔 수 없이 지루해질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되면 한명이 죽고 TV를 통해 재해상황이 보도되고 또 시간이 되면 한명이 죽고 하는 식의 전개가 여러 번 반복되기 때문.

마침내 각성한 에릭의 희생으로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 영화의 엔딩이 나올 때는 샤말란 감독의 전매 특허인 반전이 없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반전이 없는 편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 

중간에 약간의 지루함이 있었지만 영화의 몰입도가 높았기에 꽤 만족스럽게 감상을 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무작위로 골라진 듯한 한 가족이 희생해야 세상의 종말을 막을 수 있다니. 왜?

다소 허무맹랑하기도 한 설정이기 때문이었다.

트루먼 쇼 같이 어떤 대상을 상대로 펼치지는 게임 같은 설정 인건가 싶었다. 

그렇기에 그냥 판타지인 채로 영화가 끝나버렸을 때 다소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문득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네오의 희생으로 시온의 존속이 결정된다는 설정이 등장하는데 이 영화도 같은 설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들은 알 수 없지만 과거부터 이같은 일이 쭉 반복되어 왔던 것은 아닐까?

아무도 모르지만 그렇게 선택된 개인들의 희생으로 인해 세계는 쭉 지속되어왔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

한마디로 신에 의해 간택되어 시험에 들게 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들의 희생 여부에 의해 인간의 가치가 결정되고 곧 인간이라는 종의 존속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부부는 게이 커플로서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몸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을 그렇게 차별해온 세상을 위해 힘들게 꾸린 가족을 포기하면 희생하기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가족이 시험에 들게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들의 조건이 더욱 가혹하기 때문에 이들의 희생이라면 인간의 존속 조건에 차고 넘치는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시험에 의해 인간의 존속 여부가 결정되고 그 시험 결과로 인간이 더 이상 세상에 존속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종말이 시작되고 누군가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게 되면 인간은 다음 시험 때까지 존속할 자격을 갖게 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닐까?

영화 상의 설정이고 지극히 기독교적인 개념이지만 이런 생각들을 해보았다.

지극히 뇌피셜이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다시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더 괜찮은 영화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원작은 2018년 발행된 The Cabin at the End of the World라는 공포소설이라고 한다.

2019년 공포 작가 협회의 브람스토커 어워드 소설 부분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흥미가 돋는다.

하지만 국내에 정식으로 출간되지 않아 읽어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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