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드라마의 영어 원제가 왜 비프 (beef)인가 내내 궁금했는데 파파고 검색결과 비프에는 소고기라는 뜻 외에 "불평하다"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납득이 가는 제목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이미 스트레스를 받을데로 받아있던 상태인 대니는 물건을 환불 받기 위해 마트를 들렀지만 영수증을 챙겨오지 않아 영수증을 가지러 다시 주차장으로 향한다.
차를 빼던 대니는 마찬가지로 업무 스트레스와 각종 생활스트레스에 찌들대로 찌든 에이미와 주차장에서 시비가 붙게 된다.
폭발 직전이던 두 사람은 결국 주차문제로 말다툼을 멀이다 광란의 추격전까지 벌이게 된다.
추격전이 끝나며 화가 풀리지 않았던 대니는 자신의 직업인 건축 도급업자 신분을 내세워 거짓으로 에이미의 집을 방문 후 욕실에 오줌을 갈리고 도망가는 소소한 복수를 한다.
에이미 역시 대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SNS를 찾아가 그의 일처리에 대해 악평을 남기고 그의 트럭에 낙서를 하는 등 소소한 복수들을 행한다.
그렇게 두사람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소소한 복수들은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며 마치 나비효과처럼 문제들이 꼬이고 꼬이게 된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대니는 교회에서도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하고 자신의 사업도 꽤 궤도 올라 안정적인 삶을 사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니 대니는 아이작을 등쳐 교도소로 보낸 후 그의 돈을 가로채 부모님의 집을 지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집이 불타는 일이 발생하고야 만다.
폴은 에이미가 자신과 불륜을 저질렀던 사실을 남편 조지에서 이야기 한것에 분노한 에이미가 저지른 짓이라 생각하고 자책하는 한편 동시에 그녀에게 분노한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집에 난 불은 대니가 배선을 잘못해서 일어난 사고였던 것.
대니는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이 두려워 에이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에이미의 집을 방문하고 수상하게 여긴 조지와 몸싸움을 벌인다.
그리고 사건은 본의 아니게 에이미의 딸 준 납치사건으로 연결되는데 나중에는 경찰이 출동하고 유혈사태에 총격전까지 벌어지며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살아남은 대니와 에이미는 각각 현장을 빠져나가 도망치던 중 길 한복판에서 또다시 마주친다.
서로 갈때까지 간 이들은 과격한 추격전 끝에 사이좋게 오지로 굴러떨어지게 되고 둘다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의지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힌다.
이들은 정체불명의 열매를 먹고 독에 중독되어 환각을 보기도 하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두사람은 가까스로 오지를 벗어나게 되지만 대니는 에이미의 남편 조지가 쏜 총에 맞는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대니를 바라보던 에이미.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서로에게 교감하게 된 사이가 된 듯 에이미는 호흡기를 꽂고 있는 대니의 곁에 누우며 끝난다.
이 드라마는 최근 가장 믿고보는 제작사 중 하나인 무려 A24에서 제작했다.
드라마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동양계 배우들 (그중에서 대다수가 한국계)이며 제작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 제작되었지만 미국 드라마 특유의 정서와는 묘하게 다른 정서가 느껴지는 점이 매우 신선했다.
얼마전 애플 TV에서 시청했던 <파친코>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대부분인 한국계 배우가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한국 드라마와 매우 이질적인 정서가 느껴졌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한국드라마도 아닌 미국드라마도 아닌 묘한 색다른 정서가 신선했고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스토리도 너무 신선했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화> 그리고 <스트레스>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왜 굳이 동양계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지 극의 후반부에 등장한다.
철저한 백인 중심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는 성공하기 위해 일반적인 것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하는 동양계 사람들의 삶에는 스트레스가 이미 디폴드 값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증오하던 두 주인공이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로 의지하는 동안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환각상태에서 실제로 서로의 몸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스토리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주인공 두사람은 당연히 하자가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지만 두 사람 외 모든 등장인물들이 다 마찬가지인 점도 흥미롭다.
허우대 멀쩡하고 사람 좋지만 생활력이 없고 심지어 불륜까지 저지르는 에이미의 남편 조지.
역시 허우대 멀쩡하고 세상 쿨하지만 실속없는 대니의 동생 폴.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빈털털이인 시어머니.
대니의 사존 아이작, 교회오빠 에드윈, 에이미의 동료 나오미 등등 모든 인물들이 내면에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단순히 장르가 블랙코미디라 캐릭터들을 그렇게 설정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설정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불편한 부분을 건드리는 재주가 탁월하다.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지만 남한테 들키기 싫은 자신의 비밀이나 약점을 대놓고 끄집어내 까발리기 때문에 때때로 마치 나의 약점이 공개된 양 불편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고 또 그 때문에 모든 캐릭터들이 다 매력있게 느껴진다.
배우들이 (스티븐 연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생소한 배우들이지만) 하나같이 모두 훌륭한 연기를 펼치고 있기 때문인 덕도 크다.
최근에는 넘쳐나는 콘텐츠들 덕분에 왠만하면 2회차를 뛰는 일이 잘 없는데 이 드라마는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든다.
2회차를 뛰고 싶은 이유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온전히 감상하고 싶다는 이유도 있다.
그만큼 오랜만에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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